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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일훈 칼럼] 광복 80년, 피크는 아직 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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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중·일 경쟁-대립 구도에서
    인구 면적 군사력 절대 열세

    국력 끌어올릴 핵심 동력은
    산업·기술·인재와 지도자 리더십

    대통령이 세계로, 미래로 나아가면
    국민, 기업도 신명나게 뛸 것

    조일훈 논설실장
    [조일훈 칼럼] 광복 80년, 피크는 아직 오지 않았다
    이재명 대통령이 미국과의 관세협상을 마친 뒤 “국력을 키워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소회를 밝혔다.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았는지 “이가 흔들렸다”고 했다. ‘일 잘하는 대통령’ ‘유능한 정부’를 내건 마당에 초강대국의 일방통행 앞에서 ‘국력’이라는 단어를 고통스럽게 곱씹었을 것 같다.

    내일은 광복 80주년. 국가적 소회가 특별하지 않을 수 없다. 20세기 전후 동아시아의 패자(霸者)는 일본이었다. 메이지 유신 이후 유럽 문명의 우월한 지식과 기술을 받아들인 일본은 오래전에 화약, 나침반, 인쇄술을 발명하고도 근대국가로의 변태(變態)에 실패한 중국을 압도했다. 봉건적 거대 아시아와 근대 유럽의 대충돌이었기에 그 과정은 필연적으로 잔혹하고 폭력적이었다.

    일본은 조선을 병합했고 만주에 괴뢰국을 세웠으며 한때 중국 대부분을 점령했다. 만약 일본이 아니었더라도, 1895년의 ‘삼국간섭’이 증명하듯이 아시아는 영국 러시아 독일 프랑스 같은 유럽 열강의 손아귀에 넘어갔을 운명이었다. 그것이 유럽과 아시아의 엄연한 격차였고 당시 중국과 조선의 어느 정치 지도자도 피할 수 없는 재앙이었다. 조선은 열강의 틈바구니에서 벗어나기 위해 1897년 대한제국을 선포했지만 정작 국가를 지켜줄 군사도 재정도 동맹도 없었다. 무엇보다 자강과 독립 의지로 충만한 근대적 의미의 국민이 형성돼 있지 않았다.

    국력은 한 나라 스톡(stock)·플로우(flow)의 융합적 역량이다. 스톡은 인구와 국토 면적, 군사력의 크기가 결정한다. 플로우는 자본과 기술, 주변국과의 관계가 핵심 요소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지 80년이 지났지만 한·중·일 3국은 아직도 뚜렷한 동질성이나 유대감을 찾아보기 어렵다. 상호 협력보다는 긴장과 갈등, 경계와 경쟁의 관계다. 자유주의라는 공통의 가치를 추구하는 한국과 일본조차 그렇다. 일본은 중국의 센카쿠 열도 영유권 주장에 그토록 분개하면서 우리를 상대로 독도 영유권 분쟁을 서슴지 않는다.

    중국의 가파른 경제성장과 대만 위협, 북한 핵·미사일의 고도화는 지역 내 안정과 세력 균형을 상시적으로 위협한다. 그렇다고 우리가 이들을 피할 길이 있는 것도 아니다. 어리석은 확인이지만, 땅은 결코 이사 갈 수 없다. 대한민국은 과거 조선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자강을 이뤘음에도 동아시아 지형 내 스톡은 최약체, 플로우에는 심각한 경고등이 들어와 있다.

    우리가 단기간에 핵무기를 보유할 수는 없다. 국토도 넓힐 수 없다. 인구 감소는 더 답답하다. 동아시아 삼국지에서 스톡 경쟁은 절대 불가다. 인구가 줄어드는 나라는 세수도 감소한다. 일본 재정이 지난 30년 사이 실증적으로 보여줬다. 공교롭게도 그들의 ‘잃어버린 30년’과 겹친다. 한국은 그 30년의 방황을 기민하게 파고들어 3만달러 시대에 안착했다. 이제 한국 인구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때맞춰 중국 자본과 상품이 물밀듯이 들이닥치고 있다. 우리가 국력 지렛대로 삼을 것은 자본, 기술, 인적 역량밖에 남지 않았다. 이런 자원들은 국토, 인구와 달리 한계가 설정돼 있지 않다. 천장이 뚫려 있다. 그것이 우리의 유일한 희망이다.

    대전환의 시대,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새로운 국제질서가 태동하고 있다. 이런 시기에 국력을 키우려면 자유대한민국이라는 우리 내부의 정체성과 방향성을 분명히 하고 국민 통합을 일궈야 한다. 지도자가 분열적 고립적 사고를 벗어나지 못해 국권을 상실한 것이 바로 조선의 파탄이었다. 조선의 멸망 코드를 다시 기억하자. 군사 재정 동맹이다. 이것을 현대적 코드로 재해석하면 산업 재정 동맹이다. 역사가 아무리 돌고 돌아도 변치 않는 흥망의 진실이다.

    한국인은 대통령을 보고 산다. 정치 과잉이든, 개딸적 열정이든, 현실이 그렇다. 대통령 지지율이 높으면 국민도 신이 난다. 대통령이 활기차게 미래로 세계로 나아가면 기업들도 앞다퉈 뛴다. 대통령부터 앞장서 피크 코리아에 대한 불안과 공포를 걷어내야 한다. 한국이 지난 80년간 눈부신 성취를 일궜다고는 하지만 이제 고작 세계 총생산(GDP)의 2%에 도달했을 뿐이다. 이웃 나라 중국은 17%, 일본은 한때 15%를 찍었다. 광복 80년, 태양은 아직 중천에 걸려있고 갈 길은 많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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