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농사 망쳤다" 농부들 한숨…식탁 물가 '초비상'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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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어진 가을 장마에 농가 신음
생산량 줄고 품질 크게 떨어져
생산량 줄고 품질 크게 떨어져
이 씨는 “30%는 아예 먹지도 못할 정도로 상했고, 그나마 남은 것들은 팔 순 있지만 대부분 제 값을 못받을 정도라 피해 규모를 가늠하기도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여름 폭염에 이어 가을비가 쏟아지는 '기후 악재'가 이어지면서 전국 농가가 신음하고 있다. 올 가을 유독 비가 많이 내리면서 배, 사과 등 과일은 물론 각종 농산물을 제대로 재배하기 어려워졌다. 이에 따라 주요 농산물 가격이 치솟으면서 식탁 물가에 비상이 걸렸다. 그나마 수확을 앞둔 농산물은 생산량과 품질이 예년보다 크게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인근 다른 사과 농가들도 수확 시기를 정하기 어려워졌다고 아우성이다. 사과는 일교차가 커야 색이 잘 드는데 잦은 비로 일교차가 줄면서 색이 제대로 돌지 않는 탓이다. 한창 과일이 익을 때 비가 많이 내리면 비료에 있는 질소 성분을 나무가 과하게 빨아들이면서 착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배나 무화과, 블루베리 등 과일은 물론 마늘, 생강 등 채소 재배 농가도 상황은 비슷하다. 전남 영암에서 무화과를 키우는 이미주 씨(56)는 “비가 며칠씩 계속 내려 무화과 대부분이 갈라지고 물러 곤죽이 됐다”고 말했다. 전남 해남에서 마늘, 고추 등을 키우는 김영준 씨(27)는 “지금이 마늘 정식 시기인데 비가 계속 오니 땅에 물기가 너무 많다”며 “이렇게 되면 마늘을 심어도 뿌리가 제대로 형성 안 돼 마늘이 잘 안 큰다. 계속 비 예보가 있어서 마늘 정식 시기가 계속 미뤄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김장철을 앞두고 배추도 수확이 제대로 안되는 형편이다. 배추는 빠르게 심는 경우 8월20일경부터 심어 절임배추로 가공한다. 그런데 지난 8월 폭염이 기승을 부린데다 최근엔 비까지 많이 내려 날이 계속 습하다 보니까 습해(습기가 많아 입는 피해)가 발생했다.
무름병(배추 뿌리가 썩는 현상)도 기승이다. 배추 뿌리 부분에 계속 빗물이 닿아 그 부분이 연약해지고 물러서 바람이 불면 배추가 쉽게 꺾여버리는 것이다. 배추 농사를 짓는 농부 김모 씨는 “물에 한 번 침수되면 생육이 불안정해지면서 결구(배춧잎이 여러 겹으로 겹쳐서 둥글게 속이 드는 일)가 안 돼 정상적인 배추로 수확이 불가능하다”며 “올해는 수확한 배추의 절반은 속이 안 차 상품성이 없다”고 푸념했다.
문제는 이 같은 물가 상승이 올해는 물론, 다가오는 내년 설 명절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농업계 관계자는 “10월 말부터 11월에 수확한 사과 등 과일이나 일부 채소는 저장에 들어가는데 저장성이 좋지 않은 상품은 출하량 감소 원인이 될 수 있고 설 명절 물가에도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유통업계에선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롯데마트는 가을 김장철이 다가오면서 배추 수요가 증가할 것을 대비해 해남 산지 배추 물량을 전년 대비 30% 늘렸다. 충북 괴산 산지와도 사전 계약을 통해 1만 박스를 추가로 확보하는 등 절임배추 수급 안정화에 총력을 기울이는 상황이다. 홈플러스는 불안정한 기후가 채소와 과일 수급의 가장 큰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고 보고 기후 영향을 덜 받는 강원 등 산지 물량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산지를 다변화하고 기후 리스크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강화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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