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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달의 여행] 예를 알고, 풍류를 즐기노라. 선비세상 영주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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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세상의 것이 아닌 듯한 희방폭폭의 절경
    경전 읽는 유생 만나는 소수서원
    살아있는 선비의 세상, 선비세상
    디지털 세상에서 아날로그 경험은 일상을 버티는 힘이 된다. 속도를 낮춰 걸으며 나와 세상을 찬찬히 바라보는 시간을 갖는다. 이로운 세상을 위해 쓴소리 뱉기를 두려워하지 않은 선비들의 세상도 흥미롭게 경험한다.
    초보자도 쉽게 오를 수 있는 희방폭포 가는 길(사진=이효태)
    초보자도 쉽게 오를 수 있는 희방폭포 가는 길(사진=이효태)
    세대불문 걷기 여행이 붐이다. 영주에도 아름다운 걷기 여행길이 있다. 총 길이 143km, 12개 자락(구간)으로 소백산국립공원을 한 바퀴 아우르는 소백산자락길이다. 3코스 이편에는 소백산의 비경 중 하나인 아름다운 폭포가 숨어있다. 소백산맥 최고 봉우리인 비로봉(1439m)을 오르는 길목, 해발 약 760m 지점에서 만나는 희방폭포다. 주차장에서 희방폭포는 10여 분 거리, 초보자도 쉬이 오를 수 있는 가벼운 산길이다.
    포말을 일으키며 떨어지는 물줄기, 시름도 날아간다(사진=이효태)
    포말을 일으키며 떨어지는 물줄기, 시름도 날아간다(사진=이효태)
    연화봉에 발원한 폭포는 소리도 자태도 이 세상의 것이 아닌 듯하다. 높이 28m, 고개를 저만치 쳐들어야 그 시작과 끝이 잡히고, 포말을 일으키며 떨어지는 하얀 물줄기는 시름을 날려버리라는 듯 경쾌하기 그지없다. 한참을 희방폭포에 넋을 빼고 있다가 희방사를 올랐다. 비를 머금은 듯 촉촉한 나무 계단 160여 개를 오르면 닿는 사찰이다.
    고즈넉한 사찰, 희방사. 여름에는 템플스테이도 경험할 수 있다(사진=이효태)
    고즈넉한 사찰, 희방사. 여름에는 템플스테이도 경험할 수 있다(사진=이효태)
    폭포만 보고 갔으면 영 서운했을 희방사는 고즈넉하고 따뜻한 정감이 감돈다. 극락교 저편에는 중심전각인 대웅보전이, 이편에는 지장전, 종각이 이웃해 아늑하면서도 웅장한 느낌을 전한다. 새벽 어스름 소백산 뭇 생명을 깨우는 범종의 울림은 얼마나 깊을까. 그 울림 한 번 들어봤으면, 희방폭포를 마주할 때처럼 종각 앞에 한참을 머물렀다.

    앞선 여행에서 풍기인삼과 신재 주세붕 선생을 만났으니, 둘째날에 이르러 선비의 길을 본격적으로 따라나선다. 영주 '선비정신의 산실'이라고 할 수 있는 소수서원의 원래 이름은 백운동서원, 풍기인삼의 창시자인 신재 주세붕 선생이 고려말 학자 안향을 기리기 위해 세웠다.
    소나무가 숲을 이룬 소수서원(사진=이효태)
    소나무가 숲을 이룬 소수서원(사진=이효태)
    백운동서원은 1549년 퇴계 이황이 풍기군수 시절 나라에 건의해 ‘소수서원’ 사액을 받았다. 이는 소수서원이 공인된 사립고등교육기관(한국 최초의 사립대)으로 거듭났음을 가리킨다. 무려 4000여 명의 유생을 배출한 소수서원은 조선시대 나라의 중심 이념인 성리학을 탐구하고, 선비들이 인격을 갈고닦는 심신 수양의 산실로 자리했다.
