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인하→'산타 랠리' or '불안 촉발'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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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넷플릭스의 과다 지출?
5일 아침 9시 30분,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는 0.1~0.4% 상승세로 거래를 시작했습니다. 새벽부터 나온 넷플릭스가 워너브러더스디스커버리(WBD)를 인수한다는 소식이 약간의 위험선호 심리를 부추겼습니다. 올해 두 번째로 큰 M&A 건이기 때문입니다.
▶넷플릭스는 주당 27.75달러(현금 23.25달러+넷플릭스 주식 4.50달러)를 지불할 예정이며, 부채까지 고려하면 WBD의 기업 가치는 827억 달러로 계산됐습니다. 어제 거래 종료 시점의 시가총액 600억 달러를 훨씬 웃도는 수치입니다.
▶이는 넷플릭스 역사상 최대 규모의 인수이며, 해리포터 시리즈와 배트맨 등 유명 콘텐츠의 소유주가 됩니다.
이 거래는 반독점 당국의 승인이 필요한데,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몇몇 의원들은 이미 넷플릭스가 스트리밍 시장에서 과도한 영향력을 갖게 된다며 우려를 표했습니다. 경쟁사인 파라마운트 측은 WBD에 "넷플릭스로의 매각은 국내외 경쟁법이 허용하지 않는 방식으로 넷플릭스의 세계적 지배력을 강화하고 확대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파라마운트를 이끄는 데이비드 앨리슨은 트럼프 대통령과 긴밀한 래리 앨리슨 오라클 설립자의 아들입니다. 트럼프 행정부를 설득해 반독점법 위반으로 몰아갈 가능성이 있지요. CNBC는 "트럼프 행정부가 이 거래를 '심각한 회의론'으로 보고 있다“라는 고위 행정부 관계자 발언을 보도했습니다. 다만 CNBC는 "넷플릭스는 반독점 규제 승인에 대해 매우 확신이 있다"라고도 보도했습니다. 오펜하이머는 "틱톡, 유튜브, 릴스 같은 플랫폼이 넷플릭스와 시청 시간을 두고 경쟁하고 있다. 이런 사실은 이번 거래가 반독점법을 통과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모닝스타는 "넷플릭스가 지불하는 금액은 가치 파괴적이다. 넷플릭스는 미국 구독자 약 9000만 명, 세계 구독자 3억 명을 보유하고 있으며, HBO맥스는 각각 5800만 명, 1억 2800만 명을 갖고 있다. 상당한 중복이 있어서 넷플릭스가 구독료를 두 배로 올리거나 별도 플랫폼으로 운영하지 않는 한(두 가지 모두 예상하지 않음), 전체 스트리밍 매출은 감소할 것이다. 적정가치 추정치는 인수에 따라 하락할 수 있다"라고 분석했습니다.
로젠블렛은 월가에서 가장 높은 목표주가 1117달러를 제시하고 있는데요. "뉴스가 사실이라면 주가에 의미 있게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리얼리티랩에 들어간 비용은 대부분 설비투자 비용이 아닌 운영비이며, 2025년 기준 약 176억 달러의 영업 손실을 유발했다. 더 시급한 우선순위에 집중할 수 있게 그런 비용을 축소하는 것은 투자심리에 매우 유리하며, 주가가 현금흐름 성장에 걸맞은 멀티플을 받을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라고 분석했습니다.
2. 금리 인하 뒷받침한 데이터…내년은?
오전 10시 두 가지 데이터가 발표됐습니다.
먼저 9월 PCE 데이터가 나왔는데요. 헤드라인 물가는 전월 대비 0.3%, 전년 대비 2.8% 올랐고요. 근원 물가는 한 달 전보다 0.2%, 1년 전에 비해선 2.8% 상승했습니다. 전반적으로 예상과 비슷했는데요. 근원 물가의 전년 대비 수치는 예상(2.9%)보다 0.1%포인트 낮았습니다.
에버코어ISI는 "온건한 인플레이션 보고서와 이번 주 초 발표된 약한 ADP 데이터를 바탕으로 다음주 25bp 금리 인하가 사실상 확정된 것으로 본다. 또 일부 매파적 FOMC 위원들이 12월 인하에 반대하지 않는 것을 선호할 수도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BMO의 이언 린젠 채권 전략가는 "이 데이터는 Fed가 다음 주 금리를 25bp 추가 인하할 것이라는 예측에 부합하지만, 2026년에 인하 속도를 가속해야 한다는 긴급성을 시사하지는 않는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소비자의 단기(1년) 인플레이션 기대는 11월 4.5%에서 이 달 4.1%로 하락했습니다. 4개월 연속 하락세로, 2025년 1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다만 올해 최저인 1월 3.3%보다 여전히 높죠. 장기(5년~) 기대도 지난달 3.4%에서 12월 3.2%로 내렸습니다. 2024년 2.8~3.2% 사이에 머물렀었습니다.
시카고상품거래소 Fed워치 시장에서 12월 금리 인하 베팅은 87%로 나타났습니다. 어제 88%, 1주일 전 86%와 비슷한 수준입니다.
