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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 국산콩 남아돌자 콩수입 축소…'두부 대란' 조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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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년보다 3.5만t 줄여
    "국산 3배 비싸 단가 못 맞춰"

    국산콩 재고량 총 8.6만t 달해
    남아도는 콩, 결국 민간에 떠넘겨
    전국 1400여개 영세 두부업체들
    두부·된장 가격 인상 엄두도 못내
    "10월부터 공장 가동 중단 우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수입 콩을 쓰는 경기 고양시의 한 두부 제조업체는 조만간 공장 가동을 멈춰야 할 상황에 놓였다. 정부가 국산 콩 사용을 장려한다며 올해 콩 수입량을 줄여 원료를 조달하기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이 회사 대표는 “국산 콩은 수입 콩보다 세 배 정도 비싸 두부 원료로 쓰기 어렵다”며 “수입 콩 쿼터를 작년 수준으로 유지해야 공장을 돌릴 수 있다”고 했다.

    ◇ 수입 콩 공급량 13% 줄어

    두부와 된장 등의 원료로 쓰이는 수입 콩(대두) 공급량이 대폭 줄면서 ‘두부 대란’이 일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28일 농림축산식품부 등에 따르면 올해 초 고시한 수입 콩 공급량은 지난해와 비슷한 28만1360t이었으나 최근 정부 계획이 변경돼 올해 콩 수입량이 전년보다 13%(3만5179t) 줄었다.

    정부는 부족분을 국산 콩으로 채울 방침이다. 농식품부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를 통해 수매한 국산 콩 물량은 최근 3개년간 8만6000여t이다. 수입 콩을 원료로 쓰는 식품 제조사에는 비상이 걸렸다. 국산 콩 가격이 세 배 이상 비싸 수입 콩을 대체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해서다. 박원태 한국연식품협동조합연합회 전무는 “콩 수입량이 감소한 만큼 9~10월부터 두부나 장류 제조에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경기도 고양시의 한 콩가공식품 제조업체에서 직원이 두부를 생산하고 있다.  이정선 선임기자
    경기도 고양시의 한 콩가공식품 제조업체에서 직원이 두부를 생산하고 있다. 이정선 선임기자
    올해 들어 정부가 수입 콩 공급량을 줄이겠다는 방침을 처음 밝힌 때는 지난 3월이다. 농식품부와 aT가 마련한 간담회 자리에서다. 정부는 당시 간담회에 참석한 한국장류협동조합, 한국연식품협동조합연합회, 한국콩가공식품협회 등에 “수입 콩 대신 남아도는 국산 콩을 매입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후 일부 콩 가공업체가 aT가 비축한 국산 콩을 매입했으나 가격이 훨씬 낮은 수입 콩 수요가 워낙 많아 전체 수급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올해 초 고시된 수입 콩 물량은 원래 28만1360t으로 예년과 비슷했지만 정부가 수입량을 축소하면서 올해 수입 콩 공급량은 24만6181t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미국 캐나다 호주 중국 등에서 들어오는 수입 콩은 저율할당관세(TRQ) 방식이 약 80%,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해 무관세로 들어오는 물량이 20% 정도다.

    두부 제조업계는 정부의 수입 대두 운영 물량 감축에 따라 올해 콩 수요량에 비해 공급량이 평균 2~3개월어치 부족할 것으로 추산한다. 충북 음성 콩 제조업체 맑은물에 김석원 대표는 “10월부터는 공장을 돌리기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정부가 조속히 콩 수입량을 늘려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 “비싼 국산 콩 재고 떠넘기기”

    정부, 국산콩 남아돌자 콩수입 축소…'두부 대란' 조짐
    정부가 올해 수입 콩 쿼터를 대폭 줄이는 것은 국산 콩이 남아돌기 때문이다. 농식품부 등에 따르면 2022~2024년 aT가 비축한 국산 콩 재고량은 8만6210t이다. 정부는 쌀 소비량이 줄어드는 상황을 고려해 논에 콩을 심도록 장려하고 ‘전략 작물 직불제’를 통해 이를 수매하고 있다. 국산 콩 수매에 들어간 예산은 4000억원에 이른다.

    농식품부와 aT는 이 중 올해 3만3000t 소진을 목표로 삼고 있다. aT는 수매가보다 낮은 가격에 국산 콩 매수를 권유하고 있으나 역부족이다. 국산 콩과 수입 콩 시장이 이원화돼 있어서다. 수입 콩은 ㎏당 1400원 정도지만 국산은 5000원 선으로 3.5배 비싸다. 정부 요청에 따라 그동안 소진된 국산 콩은 6000t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두부 제조사 관계자는 “정부가 국산 콩을 장려한다는 명분으로 수입 콩 공급량을 줄이겠다는데, 비싼 국산 콩 재고량을 민간 업체에 떠넘기면 결국 콩 제조업체와 소비자들이 피해를 본다”고 비판했다.

    콩 가공업계는 국산 콩이 비싸 두부와 된장 등의 판매 가격을 올려야 하지만 소비자들이 외면해 판로가 막힌다고 호소한다. 연식품조합, 장류조합 등 콩 가공 단체 10여 곳은 이달 18일 농식품부에 수입 콩 쿼터를 늘려달라고 요청하는 건의문을 보냈다. 박 전무는 “전국에 있는 1400여 개 중소 두부 제조업체 가운데 연 매출이 10억원도 안 되는 영세업체가 대다수여서 국산 콩으로 대응하기 어렵다”며 “공급난이 본격화하는 10월부터 공장 가동을 멈추거나 폐업하는 곳이 속출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부가 콩 수급 계획을 세밀하게 짜지 못한 채 국산 콩 재배를 늘려 시장 혼란을 자초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업계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운영 계획을 재검토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이정선 중기선임기자 leewa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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