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 섭씨 30도 아래서 주로 활동
35도 넘는 폭염에 자취 감췄다가
최근 강우로 웅덩이 늘고 산란 급증
서울시 모기 예보 시스템
예보 아닌 실황 중계에 그쳐
전국적인 장대비가 늦여름까지 이어지면서 모기 서식지 인근에 물웅덩이를 형성해 산란하기 적합한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올해는 알을 깨고 나온 ‘가을 모기’가 9월 중순부터 기승을 부릴 것으로 예상돼 방제에 비상이 걸렸다. 향후 보름가량이 방제의 ‘골든타임’이 될 전망이다.
◇활동 시동…가을 모기 창궐 우려
27일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 시내 55곳에 설치된 디지털모기측정기(DMS)가 채집한 모기 개체수는 8월 셋째주(17~23일) 하루평균 1938마리로 전년 동기 대비 14.7% 증가했다. 모기가 한여름 폭염을 피해 기온이 조금 누그러진 늦여름부터 활동에 나서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하루평균 채집 모기 개체수는 7월 첫째주에 3195마리에서 다섯째주에 1442마리로 줄었다가 이달 들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8월부터 채집 건수가 줄어들기 시작한 지난해와 대조적이다.
‘여름 모기’라는 통념과 달리 올여름엔 모기가 자취를 감췄다. 변온동물인 모기는 30도 아래에서 왕성한 활동을 보인다. 낮 기온이 35도 이상까지 오른 올여름 폭염 기간에 좀처럼 활동하지 못하고 공원과 아파트, 학교 등 도심에 있는 조경수 그늘 아래에 은신했다.
숨어 있던 모기는 늦여름까지 이어진 강수로 증가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전국적인 폭우로 모기 서식지 인근에 물웅덩이가 늘어나 증식에 유리한 환경이 갖춰진 영향이다. 강원 화천, 충남 보령, 전북 김제 등엔 지난 25~26일 100㎜ 이상의 비가 내렸는데, 이후 물웅덩이가 곳곳에 형성되면서 숨어 있던 모기 성충이 알을 낳기 시작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모기는 알→유충→성충 부화까지 기온에 따라 10~16일가량 걸린다. 가을 모기는 월동을 앞두고 많은 피를 빨아들여 가려움을 더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양영철 을지대 보건환경안전학과 교수는 “늦여름에 비가 많이 내리면서 습도가 높아져 가을 모기가 창궐할 게 확실시된다”며 “지금부터 2주간 모기 유충 방제에 적극 나서야 성충 발현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2주 골든타임…지자체 분주
가을 모기의 대규모 출현이 예고되자 전국 지방자치단체는 접근이 어려운 곳에 드론까지 띄워 모기 유충을 잡는 등 방제 작업에 나서고 있다. 부화 기간과 수명, 기온, 대기상황 등을 고려할 때 앞으로 2주간이 모기 창궐을 막을 골든타임이라는 판단에서다.
인천 강화군은 지난 13일 말라리아 경보 발령 이후 농경지 등 방역 취약지에 친환경 분무 소독과 모기 유충 구제제를 투여하고 있다. 공중화장실 등 다중이용시설에 배치된 모기 기피제 분사기도 24시간 가동에 나섰다. 서울시 자치구 중 처음으로 지난해 방역 드론을 도입한 강남구는 11월까지 주 2회 드론 방역 작업을 시행한다.
모기의 활동 기간이 종전 6~8월에서 5~11월로 길어지면서 효율적 방제를 위한 모기 예보 시스템의 고도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개체수가 늘어나는 시점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어야 적정한 자원을 방제에 투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사실상 ‘실황 중계’에 그치고 있다. 서울시의 경우 개체수 추이에 대한 전망 없이 현재 활동지수와 발생 단계를 담은 ‘오늘의 모기 예보’를 당일 오전 10시에 제공하는 정도다.
서울시 관계자는 “전날 채집된 모기 수에 당일의 기온, 강수량 등을 반영해 지수를 산출하는 구조”라며 “빠르게 예보를 내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