최근 JP모건, 뱅크오브아메리카가 12월 인하 전망으로 돌아선 데 이어 모건스탠리도 오늘 최근 Fed의 의사 소통 및 시장 예상을 근거로 다음주 인하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을 바꿨습니다. 그러면서도 "반대 의견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 파월 의장은 금리 인하를 단행할 가능성이 있지만, 향후 정책 방향은 경제 데이터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소비자심리지수가 예상보다 개선된 게 영향을 미쳤습니다. 근저에는 차기 Fed 의장으로 부상한 백악관의 케빈 해싯 국가경제위원장에 대한 불안감도 깔려 있습니다. 배런스는 "월가 관심은 트럼프 대통령의 충신으로 여겨지는 해싯이 어떤 정책을 이끌어갈지에 쏠려 있다. 해싯의 등장은 특히 외국 중앙은행과 글로벌 투자자들의 의문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증시는 해싯을 좋아하지만, 채권은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채권 시장은 조용히 우려를 표하고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3. 웰스파고 "매파적 성명" vs BoA "매파 가능성 낮아"
월가는 FOMC가 다음주 금리를 내릴 것으로 확신합니다. 그래서 인하 여부 보다는 2026년에 얼마나 더 내릴 것인지 전망이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그래서 점도표, SEP를 주시하는 곳이 많습니다.
인하가 발표되면 산타 랠리가 본격화할까요? 기대는 큽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FOMC 이후 1월까지 발표될 많은 경제 데이터를 고려할 때, 파월 의장이 추가 완화 기대에 대해 확실히 반박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파월 의장이 ‘경제 데이터에 의존하겠다’는 기존 지침에서 벗어나는 매파적 전망을 제시할 가능성은 낮다. 이에 따라 신중한 메시지에도 불구하고 시장이 1월 인하에 더 공격적으로 베팅할 수 있다"라고 내다봤습니다.
하지만 비관적 목소리도 있습니다. 나일스인베스트먼트의 댄 나일스 설립자는 "좀 더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다음주 10일이 향후 5개월 동안 마지막 금리 인하 시점이 된다면 폭넓은 분산 투자 외에는 현금 보유가 나쁘지 않을 선택일 수 있다"라고 했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마이클 하넷 전략가는 '비둘기파적 인하'가 단행되면 연말 랠리가 약화될 수 있다고 했는데요. 경제의 급격한 둔화를 암시할 수도 있고요. 장기 채권 금리 상승을 촉발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겁니다. 그는 또 과거 7명의 신임 Fed 의장이 지명된 이후 3개월 동안 채권 수익률이 상승했었다고 밝혔습니다.
4. 산타 랠리, 주목할 종목은
시장은 관망세 속에 큰 움직임을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오후 4시 주요 지수는 소폭 오름세로 거래를 마쳤습니다. S&P500 지수는 0.19%, 나스닥은 0.31% 올랐고요. 다우는 0.22% 상승했습니다. 지난 이틀간 급등했던 큰 폭으로 올랐던 러셀2000 지수는 차익실현 매물이 쏟아지며 0.38% 내렸습니다.
메타는 1.8% 올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습니다. 매그니피센트 7 가운데 가장 많이 올랐죠. 알파벳이 +1.15%로 뒤를 이었고요. 마이크로소프트도 +0.48%를 기록했습니다. 엔비디아는 0.53% 내렸습니다. 상원의원들이 초당적으로 중국에 첨단 칩 판매를 차단하는 법안을 발표한 데 따른 것입니다. 최근 고위 임원들의 퇴임이 잇따르고 있는 애플은 0.68% 내렸고요.
다음주 금리 인하로 산타랠리가 본격화한다면 무슨 주식을 사야할까요?
골드만삭스에서 31년간 일하고 이제 곧 은퇴하는 데이비드 코스틴 미국 주식 수석 전략가는 다음과 같은 세가지 영역을 주시하라고 권합니다.
먼저 헬스케어입니다. 헬스케어는 다른 업종 대비 밸류레이션으로 보면 지난 30년 중 가장 저렴한 수준이라는 겁니다. 그리고 헬스케어 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조금씩 줄어들면서, 가치 투자 관점의 기회가 열릴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두 번째는 소비·소매 분야입니다. 현재 소비자의 상황(소득, 고용, 실업)과 관련해 우려가 많은데요. 골드만삭스는 중산층에서는 안정성과 성장성을 보고 있습니다. 내년에는 세제 개편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겁니다. 그래서 중산층 소비를 기반으로 혜택을 얻을 기업들이 있다고 봅니다. 또 저소득층에 대한 우려는 크지만, 부유층·고소득층은 주가 상승으로 이익을 보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세 번째, 역시 AI 관련 기업인데요. 구체적으로는 AI로 매출을 늘릴 수 있는 곳입니다. 코스틴 전략가는 "지금까지 AI 논의는 대부분 비용 절감으로 마진을 높이는 기업에 집중되어 왔다. 이것도 중요하지만, AI를 활용해 실제 매출을 늘릴 구체적 사례를 보여주는 기업은 상대적으로 많지 않다. 앞으로 그런 기업들이 펀드매니저에게 선택받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5. 다음 주 10~11일 중대 이벤트 몰렸다
다음 주에는 FOMC 외에도 중요한 이벤트가 있습니다.
우선 실적 발표인데요. 핵심 AI 주식인 오라클이 10일, 브로드컴이 11일 분기 실적을 공개합니다. 어도비와 시놉시스도 10일 발표가 예정되어 있고요. 11일에는 코스트코, 룰루레몬도 콘퍼런스콜을 갖습니다. 특히 최근 급락 후 반등하고 있는 오라클이 자금조달 계획에 대한 투자자 불안을 가라앉힐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브로드컴은 오늘도 2.42% 올랐는데요. 마이크로소프트가 맞춤형 칩 생산을 마벨테크놀로지에서 옮길 수 있다는 디인포메이션 보도가 있었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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