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라더니 찔끔…'예약 취소'에 영업 망친 골프·캠핑장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기상청, 年1000억 투자에도
예보 정확도 40%대 불과
골프장 "예약취소 20~30% 증가"
농가도 오보에 작물수확 애먹어
강수예보 적중률 5년간 '제자리'
이상기후에 예측 점점 어려워져
"AI 예보 시스템 고도화 필요"
예보 정확도 40%대 불과
골프장 "예약취소 20~30% 증가"
농가도 오보에 작물수확 애먹어
강수예보 적중률 5년간 '제자리'
이상기후에 예측 점점 어려워져
"AI 예보 시스템 고도화 필요"
올 들어 기상청 강수 예보의 정확도가 40% 안팎으로 추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가 온다고 예보했지만 실제 비가 오지 않거나 반대로 비가 내리지 않는다고 했는데 비가 쏟아진 사례가 열번 중 여섯 번에 달했다는 얘기다. 이처럼 강수 예보의 정확도가 떨어지며 농가, 레저업계 등에서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기상예보 적중률 40% 머물러
기상청이 연간 1000억원 넘게 관측·예보 장비에 투자하지만 예보 정확도는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올해 기상청 연구개발(R&D) 사업 예산은 1318억원으로 전년 대비 28.1% 증가했다. 천리안위성 5호(195억원)와 국가 기후예측 시스템(48억원)을 개발하기 위해서다. 기상청이 2019년 구축한 한국형수치예보모델(KIM)에 789억원, 2021년 도입한 슈퍼컴퓨터 5호기 두 대에 628억원이 투입됐다.
기상청의 오보는 여름철인 7~8월 더욱 빈번해졌다. 이날도 오후 3시께 예고에 없던 소나기가 서울 광화문 일대에 쏟아져 청계천을 걷던 시민들이 깜짝 놀라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기상청은 오전 11시 예보에서 강원·경북 산지인 태백산맥 일대에만 5~20㎜의 소나기가 내릴 것으로 예보했다. 불과 4시간 이후인 초단기 예보조차 빗나간 셈이다. 지난 6일에도 기상청은 출근길에 최대 100㎜ 비가 쏟아질 것으로 예보했지만 서울에선 22㎜의 비가 내리는 데 그쳤다.
물론 기상청도 할 말은 있다. 세계적인 이상 기후 현상으로 기상 예측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한쪽에선 극한호우가 쏟아지는데 불과 10여㎞ 떨어진 곳에선 비가 거의 내리지 않기도 한다. 3일 밤 전남 무안에서는 290㎜ 가까운 기록적인 폭우가 관측됐지만 인접한 목포에선 고작 30㎜의 비만 내렸다. 기상 전문가인 반기성 케이클라이밋 대표는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수치 예보 시스템을 고도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장사 공치고 작황 부진 잇달아
기상청의 빗나간 예보로 농작물을 키우고 수확하는 농가의 피해도 커지고 있다. 강원 정선군에서 곤드레, 산양삼, 고추 등을 키우는 김영희 씨는 올해 곤드레 판매를 늘리기 위해 밭을 6600㎡나 더 샀지만 올여름 총수확량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에 그쳤다. 김씨는 “기상청 비 예보에 맞춰 비료를 뿌려놨는데 비가 전혀 오지 않아 낭패를 보기 일쑤였다”며 “비료가 물에 충분히 녹지 않아 이파리가 새까맣게 타버려 못 쓰게 된 곤드레가 수두룩하다”고 했다.골프장, 캠핑장 등 야외 레저 관련 업체도 울상이다. 경기 가평의 한 캠핑장 운영업체는 기상청 호우 예보에 따라 혹시 모를 불상사를 막기 위해 고객들의 예약 취소 요구를 모두 받아줬다. 그러나 정작 당일에 비가 거의 내리지 않아 장사만 공친 셈이 됐다. 경기 안성에서 골프장을 운영하는 강모씨는 “예약 취소가 작년보다 20~30%가량 늘어 올해 실적이 매우 부진하다”고 했다.
류병화 기자 hwahwa@hankyung.com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