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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자칼럼] 선관위의 '유감' 타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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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자칼럼] 선관위의 '유감' 타령
    국회의원 등 선출직 공직자에게 영원한 ‘갑’은 유권자다. 그런데 이보다 더한 ‘슈퍼 갑’이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지역 공무원들이다. “선거법을 잘 지키면 될 것 아니냐”는 말에 한 지역구 국회의원은 “선거법이 너무 복잡한 데다 선관위 해석에 따라 코에 걸면 코걸이 식이 될 수 있어 우리에게 저승사자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선관위는 제도적으로도 ‘언터처블’이다. 헌법(114조 1항)에 근거를 둔 독립기관이라는 명분으로 감사원 감사를 받지 않는다. 유일한 견제 장치가 국회 국정조사인데, 슈퍼 갑인 만큼 어물쩍 넘어가는 수가 많다. 연방선거관리위원회가 제도 개선 업무를 하고 선거 관리는 주 정부에 맡기고 의회의 감독을 받는 미국, 총무성이 선거 관리를 하며 통제하는 일본 등과 확연히 다르다. 견제가 없으니 친인척 채용 비리 등 적폐를 쌓아왔다.

    오기는 또 어떤가. 북한의 해킹 공격을 수차례 받고도 알지 못했다. 그래 놓고 국가정보원의 보안 점검을 거부하다가 여론의 질타를 받고서야 수용했다. 투표용지 바꿔치기 우려에도 사전투표 시 투표관리관 현장 날인이 아니라 사전 인쇄된 날인을 고수하고 있다. 공직선거법엔 날인을 의무화하고 있으나 인쇄 날인으로 대신할 수 있도록 한 공직선거관리규칙을 내세운다. 시간과 인력 부족을 이유로 대나 법보다 규칙이, 선거 공정성보다 편의성이 우선할 수는 없다.

    소쿠리·대리 투표, 투표용지 외부 반출 등 잇단 선거 관리 부실에 더해 이번엔 애꿎은 유권자를 음모론자로 모는 일까지 일어났다. 지난 대선 사전투표 때 기표된 용지가 발견됐다는 신고에 따라 경찰이 수사한 결과 투표사무원의 실수로 드러났다. 회송용 봉투를 잘못 배부하면서 일어난 일이다.

    선관위는 사실관계를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채 곧바로 “혼란을 부추길 목적으로 일으킨 자작극으로 의심된다”며 책임을 떠넘겨 버렸다. 이런 황당한 일을 벌여놓고도 선관위는 단지 ‘유감’이라고만 했다. 국민을 모셔야 할 선관위로부터 모욕적 자작극 오해를 받은 유권자의 불쾌감은 어떻게 보상할 건가.

    홍영식 한국경제매거진 전문위원 y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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