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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주식은 계속 뛸까?…'에브리싱 랠리'에 가려진 위험 [글로벌 머니 X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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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주식은 계속 뛸까?…'에브리싱 랠리'에 가려진 위험 [글로벌 머니 X파일]
    위험자산인 주식, 암호화폐와 안전자산 금, 은이 동시에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는 이른바 ‘모든 자산 랠리’가 펼쳐지고 있다.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완화, 지정학적 불안, 법정화폐 시스템에 대한 불신 등이 충돌하며 빚어낸 현상이라는 분석이다. 인플레이션 등이 자산 가격 하락의 요인으로 거론된다.

    탐욕과 공포로 무너진 공식

    12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금 현물 가격은 지난 9일(현지시간) 기준 온스당 4,059.05달러를 기록하며 계속 올랐다. 연초 대비 약 53% 급등했다. 같은 날 뉴욕 증시의 S&P500 지수와 나스닥 지수 역시 최고치를 경신했다. 비트코인도 지난 6일 12만5835.92달러를 찍고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다.

    보통 역의 상관관계를 보여온 주식과 금이 최근 동반 상승했다. 이는 시장 참여자가 직면한 '탐욕'과 '공포'라는 이중적인 심리를 반영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장은 인공지능(AI)이 주도하는 미래 성장에 베팅하며 위험을 감수한다. 동시에 거시경제 및 지정학적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안전자산으로 피신하는 모순적인 행태를 보였다.

    위험자산 시장은 AI라는 강력한 성장 서사에 압도당하고 있다. 미국 증시는 'AI 낙관론'과 관련 분야의 인수합병(M&A) 열풍에 힘입어 기록적인 상승세를 보였다. 투자자는 AI가 가져올 생산성 혁명과 기업 이익의 증가에 베팅했다. 지난 9일 기준 S&P500 지수는 연초 대비 14% 이상 상승한 6,740.49, 나스닥 종합지수는 19% 이상 상승한 23,043.52를 기록했다.

    다만 10일(현지 시간)에는 미국 주가가 하락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 조치에 대해 “전 세계를 인질로 잡는 것을 허용할 수 없다”며 “미국이 수입하는 중국 제품에 대한 대규모 관세 인상을 검토하겠다”고 밝히면서다.

    최근 미국 증시 상승 흐름은 한국 시장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코스피 지수는 연초 대비 40% 이상의 높은 수익률을 보이며 글로벌 랠리에 동참했다. 지난 2일 오픈AI의 데이터센터용 메모리 칩 공급 파트너십 소식이 나오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급등하며 코스피 상승을 견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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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면 금 가격의 폭등은 시장 밑바닥에 깔린 금융 시스템 리스크에 대한 우려를 반영한다는 분석이다. 최근 금의 상승 속도는 1970년대 이후 가장 빠르다. 과거의 단순한 인플레이션 헤지 수요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은 가격 역시 온스당 49.57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며 연초 대비 70% 이상 급등했다.

    이는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 장기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기반 무역 전쟁 가능성, 프랑스와 일본의 정치적 불안 등 복합적인 글로벌 리스크에 대한 직접적인 반응이라는 분석이다.. 근본적으로는 법정화폐의 가치 하락에 따른 의구심, 즉 ‘디베이스먼트 트레이드(Debasement Trade·통화가치 희석 대비 헤지)’가 확산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데이비드 밀러 카탈리스트 펀드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이번 동반 랠리는 전통적인 안전피난 거래라기보다는 인플레이션과 통화가치 희석(화폐 가치 절하)에 대한 대응 심리가 주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투자자들은 구매력 하락을 방어하기 위해 실물 자산과 대체 자산으로 이동하고 있다.

    유동성의 엔진과 구조적 균열

    '에브리싱 랠리'의 바탕에는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중앙은행의 완화적 통화정책 전환이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세계 금융 사이클을 주도하는 미국 중앙은행(Fed)의 움직임이 결정적이다. 동시에 달러 중심의 글로벌 통화 시스템에 대한 신뢰 하락이라는 구조적 변화와 맞물려 그 파급력을 키우고 있다.

    Fed의 정책 기조 변화가 결정적 계기가 됐다. Fed는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 인하하며 정책금리를 4.00~4.25%로 조정했다. Fed의 이번 결정은 고용 시장의 냉각 신호에 비롯됐다. 8월 미국 실업률이 4.3%로 상승하며, 연준 내 비둘기파(완화 선호)의 입지를 강화했다. 지난 8일 공개된 의사록에서도 다수의 위원이 '흔들리는 고용 시장'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존 윌리엄스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지난 9일 "올해 (금리를) 더 낮출 가능성이 있다"고 발언하며 이런 기조를 뒷받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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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달 초부터 시작된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은 이런 완화적 기대를 더욱 부추겼다. 9월 고용지표 및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가 지연되면서 ‘데이터 가시성 저하’ 현상도 발생했다. Fed가 매파적(긴축 선호) 기조로 돌아설 근거가 부족해지면서, 시장은 이를 '데이터 부재로 인한 완화적' 상태로 해석하며 추가 금리 인하에 베팅하고 있다.

