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中에 포획된 애플이 차이나 빅테크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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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인 차이나
패트릭 맥기 지음 / 이준걸 옮김
인플루엔셜 / 640쪽│3만2000원
패트릭 맥기 지음 / 이준걸 옮김
인플루엔셜 / 640쪽│3만2000원
지난 8월 백악관 집무실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난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사뭇 긴장한 채 이렇게 말했다. 그는 ‘Made in USA’라는 문구가 각인된 CD 모양 유리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하며 미국 내 6000억달러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해만 세 차례 중국을 방문한 그가 자국에 내놓은 선물 보따리였다.
파이낸셜타임스에서 애플 전담 기자로 활약한 패트릭 맥기는 최근 발간한 저서 <애플 인 차이나>에서 미국의 정치적 압력과 중국의 경제적 영향력 사이에서 꼼짝없이 갇히게 된 애플의 현주소를 집중적으로 탐구한다. 그는 5년간의 심층 취재로 확보한 애플의 대외비 자료, 200명 넘는 임직원과의 인터뷰 등을 통해 애플의 공급망 전략 변화와 그 영향을 분석했다.
애플은 아이폰 생산의 90% 이상을 중국에 맡긴다.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상황은 달랐다. 한국 대만 멕시코 체코 등 세계 각지에 애플의 공급망이 있었다. 하지만 애플은 경영 위기를 겪으며 생산 비용 단가가 낮은 국가에 위탁생산을 맡기기 시작했다.
대표적 기업이 대만 폭스콘이다. 폭스콘은 LG전자가 경북 구미공장에서 생산하던 일체형 컴퓨터 ‘아이맥 G3’를 더 낮은 가격에 공급할 수 있다고 했다. 애플 엔지니어 수십 명이 폭스콘 중국 공장으로 몰려들어 제조 기술을 전파한 게 이때부터다. 규모가 큰 생산 거점에선 50만 명의 노동자가 2교대로 애플 제품을 생산했다. 이렇게 구축된 ‘붉은 공급망’ 속에서 중국의 정보기술(IT) 인재가 성장했고 이들은 화웨이, 샤오미, BYD 등 중국 빅테크로 자리를 옮겼다. 중국이 현재의 기술강국 반열에 오를 수 있었던 결정적 배경에는 애플이 자리하고 있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이들 빅테크를 등에 업은 중국은 단순한 ‘세계의 공장’을 넘어 미국의 기술패권을 위협하는 국가가 됐다. 미국 정부가 애플을 강하게 비판하며 자국 내 투자를 압박하는 이유다. 저자는 “중국은 수십 년 동안 첨단산업, 과학 연구, 경제력에서 서구를 따라잡기 위해 애썼다”며 “하지만 이번에는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빅테크가 스스로 프로메테우스 역할을 자처하며 중국에 불을 선물하듯 기술과 지식을 전해주겠다고 나섰다”고 적었다.
책은 미·중 갈등의 한복판에 놓인 애플을 통해 기술패권 전쟁의 현주소와 미래를 가늠할 통찰을 제공한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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