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한·미 환율 협상에서 한국 측에 원화 절상 방안을 요구한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특정한 레벨(적정 환율 수준)을 제시하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21일 “미국은 막대한 무역적자의 근본 원인이 환율(달러 강세)에 있다고 본다”며 “우리나라와의 협상에서도 환율의 방향성을 얘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미국이 특별한 레벨을 언급한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미국이 ‘원·달러 환율을 1300원까지 떨어뜨리라’는 식으로 구체적인 환율 목표치를 요구한 것은 아니지만, 2023년 이후 고공행진해온 원·달러 환율을 내리는 방향으로 협의하자는 뜻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한국과 통상 및 환율 협상을 동시에 벌이는 미국이 진짜 원하는 것은 환율 협상에서 성과를 내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20일 SNS에 올린 ‘8대 비관세 부정행위 목록’에서 환율 조작을 1번 부정행위로 꼽았다. 외환당국 관계자는 “전 세계의 이목이 트럼프 관세에 쏠려 있지만, 사실 트럼프의 머릿속에는 환율이 최우선 순위임을 보여준다”고 했다.
우리 정부도 원화가 경제 기초체력에 비해 과도하게 절하돼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최근 원화 약세의 주요 요인이 트럼프 관세 정책의 불확실성과 미국의 인플레이션 재점화 가능성 등이어서 미국 측에 제시할 마땅한 원화 절상 방안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미·일이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 회의에서 환율 협상에 나선다는 소식에 전날 대비 5원20전 내린 1387원20전에 주간 거래를 마감했다. 지난해 11월 8일 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