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쪽에서 장애를 극복한 세계적인 가수라면 우선 시각장애인 안드레아 보첼리(65)를 빼놓을 수 없다. 1994년 산레모 음악제에서 명곡 ‘Il mare calmo della sera(저녁 무렵 잔잔한 바다)’를 크로스오버 창법으로 불러 우승한 게 커리어의 시작. 원래 법학도였으나 명가수 프랑코 코렐리를 사사했고 <라 트라비아타>, <라 보엠>, <토스카> 무대에도 섰으며 오페라 아리아 앨범을 내기도 했다.
그러나 가장 극적인 장애 극복 인물은 따로 있다. 독일 바리톤 토마스 크바스토프(Thomas Quasthoff, 1959~ ). 어머니가 임신 중 수면제인 문제 약물 콘터간(contergan)을 복용하는 바람에 기형으로 태어났다. 키 1m 34cm. 어깨에 팔이 움츠러들어 붙어 있고, 다리도 짧다. 게다가 오른손은 손가락 4개, 왼쪽은 3개로 대단히 자유롭지 못하다.
법학 6년, 마케팅 역시 6년을 공부했다. 그 틈틈이 카바레(풍자 무대)에도 서면서 빌리 브란트와 헬무트 콜 총리의 성대모사를 완벽히 소화해 이름을 날렸고, 라디오 아나운서로도 활동했다. 부인 클라우디아도 중부독일방송국 MDR의 아나운서 출신.
28세가 되어서야 못다 한 꿈을 이루려 다시 음악으로 돌아왔다. 1년간의 준비 끝에 마침내 1988년 뮌헨에서 열린 ARD국제콩쿠르에서 우승을 차지함으로써 국제무대에 이름을 알린다. 이후 행보는 일사천리였다. 오페라 무대로 활동 반경을 넓히며 성가를 높이더니, 39세 때 슈베르트와 말러 리트(Lied) 레퍼토리로 미국 카네기홀 무대에 섰다. 2010년부터는 소울⸱리듬앤블루스⸱재즈까지 섭렵하고 있다. 그는 2000⸱2004⸱2006⸱2008년, 무려 4회의 미국 그래미상 수상자다. 또한 2005년에는 독일 국민으로서 최고의 영예인 연방대십자가훈장을 받았다.
모차르트는 그의 장기 중 하나다. 오페라 <마술피리> 2막에서 파파게노가 자신도 사랑할 짝을 찾고 싶다는 심경을 표현한 아리아 '아가씨든 아내든(Ein Mädchen oder Weibchen)'. 역시 크바스토프답게 잘 부른다.
[바리톤 토마스 크바스토프 - 모차르트 <마술피리> 중 파파게노의 아리아 ‘아가씨든 아내든’]
“이 파파게노는 아가씨나 아내감을 원한답니다. 그런 예쁜 비둘기 같은 여인은 내게 더없는 행복이에요. 그러고 나면 먹고 마시는 모든 게 맛있을 테죠. 그럼 나는 제후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답니다. 현자(賢者)로서의 삶도 즐길 수 있을 겁니다. 마치 낙원에 있는 것처럼 말이에요. 이 파파게노를 마음에 들어 하는 여인이 그렇게도 없나요? 누군가가 나를 이 고통에서 벗어나도록 해준다면 좋으련만. 안 그러면 원통해서 죽을지도 몰라요. 아무도 내게 사랑을 허락하지 않는다면 지옥 불이 나를 삼킬 겁니다. 그러나 만약에 한 여인이 내 입술에 키스해준다면, 나는 금세 기력을 되찾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