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노란봉투법 다음은 '동일노동 동일임금'…법제화 '밑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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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임금데이터 대량 수집"
1일 학계 등에 따르면 고용부는 지난 18일 △‘오픈데이터 임금 포럼’(사업비 6000만원) △‘임금데이터 혁신 포럼’(사업비 4000만원) 등 두 건의 연구용역 공고를 내고 전문가 논의체 구성을 추진 중이다. 지난 17일 국정과제 보고에서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법제화를 공언한지 하루만이다.
포럼 결과를 바탕으로 내년도엔 이전보다 두배 수준의 대규모 임금 실태조사에 나선다. 관련 예산을 올해 25억원에서 54억원으로 두 배 이상 늘리고, 조사 표본도 3만3000개에서 6만6000개로 확대한다. 이는 정부가 추진 중인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과 관련한 데이터를 축적해 향후 법·제도 개편의 근거 자료로 삼겠다는 '포석'이다.
정부는 연구 성과와 실태 조사를 토대로 '임금정보 수집'과 수집된 정보의 제공 방식을 혁신하고 향후 법제화의 기초자료로 삼을 계획이다. 특히 업종·직무별 임금 수준과 격차를 보다 정밀하게 분석해, 기업과 근로자가 활용할 수 있는 ‘임금지도’를 그리고 객관적 정보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기업 내부에서 직무·직군별 임금 수준을 분포 형태로 공개·집계하는 '임금분포제'도 도입해 국가 통계로 활용한다. 예를 들어 대기업 사무직 5년차, 생산직 10년차의 평균임금과 상·하위 25% 분포를 수치화하고 이를 공개하는 것이다. 국가통계로 제도화하면 공식적 기준이 생기게 된다. 기업 입장에서는 임금 구조가 투명해져서 노동시장 내 비교 압력이 커지는 효과가 있다. 이를 통해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판단 '매뉴얼'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의 선결 조건으로 알려진 '직무급제' 확대 관련 예산도 늘린다. 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도 업종별 임금체계 확산 지원 예산도 올해 48억원에서 내년 64억원으로 증액됐다. 정부는 이를 통해 연공 중심 임금구조에서 벗어나 직무·성과 중심 체계를 확산할 방침이다. 또 일터혁신 상생컨설팅(427억원)을 통해 기업별 맞춤형 컨설팅을 제공, 노사 합의 기반의 임금개편을 뒷받침한다는 방침이다. 사실상 직무·성과 중심 체계로의 전환을 통해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제도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연내 근로기준법에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명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차별과 배제 없는 일터' 조성이라는 국정 과제의 일환이다. "중앙행정기관의 장과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동일한 사업내에서 동일노동 원칙이 지켜지도록 필요한 지원을 할 수 있으며 사용자는 동일노동에 대하여 동일한 임금을 지급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규정을 근로기준법에 신설하는 방안이 제시된다. 애당초 고용부의 국정기획위원회 업무보고에서는 내년 '사회적 대화'를 추진하고 2027년 근로기준법 개정안 마련하고 입법을 추진한다는 계획이었지만, 대통령실 업무보고에서는 올해 안에 근로기준법을 개정하고 내년 하반기 시행으로 일정이 앞당겨졌다.
노란봉투법이 본격적으로 시행된 내년 상반기를 지나 하반기에는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이 화두가 될 전망이다. 한 고용 분야 전문가는 "노사관계에 노란봉투법이라면, 고용 시장에서는 동일노동동일임금이 내년 노동시장 개혁의 최대 시험대가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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