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타이레놀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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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폐증 급증에 대해선 전문가들도 명확히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대체로 꼽는 이유는 분류 기준이 크게 넓어졌다는 것이다. 진단 기준이 6개에서 16개로 늘었는데, 과거엔 6개를 모두 충족해야 했지만 요즘은 16개 중 절반만 돼도 자폐증으로 분류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유전적 요인에 더불어 환경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복잡한 질병마저 정치의 영역에 들어섰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케네디가의 일원인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보건복지부 장관이 그 장본인이다. 지난 미국 대선에서 케네디가 트럼프 진영에 합류하면서부터 예견된 일이다. 트럼프는 케네디에게 자폐증 등 만성 질환의 해결사 역할을 맡겨 ‘미국을 다시 건강하게 만들겠다’(MAHA)고 했다.
그들이 자폐증의 주범으로 제시한 게 전 세계에서 가장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해열·진통제 타이레놀이다. 트럼프는 임신부가 타이레놀을 복용하면 자폐증을 유발할 수 있으니, 사용을 자제하라고 권고했다. 아세트아미노펜이 주성분인 타이레놀은 태아 기형을 야기할수 있는 이부프로펜 계열의 소염·진통제에 비해 가장 안전한 진통제로 알려져 왔는데, 트럼프의 발언으로 전 세계 임신부가 불안에 휩싸이게 됐다.
트럼프는 딱히 명확한 의학적 근거를 대지 않았다. 다만 2022년 이후 타이레놀 제조사 켄뷰 등을 상대로 자폐증 관련 소송이 500건 이상 제기됐고, 최근 미국 연구기관에서 타이레놀과 자폐증 간 연관 가능성을 제기한 보고서들은 있다. 그러나 의학계에서는 올해로 발매 70년이 된 타이레놀의 안정성에 훨씬 큰 점수를 주고 있다. 결국 미 FDA가 진위를 가리겠지만, 의사도 과학자도 아닌 트럼프가 민감한 문제를 너무 쉽게 건드렸다는 비난은 면키 어려워 보인다.
윤성민 수석논설위원 smy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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