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만든 정주영, 길 닦은 정몽구
'포니'로 출발해 기술 자립 추진
품질경영 앞세워 해외시장 진출
"패스트 팔로어서 진정한 리더로"
'퀄리티' 끌어올린 정의선
선대 정신 이어받아 '품질' 고수
브랜딩 강화해 '글로벌 빅3' 안착
내달 수상…"혁신 여정 계속할 것"
“현대자동차그룹 3대(代) 경영진은 폐허였던 대한민국을 세계적인 제조 강국이자 자동차 왕국으로 탈바꿈시키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올해 창간 100주년을 맞은 미국 자동차 전문 매체 오토모티브뉴스는 18일 고(故) 정주영 창업회장과 정몽구 명예회장, 정의선 회장으로 이어지는 현대차그룹 3대 경영진을 ‘100주년 기념상’ 수상자로 선정하며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1925년 창간한 오토모티브뉴스는 세계에서 가장 공신력 있는 자동차 전문 매체로 꼽힌다.
오토모티브뉴스는 이날 ‘정의선 회장, 가문의 유산을 토대로 현대차와 기아, 제네시스를 새로운 위상으로 도약시키다’라는 제목의 기획 기사를 통해 “정 회장은 정 창업회장과 정 명예회장이 일군 원대한 비전과 불굴의 의지, 끊임없는 혁신의 유산을 이어받았다”며 “현대차그룹은 ‘패스트 팔로어’(추격자)에서 디자인과 품질, 기술 측면에서 진정한 리더로 변모했다”고 평가했다.
◇‘개척자’ 정주영·‘글로벌’ 정몽구
정 창업회장은 건설과 자동차, 조선업을 개척해 한국의 산업화를 이끈 국내 대표 기업인이다. 1946년 서울 초동에서 자동차 정비업체 현대자동차공업사를 창업한 데 이어 1950년 현대건설을 설립해 국토 재건과 경제 부흥에 앞장섰다. 그는 “국토가 인체라면 도로는 혈관이고, 자동차는 혈관 속을 흐르는 피와 같다”며 경부고속도로 건설을 도맡고 자동차산업에도 뛰어들었다. 1967년 현대차를 설립해 자동차산업 불모지인 한국에서 독자 모델 포니를 개발하고 기술 자립을 추진했다.
정 명예회장은 1998년 기아를 인수한 뒤 2000년 현대차그룹으로 독립했다. 그가 가장 힘을 쏟은 건 품질 개선 및 연구개발(R&D)이었다. 몰라보게 달라진 품질 경쟁력과 상품성을 앞세워 미국, 유럽 등 선진 시장은 물론 인도, 중국, 브라질 등 신흥 시장도 차례차례 뚫었다. 그렇게 변방의 작은 자동차 회사는 미국 제너럴모터스(GM), 일본 도요타 등과 다투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1997년 연 200만 대를 밑돌던 현대차·기아 판매량은 지난해 723만 대로 세 배 넘게 증가했다. 같은 기간 수출 물량도 87만 대에서 216만 대로 크게 불어났다. 현대차와 기아의 판매량이 늘어날 때마다 국내 자동차 부품업계도 함께 커졌다. 정 회장은 오토모티브뉴스에 “창업회장의 고객 중심 경영 철학과 명예회장의 품질·안전 신념은 현대차그룹의 경영 철학에 깊이 각인돼 있다”고 설명했다.
◇‘모빌리티 게임체인저’ 정의선
2020년 취임한 정 회장의 행보는 세계 자동차업계의 관심사였다. 판매 대수 등 외형뿐 아니라 영업이익률 등 내실도 글로벌 톱 수준으로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무슨 일이 있어도 품질은 양보하지 않았고, 디자인과 편의사양 등 상품성을 끌어올리는 데 힘을 준 덕분이었다. 현대차·기아는 2022년부터 올해까지 4년 연속 ‘세계 올해의 자동차’를 배출했다.
높아진 상품성은 실적에 그대로 반영됐다. 현대차그룹은 2022년 글로벌 판매 3위에 오른 뒤 3년째 ‘빅3’ 자리를 지키고 있다. 올해 상반기 기준 현대차와 기아의 합산 영업이익률(8.7%)은 도요타(9.2%)에 이어 2위다. 정 회장은 수소와 소프트웨어중심차량(SDV), 로보틱스, 자율주행, 미래항공교통(AAM) 등 미래 기술에 과감히 투자해 모빌리티 영역을 재정의하고 있다.
정 회장은 다음달 10~11일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열리는 ‘오토모티브뉴스 콩그레스’에 참석해 100주년 기념상을 받는다. 정 회장은 “혁신은 인류를 지향해야 하며, 진정한 진보는 삶을 향상할 때 의미가 있다”며 “인류의 풍요로운 삶과 지구를 위한 혁신의 여정을 멈추지 않겠다”고 말했다. 100주년 기념상 수상 리스트에는 도요다 아키오 회장 등 도요다 가문과 메리 배라 GM 회장, 빌 포드 포드자동차 회장 등도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