    경전을 성독하는 유복 차림의 소삼회 회원, 강학당의 명장면(사진=이효태)
    경전을 성독하는 유복 차림의 소삼회 회원, 강학당의 명장면(사진=이효태)
    강학당에서는 이를 상징하는 특별한 장면도 연출된다. 영주 소삼회 회원들이 경전을 성독하는 유복 차림의 유생으로 분해 선비의 하루를 조명하는 것이다. 하나의 작은 이벤트로 소수소원의 생동감은 더욱 커진다.
    소수박물관의 실감영상관(사진=이효태)
    소수박물관의 실감영상관(사진=이효태)
    아름드리 소나무가 그늘을 드리우는 서원 둘레길은 서원에서 10여 분 거리인 소수박물관과 연결된다. 지하 1층, 지상 2층으로 이뤄진 박물관은 소수서원의 소장 유물을 다채로운 디오라마로 조명하고, 기증받은 2만여 점의 유물과 시즌마다 달라지는 기획 전시도 관람객의 방문을 이끈다.
    선비세상 주출입구(사진=이효태)
    선비세상 주출입구(사진=이효태)
    인터렉티브 미디어로 만나는 선비의 생애, 선비세상
    지난 2022년 개관한 선비세상은 우리나라에 둘도 없는 선비 테마파크다. 한옥, 한복, 한식, 한지, 한글, 한음악 등 6개 테마를 바탕으로 선비의 가치와 정신을 배우고, 체험할 수 있다. 선비세상은 다채로운 인터렉티브 콘텐츠로 남녀노소의 자연스러운 참여를 유도한다.
    선비세상의 한복체험(사진=이효태)
    선비세상의 한복체험(사진=이효태)
    특히 한복촌의 주무대라고 할 수 있는 한복문화관은 인상적이다. 갓, 깃, 고름, 끝동, 탕건, 관자 등 의관 정제를 중요시했던 선조들의 복식과 몸가짐을 살펴보고, 직접 의복을 입어보고 체험하는 시간도 가질 수 있다. K-문화를 상징하는 명소로도 손색없다.
    한복문화관, 자동인형극 <여우도령 어른됐네!> (사진=이효태)
    한복문화관, 자동인형극 <여우도령 어른됐네!> (사진=이효태)
    정해진 시간마다 운영하는 자동인형극 <여우도령 어른됐네!>도 한복문화관에서 관람할 수 있다. 문화관 조명이 꺼지자, 대형 오토마타(스스로 움직이는 기계)로 영주 도령의 파란만장한 성장 스토리가 펼쳐진다. 선비정신이 애민정신과 다름없음을 인형극을 보며 또 한 번 깨우친다.
    영주도령의 성장스토리를 흥미진진하게 보여주는 인형극(사진=이효태)
    영주도령의 성장스토리를 흥미진진하게 보여주는 인형극(사진=이효태)
    한옥촌에서는 선비들이 일상에서 중시했던 ‘다례’를 흥미로운 체험으로 경험할 수 있다. 다도 선생님의 가르침 아래 약 30분, 차를 대접하는 사람인 팽주이자 손님의 관점에서 차를 내리고, 음미하는 과정에 참여한다.
    한옥촌의 다례 체험(사진=이효태)
    한옥촌의 다례 체험(사진=이효태)
    버튼만 누르면 뚝딱, 커피 한 잔이 만들어지고, 겨울에도 얼음 넣은 커피를 고집하는 현대인들에게 다례의 시간은 인내 그 자체다. 붙잡지 않으면 들뜨기 마련인 생각과 복잡한 마음길을 정돈하기 위해 선비들은 느리고 고요한 다도를 유희이자 습관으로 삼았을 것이다. 가을 바람이 선비의 세상을 맴돈다.
    선비세상의 전통가옥(사진=이효태)
    선비세상의 전통가옥(사진=이효태)
    정상미 기자 vivi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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