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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걸 또 베꼈어?"…혁신 없는 ETF 찍어내기에 '갈등 폭발' [돈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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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킬러 ETF 실종된 운용가, 카피캣 전략에 갇혔다
    베끼고 또 베끼고…톱2 운용사의 '카피캣' 관행
    여의도 증권가 스케치 /사진=한경DB
    여의도 증권가 스케치 /사진=한경DB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1·2위 사업자인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을 중심으로 '카피캣'(모방) 관행이 이어지고 있다. 한쪽에서 특정 콘셉트의 상품이 나오면 짧은 시차를 두고 비슷한 상품을 출시하는 식이다. 검증된 테마에 빠르게 붙어서 점유율을 방어하는 전략인데, 이런 방식이 거듭되다 보니 시장의 질적 성장은 주춤하고 있단 지적이 나온다.

    3일 한국거래소 등을 통해 지난해부터 올해 현재까지 약 2년 동안 삼성운용과 미래에셋운용이 상장한 ETF를 집계한 결과, 두 회사는 특정 콘셉트가 부각될 때마다 비슷한 시기 거의 동일한 ETF를 출시했다. 시차는 짧게는 며칠, 길게는 한 달 수준이었다.

    최근 출시된 대표적인 예는 미국 소형모듈원전(SMR) 관련 상품이다. 미래에셋운용이 지난 11월4일 'TIGER 미국AI전력SMR'를 내놓고 나서 20여일 만인 11월25일 삼성운용은 'KODEX 미국원자력SMR'를 상장했다. 이에 앞서 국내 차세대원전 관련 기업, 원전 수출 관련 기업 등에 투자하는 'TIGER 코리아원자력'(8월19일)과 'KODEX K원자력SMR'(9월16일)도 약 한 달의 간격을 두고 나란히 상장됐다.

    그밖에도 △TIGER 차이나테크TOP10(5월13일)·KODEX차이나테크TOP10(6월17일) △KODEX차이나휴머노이드로봇(5월13일)·TIGER 차이나휴머노이드로봇(5월27일) △KODEX 미국AI테크TOP10(2024년 6월25일)·TIGER 미국AI빅테크10(2024년 8월27일) △KODEX 인도타타그룹(2024년 5월8일)·TIGER 인도빌리언컨슈머(2024년 5월14일) △KODEX 글로벌비만치료제TOP2 Plus(2024년 2월14일)·TIGER 글로벌비만치료제TOP2Plus(2024년 2월29일) 등 사례가 꾸준히 확인되고 있다.

    추종 지수와 종목 구성, 전략상의 미세한 차이가 있지만 투자자들이 체감하는 상품 성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업계 '톱 2'가 사실상 복제 수준으로 라인업을 채워가며 점유율을 지키는 방식이 굳어지고 있단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 말 기준 삼성운용과 미래에셋운용의 ETF 시장점유율은 각 37.99%, 32.78%로 두 회사 비중만 70%가 넘는다. 양사 점유율이 압도적인 만큼 '서로만 견제하면 된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 일각에선 "(시장 상황에 따라) 잘 나가는 테마가 한정돼 있어 비슷한 상품이 나오는 건 자연스럽다"는 반론도 있다. 하지만 운용사들이 경쟁사의 출시 움직임을 포착한 뒤 서둘러 기획하는 경우가 상당한 만큼 단순히 테마가 중복됐다고 보기엔 무리라는 비판이 맞선다.

    업계도 이런 상황을 공개적으로 지적하고 있다. 조재민 신한운용 대표는 지난 10월 ETF 기자간담회에서 "특정 상품이 성공하면 상위 운용사들이 이를 베껴 더 큰 규모의 상품으로 만드는 견제가 강했다"며 "업계 전반에 걸쳐 계속되고 있으며, 관행으로 여겨져 제도적으로도 해결하기 어려워 더 곤란한 문제"라고 말했다. 2년 전인 2023년 10월에도 한투운용의 한 임원이 ETF 간담회에서 "한화운용과 미래에셋운용에서 먼저 나온 상품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아이디어) 생각은 우리가 훨씬 먼저 했는데 '인터셉트'(가로채기) 당한 것"이라며 "더 절치부심으로 차별화 지점을 고민했다"고 말한 바 있다.

    운용사 한 펀드매니저는 "1등과 2등 업체가 서로 거울 보듯 똑같은 상품만 찍어내며 소모적인 점유율 방어전에만 몰두하고 있다"며 "혁신 없는 '도플갱어식' 경쟁 구도에서 ETF 시장의 질적 성장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덧붙여 "시장의 화두를 모으는 킬러 ETF가 사라진 지 오래"라며 "지배력이 큰 상위 운용사들이 새로운 테마·전략의 상품들을 적극적으로 내놓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국거래소 한 관계자는 "운용사들 저마다 라인업을 구축해야 하는 입장이 있는 데다 시장의 반영을 상품에 담다보니 겹칠 수밖에 없다"면서도 "ETF 시장이 커질수록 차별화된 전략과 독자적인 지수 개발 경쟁이 필요한 시점인데 유사 상품만 난립하는 건 시장 신뢰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대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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