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경영권 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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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가 긴 가족 기업은 바람 잘 날이 없다. 아버지에게 홀대받는 자녀들이 외부 투자자와 손잡고 반기를 드는 일이 심심찮게 터진다. 경영권 분쟁은 회사의 경쟁력에 악영향을 주기 마련이다. 최우선 목표가 경영권 방어로 바뀌면 핵심 인재가 이탈하고, 브랜드 가치도 훼손되기 십상이다. 구찌처럼 아예 회사가 남의 손으로 넘어가는 사례도 적잖다. 한국에도 경영권 분쟁을 겪는 기업이 수두룩하다. 2022년 175건이던 국내 상장사의 경영권 분쟁소송 공시가 2023년 266건으로 증가했다. 지난해엔 300건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과거엔 후계자로 선택받지 못한 자녀 대부분이 서운한 마음을 속으로 삭였다. 창업 세대의 유훈이 갖는 무게감 때문이다. 하지만 요즘은 세태가 달라졌다. 아들은 물론 딸들도 자기 몫을 당당하게 주장한다. 자신의 몫이 유류분(법정상속분의 50%)에 못 미치면 소송부터 거는 게 보통이 됐다. 상속세 부담이 누적돼 오너의 지분율이 뚝 떨어진 것도 경영권 분쟁이 잦아진 이유로 꼽힌다. 가족들과 외부 투자자가 합종연횡하면 최대주주와 지분 싸움이 가능한 회사는 주변에서 먼저 소송을 부추긴다.
콜마그룹 창업주인 윤동한 회장이 장남 윤상현 부회장에게 증여한 지주회사 지분을 반환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는 소식이다. 윤 부회장이 건강기능식품 분야를 물려받은 동생 윤여원 사장과 갈등을 빚자, 아버지가 그룹 경영권을 회수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남매 갈등이 부자 갈등으로 비화한 보기 드문 사례다. 이번 소송전으로 K뷰티의 주역인 콜마그룹의 경쟁력이 떨어지지 않을지 걱정스럽다.
송형석 논설위원 clic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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