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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현우 기자의 키워드 시사경제] 딱 한 주로 거부권 휘두르는 '마법의 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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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금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 외곽의 US스틸 공장을 방문해 직원들과 대화하고 있다. /한경DB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 외곽의 US스틸 공장을 방문해 직원들과 대화하고 있다. /한경DB
    일본제철이 미국 철강산업을 상징하는 기업인 US스틸을 손에 넣는 데 성공했다. 일본제철은 지난 18일 US스틸 인수 비용 141억 달러(약 19조4000억원)를 납입하고 모든 인수합병(M&A) 절차를 마쳤다고 발표했다. 뉴욕증시 상장사이던 US스틸은 일본제철의 완전 자회사로 편입되면서 이날 상장폐지됐다. 일본제철은 경영상 중요 사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황금주(golden share)’ 한 주를 미국 정부에 발행했다고 밝혔다.

    US스틸 인수한 일본제철, 美 정부에 황금주 발행

    황금주란 단 한 주만 보유하고 있어도 주주총회에서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주식을 말한다. 미국 정부는 이 황금주를 활용해 US스틸의 본사 이전, 사명 변경, 공장 가동 중지, 투자 계획 철회 등에 제동을 걸 수 있게 됐다.

    황금주는 1984년 영국이 브리티시텔레콤(BT)을 매각하면서 처음 등장했다. 정부 소유 통신사였던 BT를 민영화한 뒤에도 최소한의 공익성을 유지하기 위한 안전장치였다. 이후 네덜란드, 스페인, 이탈리아 등 유럽에서 황금주를 채택하는 국가가 줄을 이었다. 다만 주주 간 평등권을 해친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유럽연합재판소가 2002년 황금주 폐지를 권고한 이후 ‘본토’인 유럽에서는 사라지는 추세이기도 하다.

    일본제철이 황금주를 쥐여준 것은 US스틸이 해외 자본에 넘어가는 걸 탐탁지 않게 여긴 미국 정부를 설득하기 위한 고육지책에 가까웠다. US스틸은 1901년 피츠버그에서 설립돼 제2차 세계대전까지 큰 호황을 누렸고, 한때 세계 시가총액 1위를 하던 기업이다. 하지만 20세기 후반 들어 일본, 중국, 독일 등의 철강 기업에 밀려 사세가 기울었다. 조강 생산량 기준 일본제철은 세계 4위, US스틸은 24위다.

    일본제철은 2023년 12월 US스틸 인수 계획을 발표했지만 여러 차례 난관에 부딪쳤다. 미국 대선을 앞두고 이 문제가 정치적으로 쟁점화했고, 조 바이든 당시 대통령은 퇴임 직전인 올 1월 ‘매각 불허’ 결정을 내렸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대선 후보 때는 US스틸 매각에 부정적이었다. 하지만 이 회사는 이미 자생력을 잃어버린 상황이었기에 투자금을 수혈받는 대신 미국 내 생산 기반을 지켜 ‘실속’을 차리는 쪽으로 입장을 선회했다. 트럼프는 지난 4월 ‘인수 불허 재검토’를 지시한 데 이어 이달 13일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를 허용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日 언론 “나중에 족쇄 될 수도…”

    임현우 한국경제신문 기자
    임현우 한국경제신문 기자
    일본제철은 인구가 줄어드는 내수시장에서는 생존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해외 진출을 확대해왔다. US스틸을 품에 안은 일본제철은 조강 생산량이 연간 4364만 톤에서 5782만 톤으로 늘면서 3위인 중국 안강그룹(5955만 톤)을 바짝 쫓게 됐다. 현지 언론은 황금주가 일본제철에 족쇄가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경기가 나빠져 미국 내에서 수익을 올리기 힘든 국면에 빠져도 경영 전략을 전환하기 어려울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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