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러트닉, 대만에 "칩 생산 5대 5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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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현지 공장서 생산 압박
"대만 반도체 의존 낮출 것"
"대만 반도체 의존 낮출 것"
미국이 대만과의 무역 협상 과정에서 ‘반도체 생산을 5 대 5로 하자’고 압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은 대만에 20% 상호관세를 부과하고 있는데 관세 인하 조건으로 미국 시장용 반도체 생산의 절반은 미국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요구한 것이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29일(현지시간) 미국 뉴스네이션과의 인터뷰에서 “대만이 전 세계 반도체 생산의 95%를 차지한다면 미국은 어떻게 대만을 지킬 수 있겠느냐”며 “미국은 대만 반도체 의존도를 반드시 낮춰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내가 (대만에) 제안한 아이디어는 50 대 50”이라며 “우리가 절반, 대만이 절반을 생산하자는 것”이라고 했다.
러트닉 장관은 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가 끝나는 2029년 1월까지 미국 시장용 반도체 생산의 40%를 미국에서 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만 TSMC는 세계에서 생산되는 최첨단 칩의 90% 이상을 제조하고 있다. 사실상 독점 수준이다.
대만 행정원 경제무역판공실은 하워드 장관의 발언에 대해 “미국 측의 주장일 뿐”이라면서도 “대등한 관세 등 현안을 두고 대만·미국 간 협의가 진행 중이며, 적절한 시점에 국민에게 보고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대만 협상대표가 미국을 방문해 5차 무역 협상을 했다.
대만업계는 실현 가능성에 회의적이다. 한 대만 반도체 전문가는 “미국이 전체 반도체 생산의 절반을 차지하려면 최소 약 10년의 기간과 4000억달러가 필요하다”며 “첨단 공정, 패키징, 소재 생태계까지 갖춰야 해 단기간에는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TSMC 미국 애리조나 공장은 대만보다 다섯 배 이상 많은 비용이 소요되고 핵심 소재도 여전히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대만 안보에 결정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미국이 자국 내 반도체 생산을 늘리려고 하는 만큼 대만도 어떤 형태로든 양보가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도 있다. 대만 내에선 ‘반도체 방패(실리콘 실드)론’이 힘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대만에선 반도체 시장에서 대만의 절대적 우위 덕분에 미국이 대만 방어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란 시각이 많다. 미국에서 반도체 생산을 늘리면 반도체 방패가 약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류페이전 대만경제연구원 연구원은 “미국은 실리콘 실드를 대만의 독자적 자산에서 미·대만 공동 체계로 바꾸려는 의도”라며 “TSMC의 미국 투자 확대와 함께 인텔, 글로벌파운드리, 삼성전자의 현지 증설도 가속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혜인 기자 hey@hankyung.com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29일(현지시간) 미국 뉴스네이션과의 인터뷰에서 “대만이 전 세계 반도체 생산의 95%를 차지한다면 미국은 어떻게 대만을 지킬 수 있겠느냐”며 “미국은 대만 반도체 의존도를 반드시 낮춰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내가 (대만에) 제안한 아이디어는 50 대 50”이라며 “우리가 절반, 대만이 절반을 생산하자는 것”이라고 했다.
러트닉 장관은 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가 끝나는 2029년 1월까지 미국 시장용 반도체 생산의 40%를 미국에서 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만 TSMC는 세계에서 생산되는 최첨단 칩의 90% 이상을 제조하고 있다. 사실상 독점 수준이다.
대만 행정원 경제무역판공실은 하워드 장관의 발언에 대해 “미국 측의 주장일 뿐”이라면서도 “대등한 관세 등 현안을 두고 대만·미국 간 협의가 진행 중이며, 적절한 시점에 국민에게 보고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대만 협상대표가 미국을 방문해 5차 무역 협상을 했다.
대만업계는 실현 가능성에 회의적이다. 한 대만 반도체 전문가는 “미국이 전체 반도체 생산의 절반을 차지하려면 최소 약 10년의 기간과 4000억달러가 필요하다”며 “첨단 공정, 패키징, 소재 생태계까지 갖춰야 해 단기간에는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TSMC 미국 애리조나 공장은 대만보다 다섯 배 이상 많은 비용이 소요되고 핵심 소재도 여전히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대만 안보에 결정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미국이 자국 내 반도체 생산을 늘리려고 하는 만큼 대만도 어떤 형태로든 양보가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도 있다. 대만 내에선 ‘반도체 방패(실리콘 실드)론’이 힘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대만에선 반도체 시장에서 대만의 절대적 우위 덕분에 미국이 대만 방어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란 시각이 많다. 미국에서 반도체 생산을 늘리면 반도체 방패가 약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류페이전 대만경제연구원 연구원은 “미국은 실리콘 실드를 대만의 독자적 자산에서 미·대만 공동 체계로 바꾸려는 의도”라며 “TSMC의 미국 투자 확대와 함께 인텔, 글로벌파운드리, 삼성전자의 현지 증설도 가속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혜인 기자 he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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