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은 에너지"…화두 던진 손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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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대통령 만나 'AI 강국' 조언
손 "한국, 비전·잠재력 크지만
결정적 약점은 전력공급 부족"
손 "한국, 비전·잠재력 크지만
결정적 약점은 전력공급 부족"
이 대통령은 이날 손 회장을 용산 대통령실에서 예정된 시간을 넘겨 약 70분간 만났다. 이날 만남에는 소프트뱅크의 포트폴리오 회사이자 세계 최대 반도체 설계 전문기업인 Arm의 르네 하스 대표도 함께했다. 이 대통령은 “정부는 AI가 가지는 유용함과 위험성을 동시에 인지하고 있다”며 “위험성은 최소화하고 유용성 측면에는 많은 투자를 하며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손 회장은 “김대중 대통령 때는 브로드밴드, 문재인 대통령 때는 AI를 강조했다”며 “이번에 이 대통령께 드리고 싶은 말은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초인공지능’(ASI·Artificial Superintelligence) 역량 강화에 집중하시라는 것”이라고 했다. 손 회장이 언급한 ASI는 모든 면에서 인간의 지능을 뛰어넘는 인공지능이다. 손 회장은 “모든 국가와 기업이 ASI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며 ASI 시대 구현을 위해서는 네 가지 요소(에너지·반도체·데이터·교육)가 필요하다고 했다. 손 회장은 그중에서도 에너지 확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손 회장은 “한국이 가진 AI 국가로서의 비전과 잠재력에 비해 현재 계획 중인 데이터센터 구축 규모는 너무 작다”며 “규모가 더 커져야 할 텐데 그러기 위해서는 에너지 확보가 매우 중요할 것”이라고 했다. 손 회장은 “한국의 결정적 약점이 에너지”라며 안정적 에너지 공급이 충분하지 않다는 점을 지적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 대통령도 손 회장이 얘기한 에너지의 중요성에 공감했다”며 “당장 해결될 문제는 아닌 만큼 정부의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ASI 시대 위해선 GPU 100만장 필요…에너지 없인 실현 불가능"
李, 글로벌 AI산업 조류에 공감…"한국형 AI 모델 마련하라" 지시
5일 이재명 대통령과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의 대화를 관통한 핵심 키워드는 ‘ASI(Artificial Super Intellience, 초인공지능)’과 ‘에너지’다. 손 회장은 이 대통령에게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ASI”라며 ASI 시대에 대비해 에너지 확보에 힘을 쏟으라고 조언했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손 회장이 안정적이고 충분한 에너지 공급 없이는 이 대통령이 그리는 ‘AI 3대 강국’ 실현도 쉽지 않다는 핵심을 짚은 것”이라고 평가했다.이 대통령은 이날 손 회장에게 “대한민국이 세계 3대 AI 강국을 지향하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좋은 제안, 조언을 부탁드린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AI가 갖는 엄청난 역량 때문에 상하수도, 도로 같은 초보적 인프라로 활용할 수 있다고 믿는다“며 “‘AI 기본사회’라는 개념으로 대한민국 내에서 모든 국민, 기업, 집단들이 AI를 기본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사회로 만들어보려고 한다”고 소개했다.
손 회장은 이 대통령에게 ‘ASI’의 개념을 설명하는 데 한참을 할애했다. 손 회장은 “AGI(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 범용 인공지능)가 인간 두뇌와 1대1로 동등한 수준이라면 ASI는 인간보다 1만 배 뛰어나다”며 “인간과 금붕어의 격차”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인류가 금붕어가 되고, AI가 인간의 지위를 갖는 모습이 펼쳐질 것”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약간 걱정이 된다”면서도 접견 후 배석한 국무위원들을 별도로 불러 한국형 독자 AI 모델이 ASI 수준으로 발전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손 회장은 ASI를 강조하며 “한국의 약점은 에너지”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업계는 ASI와 같은 초인공지능을 구동하기 위해서는 기하급수적인 연산 능력이 필요하고, 이는 곧 천문학적인 전력 소모로 직결 될 수 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구글 검색 1회당 전력 소비량은 0.3Wh 수준이지만, 챗GPT 등 생성형 AI의 답변 1회는 약 2.9Wh~10Wh를 소모한다. 단순 계산으로도 10배에서 30배의 전기가 더 든다.
오픈AI, 마이크로소프트 등이 구상 중인 초대형 AI 데이터센터 프로젝트 ‘스타게이트’는 무려 5GW(기가와트)의 전력을 필요로 한다. 이는 1GW급 원자력 발전소 5기를 오로지 이 센터 하나를 위해 24시간 돌려야 한다는 뜻이다.
이 대통령이 ASI라는 글로벌 AI산업의 조류에 적극 공감을 표하면서 탈원전 정책이 조금 더 유연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날 회담에서 손 회장은 한국 정부가 엔비디아의 GPU(그래픽처리장치) 26만장을 확보한 것에 대해 “ASI를 실현하려면 그 정도로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고언을 아끼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핵심 관계자에 따르면 적어도 100만장의 GPU가 필요하고, 이를 가동하려면 1GW급 전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대형 원전 1기를 새로 지어야 가능한 전력이다.
손 회장이 저전력반도체 제조를 위해 투자한 Arm이 한국과 반도체 설계 인력 양성에 합의한 것도 이 같은 배경에서다. 이 대통령도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선 이 같은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우려를 충분히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재영/이해성/김대훈 기자 jy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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