    '듀레이션 랠리'의 메커니즘


    주식과 금이라는 이질적인 자산이 동반 상승하는 현상을 이해하는 핵심 변수로 실질금리(명목금리-기대 인플레이션)가 거론된다. 지난 7일 기준 미 10년물 물가연동국채(TIPS) 금리로 측정되는 실질금리는 1.79% 수준으로 하락했다. 실질금리 하락은 보통 두 가지 경로로 자산 가격을 밀어 올린다. 금과 같이 이자를 지급하지 않는 자산의 보유 기회비용을 감소시켜 투자 매력을 높인다. 그리고 기업의 미래 이익을 현재 가치로 할인하는 할인율을 낮춰 주식, 특히 성장주의 밸류에이션(가치 평가)을 높인다.

    현재의 '에브리싱 랠리'는 '듀레이션(Duration) 랠리'로 해석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장기적인 미래 현금 흐름에 가치가 의존하는 성장주(AI 기술주)와 영구적인 가치를 지닌 금은 모두 듀레이션이 긴 자산(가치 평가 기간이 긴 자산)이다. 이들은 모두 '장기 저금리 기대'라는 같은 요인에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앙은행의 정책 전환은 시중 통화량 지표에도 미리 반영되기 시작했다. 미국의 광의통화(M2)는 지난 8월 기준으로 전년 동월 대비 4.77% 증가했다. 이는 2023~2024년의 역성장 구간에서 벗어나 유동성이 회복세로 돌아섰다. 한국 역시 7월 기준 M2가 4371조 6000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월 대비 6.4% 증가했다. 해당 통화량은 자산 시장에서 강력한 동력을 제공했다.

    가속하는 탈달러화


    현재의 랠리는 단순한 유동성 효과를 넘어선다는 분석도 있다. 달러 중심의 글로벌 통화 시스템에 대한 신뢰 하락이라는 구조적 변화와 맞물려 있다. 미국 달러화의 패권에 대한 의구심과 글로벌 탈달러화 움직임은 금의 가치를 재평가하게 했다. 달러인덱스는 지난 9일 기준 98.98로 연중 8.9% 하락하며 약세를 보였다.

    이런 상황에서 각국 중앙은행의 움직임이 주목받았다. 세계금협회(WGC)에 따르면 전 세계 중앙은행들은 2022년 이후 매년 1000톤 이상의 금을 순매입하며 사상 최고 수준의 매입세를 지속하고 있다. 중국, 러시아, 인도 등 신흥국들이 미국 달러화 자산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외환보유고를 다변화하려는 전략적 움직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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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타델의 켄 그리핀 최고경영자(CEO)는 "투자자들이 미 국채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탈달러화하고 있다"며 "달러 외 자산에서 상당한 인플레이션을 목격하고 있으며, 이는 포트폴리오 위험을 줄이려는 움직임의 일환"이라고 진단했다. 금은 단순한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을 넘어, 미국 국채를 대체하는 전략적 핵심 보유 자산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중앙은행은 자신이 관리하는 법정화폐 시스템의 위험을 헤지하기 위해 금을 매입하는 것은 강력한 신호였다 투자자들이 모방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랠리의 그림자


    현재의 '에브리싱 랠리'는 중앙은행의 완화적 정책 기조라는 외줄 위에서 유지되고 있다. 리스크도 있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장 큰 우려는 AI 중심의 주가 급등이 실물 경제와 괴리된 버블일 수 있다는 것이다. 주식 시장의 랠리를 주도하는 AI 테마에 대한 과열 경고가 잇따르고 있는 이유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과 영란은행(BoE)은 AI 중심의 주가 급등에 대해 ‘급격한 조정 위험’을 경고했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는 최근 "현재 주식시장 밸류에이션은 25년 전 닷컴버블 당시 수준에 근접했다"며 "AI에 대한 과도한 낙관이 꺾일 경우 큰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경고했다.

    현재 랠리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는 가장 큰 변수로 인플레이션이 꼽힌다. Fed는 고용 시장 둔화에 무게를 두고 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하지만 인플레이션 압력은 여전하다. 8월 미국 개인소비지출(PCE) 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2.7%, 근원 PCE는 2.9%를 기록했다. 연준의 목표치 2%를 상회했다. 만약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굳어진 것으로 나타날 경우 Fed는 시장의 기대를 저버리고 매파적으로 급선회할 수 있다. 이는 실질금리 급등으로 이어져 주식과 금 시장에 형성된 거품을 터뜨리는 방아쇠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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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거에도 대규모 통화 완화 이후 자산 가격 동반 상승 현상은 반복됐다. 하지만 결말은 순탄치 않았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가 대표적이다. 리먼 사태 이후 Fed는 제로금리와 양적완화(QE)를 통해 막대한 유동성을 공급했다. 주식 시장은 급반등했고, 금값 역시 당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2013년 연준이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을 시사하자 '테이퍼 텐트럼(긴축 발작)'이 발생하며 자산 가격이 급락했다.

    글로벌 '에브리싱 랠리'는 한국 경제에 기회와 위협을 동시에 제공한다. 코스피는 10일 처음으로 3,600선 돌파했다. 글로벌 유동성 환경 개선, 반도체 업황 회복, AI 모멘텀이 결합한 결과다. 한국이 강점을 가진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AI 수요가 폭발하면서 수출 회복과 기업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이런 상승이 반도체 등 특정 섹터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만약 글로벌 AI 거품이 붕괴하거나 Fed가 예상보다 빠르게 긴축으로 전환할 경우 외국인 자본 유출이 발생하며 한국 금융 시장은 큰 변동성을 경험할 수 있다.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의 특성상 글로벌 금융 시장 불안은 실물 경제로 빠르게 전이될 위험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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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
    김주완 기자
    한국경제신문 국제부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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