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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파원 칼럼] 과학상 日 27명 vs 韓 0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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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학력' 추락 우려하는 일본
    노벨상 강국 일본의 고민

    김일규 도쿄 특파원
    [특파원 칼럼] 과학상 日 27명 vs 韓 0명
    일본에 처음 노벨상을 안긴 과학자는 1949년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유카와 히데키다. 당시 일본은 패전 후 연합군최고사령부(GHQ) 점령 아래 있었고 부족한 물자와 극심한 인플레이션으로 허덕였다. 히로히토 일왕은 유카와의 수상을 일본의 자랑이라며 감격했고 젊은 인재들은 용기와 희망을 얻었다.

    유카와는 독창성 없이 유행을 좇는 연구를 시시한 일이라 여겼고, 그 정신은 다음 세대에 이어졌다. 유카와가 노벨상을 받던 해 교토대 1학년이던 아카사키 이사무가 그랬다. 작은 것이라도 좋으니 남들과 다른 것, 새로운 것을 하고 싶었다는 아카사키는 청색 발광다이오드(LED) 연구로 2014년 노벨물리학상을 받았다.

    패전 후 일본은 과학기술을 재건의 기둥으로 삼았다. 과학기술청을 출범한 것이 1956년이다. 기초과학에 힘을 쏟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 들어서다. 1995년에는 과학기술 진흥을 국가 책임으로 규정한 과학기술기본법을 제정했고, 이듬해부터 5년 단위 계획을 시행했다. 첫 5년에 17조엔, 이후 5년마다 20조엔 이상 투입했다.

    2000년대 들어 일본은 자연과학 분야 노벨상 수상자를 쏟아냈다. 작년까지 물리학, 화학, 생리의학 등 자연과학 분야 수상자 25명 중 20명이 2000년 이후 노벨상을 받았다. 과학기술 초강대국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올해 사카구치 시몬 오사카대 특임교수가 노벨생리의학상을, 기타가와 스스무 교토대 특별교수가 노벨화학상을 받으며 일본 자연과학 분야 노벨상 수상자는 27명으로 늘었다. 일본은 다시 축제 분위기다. 자연과학 분야 노벨상 수상자가 한 명도 없는 한국은 그저 일본이 부럽기만 하다.

    정작 일본 과학계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지금까지 수상은 ‘과거’가 평가된 것일 뿐이라는 인식이다. 일본의 노벨상 수상자는 평균 40세 전후에 성과를 냈고 20~30년 뒤 상을 받았다. 최근 수상자 대부분이 1970~1990년대에 이룬 성과를 평가받은 것이다. 머지않아 수상자가 크게 줄어들 것이란 게 과학계 우려다.

    일본의 ‘과학력’ 추락은 곳곳에서 감지된다. 문부과학성에 따르면 일본의 과학기술 수준을 보여주는 연구논문 수는 1988~2005년 미국에 이어 2위였으나 지금은 선두인 중국에 크게 뒤처지며 5위로 밀려났다. 피인용 횟수가 상위 10%에 드는 ‘주목 논문’ 수는 한국(9위)에도 밀리며 13위까지 떨어졌다.

    젊은 과학자 감소도 심각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23년 일본의 박사 수료자 중 STEM(과학·기술·공학·수학) 전공자 비율은 35%로, 회원국 평균(43%)을 밑돌며 38개국 중 32위에 그쳤다. 한국(39%)보다 낮은 수준이다.

    오랜 기간 경제 침체를 겪은 일본에선 선택과 집중이라는 명분 아래 실용화가 기대되는 관(官) 주도형 연구가 늘고 있다. 국가에 무슨 도움이 되는지 바로 결과를 보고할 수 없는 연구는 지원받기 어려워졌다. 자유로운 발상으로 도전적 주제를 선택하지 못하게 되면서 과학기술 역량이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사카구치와 기타가와는 노벨상 수상 후 기초과학을 중시해 달라고 정부에 호소했다. 우리 정부도 귀담아들어야 할 목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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