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크 암살범, 상위 1% 성적의 백인…동성애 '혐오' 문제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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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현지시간) AP통신과 ABC·NBC 방송 등 미 언론에 따르면 이번 사건 수사에 관여하고 있는 공화당 소속 유타 주지사 스펜서 콕스는 이날 인터뷰에서 용의자 타일러 로빈슨(22)의 동거인이 트랜스젠더라고 밝혔다. 콕스 주지사는 "(로빈슨의) 룸메이트는 연인 관계로, 남성에서 여성으로 전환 중인 인물"이라며 "그(로빈슨의 룸메이트)는 수사 과정에서 매우 협조적이었으며, 이번 일에 대해 전혀 몰랐다고 진술했다"고 했다.
다만 조사 당국은 로빈슨의 범행 동기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이 사실이 관련성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고 AP 통신은 전했다.
로빈슨은 아버지의 설득으로 자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로빈슨은 미국의 대학 입학시험 ACT에서 상위 1%에 해당하는 점수를 받아 장학금을 받고 유타주립대학에 입학했다가 한 학기 만에 중퇴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선거 유권자 등록 기록에 따르면 로빈슨은 어느 정당에도 소속돼 있지 않으며, 근래 있었던 최소 두 차례 선거에서 투표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로빈슨의 부친이 은퇴한 보안관이며 몰몬교라고 알려졌고, 보수적인 집안 환경에서 자란 로빈슨이 왜 커크를 살해했는지 그 의도에 이목이 쏠렸다.
일부에선 로빈슨이 과거 그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사진이 "'그로이퍼 밈' 같다"는 반응도 보였다. 그로이퍼는 닉 푸엔테스라는 극우 활동가가 2019년부터 정치적 상징으로 활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푸엔테스는 여성의 참정권 반대, 전통적 기독교 가부장제 복귀를 주장하던 20대 정치 활동가로, 그로이퍼는 백인 민족주의, 기독교 근본주의를 주장하는 극우 청년 단체를 가리키는 말로 쓰인다.
여러 추측이 나온 가운데 콕스 주지사는 로빈슨에 대해 "분명히 좌파 이념을 갖고 있다"며 "그 정보는 그의 주변 사람들, 가족, 친구들로부터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국에 자백하지 않았다"면서 "그는 수사에 협조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더불어 콕스 주지사는 로빈슨이 "분명히 게임을 많이 하고 있었다"며 "친구들이 확인해준 바로는, 이 사람이 일종의 깊고 어두운 인터넷, '레딧 문화'(인터넷 커뮤니티 문화), 이런 다른 어두운 공간들 속으로 깊이 파고들고 있었다"고 전했다.
콕스 주지사는 로빈슨이 극단적인 '마가'(MAGA·트럼프 강성 지지층)였을 수 있다는 일각의 추측 등과 관련해 모든 정당 관계자가 섣부른 발언을 자제할 것을 촉구하면서 "나는 이 싸움에서 전혀 이해관계가 없다. 만약 이 사람이 급진화된 마가 지지자였다면, 나는 그것 역시도 똑같이 말했을 것"이라고 했다.
이번 커크 암살 사건에 소셜미디어상의 극단적인 좌우 양극화와 이를 부추기는 알고리즘이 영향을 줬다는 지적도 나온다.
콕스 주지사는 이날 NBC 방송 인터뷰에서 소셜미디어 알고리즘이 특히 젊은 층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지난 5∼6년간 발생한 모든 암살과 암살 시도 사건에 SNS가 직접적인 역할을 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심할 여지가 없다"며 "'암'이라는 표현조차 부족할 정도"라며 "이 알고리즘이 얼마나 악독한지 깨닫는 데 수십 년이 걸렸다"고 덧붙였다.
공화당 소속 제임스 랭크퍼드 상원의원(오클라호마)도 이날 미 CBS 방송에 출연해 SNS 알고리즘이 "사람을 극단으로 몰아간다"며 "SNS의 모든 알고리즘은 항상 가장 분노한 사람, 가장 큰 소리로 외치는 사람, 가장 미친 소리를 하는 사람을 올려주는데, 그런 내용이 수도 없이 반복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래서 설득력 있는 담론이나 의견이 분분한 사안에 대해 사람들이 이성적인 대화를 할 때마다 그런 내용은 옆으로 밀려나고 오직 분노에 차고 그것에 집중하는 사람 쪽으로 향하게 된다"는 견해를 덧붙였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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