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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무직도 공무원과 동일노동동일임금?…'공정성 논란' 증폭 [곽용희의 인사노무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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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 동일노동 동일임금 법제화 추진
    '동일가치노동' 의미 두고 '논란'
    대법조차 "사회적 합의 기준 없다" 판단
    직무급제 확대 필요하지만 노동계 반발
    현실적 난관, 현장 반발에도 "연내 입법" 추진
    전문가 "노사 갈등 보다 노노 갈등이 문제
    줄소송과 사회적 갈등 증폭 우려" 경고
    공무직도 공무원과 동일노동동일임금?…'공정성 논란' 증폭 [곽용희의 인사노무노트]
    지난달 초 대전에서 열린 이재명 대통령의 '타운홀 미팅'에서는 근로복지공단의 공무직(공공기관 무기계약직) 근로자가 마이크를 들었다. 그는 “정규직원과 동일한 업무, 동일한 노동을 하고 있지만 연봉은 1200만원이 차이가 난다”고 호소했다. 이 대통령은 “개인적 이해관계에 관한 얘기"라며 답변하지 않았지만, 온라인에선 논쟁이 벌어졌다. 공무직 차별 처우에 공감하는 의견도 있었지만 "공무직이 책임도 일도 적은 점을 감안하면 월급은 실제로 더 많다""공무원 역차별이다"“입직 경로가 다르다”는 등 비판도 적지 않았다.

    정부가 연내 근로기준법에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명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차별과 배제 없는 일터' 조성이라는 국정 과제의 일환이다. "중앙행정기관의 장과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동일한 사업내에서 동일노동 원칙이 지켜지도록 필요한 지원을 할 수 있으며 사용자는 동일노동에 대하여 동일한 임금을 지급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규정을 신설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하지만 ‘동일가치노동’을 '법의 언어'로 번역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다르지만 비슷한” 일을 어디까지 '동일'로 볼지부터 분쟁이 증폭된다. 주요 공공기관이나 관공서의 정규직·공무원과 공공기관 무기계약직(공무직) 사이에 차별(?)이 대표적 논란거리다(공교롭게도 정부는 차별철폐 정책의 시작점을 공무직으로 설정한 것으로 보인다).

    공무직과 공무원은 "동일한 업무"라고 주장하거나 "엄연히 다르다"며 발끈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지만, 어떻게 같고 다른지 법적으로 입증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대법원조차 '동일가치노동'에 대해 명확히 정의하지 못한다. 대법원은 동일노동에 대해 "직무 수행에서 요구되는 기술, 노력, 책임 및 작업 조건을 비롯해 근로자의 학력·경력·근속연수 등이 고려돼야 한다"고 설시한다(대법원 2002도3883). 무려 8가지가 넘는 요소를 설시했다. 일관된 기준이 없다는 의미다. 같은 일이어도 '동일가치'로 볼 수 있을지도 문제다. △숙련도(스킬) △책임 범위 △근무시간·교대 형태 △성과·생산성(개인·팀) △자격증·면허 등에 따라 '가치'가 다를 수 있어 계량화가 절대 쉽지 않다.

    '입직 경로'도 무시할 수 없다. 정규직은 채용 절차, 시험, 교육 과정을 거쳐 확보한 ‘지위 안정성’을 보상받는 구조다. 반면 공무직이나 비정규직은 상대적으로 낮은 진입 장벽으로 입직한 경우가 많다. 이런 과정을 무시하고 '결과적 평등'을 추구하는 게 과연 공정하냐는 시비는 피할 수 없다.

    노동의 동일가치를 어떻게 계량·가중치화 할지 신중한 사회적 합의가 우선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한 HR컨설턴트는 "직무급 도입을 위해 자동차 생산 공정에서 계량화·점수화 작업을 하면서 조립 공정과 도장 공정의 직무 가치를 다르게 하자 양쪽에서 격렬한 항의가 있었다"며 "개별 기업도 이 정도인데 국가적 차원에 법제화 도입 문제는 거대 담론"이라고 했다.

    경영·노동시장 전문가들은 한국의 연공형 임금구조와 직무급 인프라 미비를 또다른 장애물로 지적한다. 동일가치노동에 기반해 임금을 지급하려면 직무급에 기반한 임금체계 개편이 필요하지만 한국 기업의 임금체계는 근속연수를 중시하는 호봉제(연공급)에 의존하고 있다. 같은 일을 해도 근속에 따른 임금 차이가 당연시된다.

    하지만 호봉제 폐지와 직무급제 도입은 노동계에 대한 설득 작업이 필요하다. 공교롭게도 고용부는 국정기획위 업무보고에서 "(동일노동 동일임금 정책을 하려면) 직무급제 확산이 먼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지만, 대통령실에 올라간 업무보고에선 '직무급제'라는 단어가 사라졌다. 노동계의 떨떠름한 표정을 살핀 것이다.

    이처럼 수많은 현실적·물리적 난관이 있지만, 정부는 불과 4개월 남은 올해 안에 입법화에 착수한다는 다소 무리한 로드맵도 제시했다. 한 노동경제학자는 "문재인 정부 초창기 비정규직을 없애겠다며 무리하게 추진한 '비정규직 제로' 정책의 후속처럼 보인다"고 지적했다.

    특히 '법제화'란 법적 권리와 의무를 부여한다는 의미라 신중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법제화로 못 박아버리면 동일 노동에 대해 동일 임금을 주지 않는 것이 '불법'이 되고 임금 차액 청구권이나 위자료 등 각종 법적 청구권이 부여된다는 뜻이다. 준비 없는 입법화는 줄소송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윤혜영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한경CHO인사이트에 "직무에 대한 가치 평가와 각 직무 간 가치를 비교하는 작업은 결국 법원에서 이뤄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차별 소송이 전방위적으로 제기될 수 있다"고 했다.

    한 노사관계 전문가는 "한국 경제와 노사관계에 향후 영구히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문제"라며 "충분한 사회적 대화 없이 시간에 쫓기듯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추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곽용희 기자
    고용노동, 환경, ESG 담당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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