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용 로봇은 '스파이' 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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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저가 공세로 점유율 1위
공장 이동경로 등 '중요 정보'
공장 이동경로 등 '중요 정보'
54만2000대. 2024년 전 세계 공장에 새롭게 투입된 산업용 로봇 숫자다. 이 중 중국산은 몇 %나 될까.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국제로봇연맹(IFR)의 미공개 보고서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중국산 점유율은 2023년 25%에서 지난해 33%로 껑충 뛰었다. 산업용 로봇 강국 일본(29%)을 처음 제쳤다.
9일 로봇업계에 따르면 중국산 산업용 로봇은 일본, 유럽연합(EU) 등 로봇 선진국 제품 대비 20~30%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글로벌 기업의 주요 생산 거점을 빠르게 장악하고 있다. 중국 정부 보조금과 효율적인 생산 시스템, 낮은 인건비 등이 중국산 산업용 로봇에 가격 경쟁력을 안겨준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도 비슷한 상황이다. 국내 공장에 설치된 중국산 산업용 로봇 숫자는 집계되지 않지만 4대 그룹을 포함한 대기업의 지능형 스마트 공장에도 중국산 로봇이 여럿 가동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로봇업계 고위 관계자는 “여러 국내 대기업 생산시설에 중국산 산업용 로봇이 깔린 것으로 안다”며 “상당수 대기업은 일본산보다 중국산 로봇을 많이 쓴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들 중국산 산업용 로봇에 미국 정부가 블랙리스트에 올린 중국 카메라 업체 하이크비전(HIK), 다후아 등의 제품이 대거 들어갔다는 점이다. 로봇 전문가들은 중국산 산업용 로봇이 제조사 의도와 무관하게 특정 집단의 해킹을 통해 ‘산업 스파이’로 변신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첨단 제품을 생산하는 공장에서 산업용 로봇의 이동 경로나 움직임 횟수에 관한 데이터는 그 자체만으로 기업의 생산 전략을 가늠할 수 있는 중요 정보가 된다. 내장 카메라로 찍은 현장 영상은 돈을 주고 살 수 없는 핵심 정보다. 예컨대 삼성전자에 납품하는 반도체 부품업체 공장의 산업용 로봇 가동 시간과 제품 생산량이 유출되면 삼성전자의 향후 생산 및 판매 전략에 상당한 타격이 된다. 경쟁사가 삼성전자의 생산 물량을 파악해 가격과 물량을 조절할 수 있어서다.
산업계 관계자는 “중국산 산업용 로봇 보안 점검을 강화하는 동시에 국산 산업용 로봇 활성화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9일 로봇업계에 따르면 중국산 산업용 로봇은 일본, 유럽연합(EU) 등 로봇 선진국 제품 대비 20~30%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글로벌 기업의 주요 생산 거점을 빠르게 장악하고 있다. 중국 정부 보조금과 효율적인 생산 시스템, 낮은 인건비 등이 중국산 산업용 로봇에 가격 경쟁력을 안겨준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도 비슷한 상황이다. 국내 공장에 설치된 중국산 산업용 로봇 숫자는 집계되지 않지만 4대 그룹을 포함한 대기업의 지능형 스마트 공장에도 중국산 로봇이 여럿 가동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로봇업계 고위 관계자는 “여러 국내 대기업 생산시설에 중국산 산업용 로봇이 깔린 것으로 안다”며 “상당수 대기업은 일본산보다 중국산 로봇을 많이 쓴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들 중국산 산업용 로봇에 미국 정부가 블랙리스트에 올린 중국 카메라 업체 하이크비전(HIK), 다후아 등의 제품이 대거 들어갔다는 점이다. 로봇 전문가들은 중국산 산업용 로봇이 제조사 의도와 무관하게 특정 집단의 해킹을 통해 ‘산업 스파이’로 변신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첨단 제품을 생산하는 공장에서 산업용 로봇의 이동 경로나 움직임 횟수에 관한 데이터는 그 자체만으로 기업의 생산 전략을 가늠할 수 있는 중요 정보가 된다. 내장 카메라로 찍은 현장 영상은 돈을 주고 살 수 없는 핵심 정보다. 예컨대 삼성전자에 납품하는 반도체 부품업체 공장의 산업용 로봇 가동 시간과 제품 생산량이 유출되면 삼성전자의 향후 생산 및 판매 전략에 상당한 타격이 된다. 경쟁사가 삼성전자의 생산 물량을 파악해 가격과 물량을 조절할 수 있어서다.
산업계 관계자는 “중국산 산업용 로봇 보안 점검을 강화하는 동시에 국산 산업용 로봇 활성화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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