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판 MASGA'…美, 쇄빙선 11척 사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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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핀란드 '북극 항로' 협력
제조·설계 장악한 핀란드와 맞손
북극 개발 경쟁 중인 中·러 견제
핀란드 현지서 4척 건조 뒤 인계
조선업계 '존스법' 예외 적용 분석
제조·설계 장악한 핀란드와 맞손
북극 개발 경쟁 중인 中·러 견제
핀란드 현지서 4척 건조 뒤 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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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알렉산데르 스투브 핀란드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쇄빙선 구매 사실을 공개했다. 핀란드에서 구매하기로 한 11척 중 네 척은 핀란드에서, 일곱 척은 미국에서 건조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신(핀란드)이 하는 일은 우리에게 쇄빙선 사업을 가르쳐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스투브 대통령은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내린 거대한 전략적 결정”이라며 “우리는 모두 북극이 전략·군사·경제적으로 중요하다는 것을 안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반값과 절반의 시간에 쇄빙선을 공급할 수 있는 나라”라고 강조했다.
백악관 관계자에 따르면 11척의 중형 쇄빙선(ASC) 사업 총비용은 61억달러(약 8조4000억원)로 추산된다. 백악관은 “이번 계약은 미국 조선산업 기반에 수십억달러 규모 신규 투자를 유치하고, 수천 명의 미국 기술 노동자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쇄빙선 1차 인도분은 2028년께 미국으로 전달될 것이란 게 핀란드 측 예상이다.
핀란드는 쇄빙선 제조에서 세계적 수준의 선진국이다. 핀란드 통계에 따르면 핀란드 조선사들은 지난해 기준으로 세계 쇄빙선의 약 80%를 설계하고 그중 60%를 자국에서 생산한다. 핀란드에선 겨울이 되면 주요 항구가 모두 얼어붙어 일찌감치 항로 개척을 위한 쇄빙선 산업이 발달했다. 아이리스 퍼거슨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연구원은 “핀란드는 북극 지역 전문성을 갖추고 있고, 이는 2023년 핀란드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가입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특히 북극과 알래스카 지역 개발에 나선 미국은 당장 항로 개척을 위한 쇄빙선 도입이 시급하다. 하지만 미국 쇄빙선은 소형 순찰함을 포함해도 5척 정도(2022년 말 기준)에 불과하다. 반면 러시아는 50여 척, 중국은 최소 두 척을 보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는 핵추진 쇄빙선도 8척 갖고 있어 세계 최대 규모의 쇄빙선 보유국이다. 퍼거슨 연구원은 “미국은 북극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려고 수년간 노력 중이지만 중국과 러시아도 북극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며 “이에 미국 국방부는 지난해 북극 전략을 통해 북극이 ‘전략적 경쟁의 장이 되고 있다’고 했고 동맹 및 파트너국과 함께 중·러 도전에 맞설 의사를 명시했다”고 설명했다.
북극 항로는 기후변화로 북극 해빙(海氷) 면적이 축소되면서 새롭게 열리는 아시아와 유럽을 연결하는 해상 실크로드다. 북극 항로가 열리면 미국은 알래스카 및 그린란드가 연결돼 미국과 동아시아, 유럽을 모두 연결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본다.
이번 핀란드의 쇄빙선 수주를 한국이 미국 쇄빙선 시장 진출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동안 핀란드는 미국 존스법에 막혀 자국 내 미국 쇄빙선 건조가 막혀 있었지만 이번 미·핀란드 정상회담을 통해 ‘대통령 승인을 받은 쇄빙선 건조는 예외’란 점이 분명해졌다고 평가받는다. 로이터통신은 “2021년 미국 의회 보고서는 ‘쇄빙선은 연안 무역을 수행하지 않기 때문에 존스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명시했다”고 전했다. 한화오션 삼성중공업 등 국내 주요 조선사는 모두 쇄빙선 건조 경험이 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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