정부가 시스템반도체 경쟁력 강화를 위해 4조5000억원을 투자해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라인을 구축한다. 국내에서 엔비디아, 퀄컴과 같은 글로벌 반도체 설계 전문(팹리스) 기업이 나올 수 있도록 반도체 기초 인프라를 깔아주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됐다. 정부는 전력망과 통신망 등 국가 인프라에 국산 칩 사용을 의무화하고, 방산용 반도체 투자도 대폭 확대할 계획이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10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AI 시대 K-반도체 비전과 육성전략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총 4조5000원을 투입해 12인치 40나노급 파운드리인 ‘상생 팹’을 구축한다. 국내 팹리스 기업들이 활용할 수 있는 국내 첫 파운드리 라인이다. 투자금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DB하이텍 등 민간기업들이 52%, 공공(정부)이 48%를 각각 부담한다. 정부는 국내 팹리스 기업 물량을 우선 배정한다는 방침이다. 상생 팹 부지는 비수도권 지역을 우선 고려한다는 방침이다.
김 장관은 “팹리스가 제품을 설계해도 마땅한 파운드리가 없어 생산을 못 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로 인해 나타나는 외화 유출이 5조원이 넘고 기술 유출도 심각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정부가 위험을 함께 부담해 수요·공급 기업이 협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현재 글로벌 팹리스 시장에서는 미국이 80.2%를 차지하고 한국은 0.8% 수준에 머물고 있다. 파운드리 분야에선 대만의 시장 점유율이 71.2%로 압도적인 가운데 한국은 9.8% 수준에 그친다.
정부는 국가안보 인프라를 중심으로 한 국산 칩 우선구매 제도도 마련키로 했다. 전력망, 통신망, 공공데이터센터, 철도 등 국가안보 핵심 인프라에서 국산 반도체를 우선 구매할 수 있도록 ‘반도체 특별법’에 관련 조항을 신설하는 방안이다. 국방 반도체 기술 자립도 본격화한다. 99% 수입 의존 구조를 끊기 위해 방사청·산업부·과기정통부가 전 주기 기술개발 프로젝트를 공동 추진해 소재·설계·공정·시스템을 포함한 독립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이 밖에도 네덜란드의 ASML과 같은 글로벌 소재·부품·장비 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성장 잠재력을 보유한 소재·부품·장비 기업을 선정해 연구개발(R&D) 등을 전폭 지원키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