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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론] 전작권 전환의 진짜 성공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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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첨단 전력 확보가 전부는 아냐
    軍 지휘통제 능력 발전 전제돼야

    김종하 한남대 국방전략대학원장
    [시론] 전작권 전환의 진짜 성공 조건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은 본질상 ‘지휘통제’ 영역이고, 이는 한마디로 ‘상황판단-결심’에 관한 것이다. 지휘통제란 지휘관이 임무 수행을 위해 배속된 부대에 권한과 지시를 행사하는 것으로, ‘기계’가 아니라 ‘인간’이 한다. 이 때문에 지휘관이 숙달해야 할 가장 중요한 기술은 지휘통제의 ‘술’(art), 즉 상황판단-결심 능력이다. 인공지능(AI)을 비롯한 첨단 기술은 지휘관의 상황판단-결심을 지원하는 요소에 불과하다.

    지휘통제의 핵심이 인간이라는 것을 제대로 인식해야만 전작권이 무엇인지, 또 그것의 전환에 따른 ‘한국군 주도, 미군 지원’ 구조 속에서 향후 그것이 한국군의 전쟁 기획·수행 능력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이해하는 게 가능해진다.

    미군과 비교해 볼 때 전쟁의 전술적 수준(사단장 이하), 작전적 수준(군단장·군사령관), 전략적 수준(대통령·국방부 장관)에서 한국군은 작전적·전략적 차원의 지휘통제 능력이 부족해 아직은 독자적인 전쟁 기획과 수행에 한계가 있다. 지상·해상·공중·우주·사이버 영역에서 동시에 벌어지는 전쟁 상황에서 군사령관이 작전목표 변화, 전략 변화 등 광범위한 결정을 내리는 총체적인 역량이 다소 부족한 것을 들 수 있다.

    전작권의 성공적 전환을 위해서는 첨단 전력 획득도 중요하지만, 한국군 지휘부의 지휘통제 능력을 발전시키는 노력이 더 시급하다. 이를 위해서는 첫째, 전시 합참의장과 별도로 미래연합사령관 역할을 할 수 있는 별도의 4성 장군을 합동군사령관으로 편성하는 상부 지휘구조 개편이 이뤄져야 한다. 전시에 합참의장은 군령 자문 역할만 하고, 실제 전쟁 기획과 수행은 합동군사령관이 하는 체제를 하루빨리 구축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합동군사령관이 완전한 상황판단 아래 의미 있는 작전 지침을 내리기 위해서는 장기 보직이 가능한 전쟁 기획 및 워게임 전문가(민간인+예비역)를 집중 양성해 지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만 평시 연합연습 때 전쟁 시나리오별 대응 전략을 기획하고, 반복 연습을 통해 전력 운용계획(전략자산 포함) 등을 체계적으로 수립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둘째, 각 군은 전쟁 연습 때 도출된 체계화된 제대별 대응 전략을 마련하고, 또 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군수지원상 취약점을 보완하는 능력을 함양해야 한다. 북한을 비롯한 적대국들과의 우발적인 위기 상황이 장기 소모전으로 악화할 가능성을 전제로 물자·장비·병력 확보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특히 지상군 장비와 달리 해·공군 장비는 단기간에 확보하기 어려운 만큼 동맹·파트너 국가의 방산 역량을 활용해 탄약·미사일 비축을 강화하는 방안까지 준비해야 한다.

    셋째, 각 군 대학에서 소령급 장교를 대상으로 1년간 시행하는 정규 교육 과정도 개편해야 한다. 공격·방어에 국한된 전술적 차원의 교육에서 탈피해 작전적·전략적 차원의 교육까지 하도록 해야 한다.

    특히 전략적, 작전적, 전술적 차원의 상호보완적 접근과 첨단 기술의 엄밀한 적용을 동시에 고려할 수 있도록 워게임 교육까지 철저히 해야 한다. 이렇게 해야 계급이 올라가면서 더 넓은 차원의 지휘통제 능력을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가능하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첨단 전력 획득만이 전작권 전환을 성공적으로 이끄는 해결책으로 보는 유혹을 경계해야 한다. 인간의 중요성을 항상 인식해야 한다. 한국군 지휘부의 지휘통제 능력을 발전시키지 않으면 전작권 전환 이후 독자적인 전쟁 기획·수행 능력을 발휘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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