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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역적자가 약탈 탓?…美경제는 '플러스 효과' 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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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승호의 경제야 놀자

    일반적으론 적자 커지면 통화가치 하락
    달러는 기축통화…적자 내도 강세 지속
    돈 모자랄 땐 달러 찍어 외국상품 수입
    빠져나간 달러, 美국채·주식으로 재유입
    자국 기업 자본조달 비용 낮춰 '선순환'

    저축보다 소비·재정지출 많은 것이 원인
    적자 줄이려면 자국민 허리띠 졸라매야
    무역적자가 약탈 탓?…美경제는 '플러스 효과' 누렸다
    “수십 년 동안 우리나라(미국)는 가까운 나라와 먼 나라, 우방과 적국으로부터 약탈당하고, 강탈당하고, 수탈당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4월 2일 백악관에서 대미 무역흑자국의 수출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상호관세’를 발표하면서 한 말이다. 미국의 대규모 무역적자가 다른 나라들이 미국을 약탈(loot), 강탈(pillage), 수탈(plunder)한 결과라는 주장이다. 정말 한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가 미국을 약탈했을까.

    ◇ 미국의 최고 수출 상품은?

    작년 미국 무역적자는 9184억달러였다. 웬만한 중진국의 국내총생산(GDP)보다 큰 규모다. 미국은 1975년 무역흑자를 냈다. 그것이 마지막이었다. 이후 거의 50년간 줄곧 적자를 기록했다. 규모도 점점 커져서 1980년대 초반 연간 1000억달러 정도였던 것이 최근엔 1조달러에 가까워졌다.

    일반적으로 한 나라의 무역적자가 커지면 통화 가치가 하락해 그 나라의 수출품 가격이 세계 시장에서 저렴해지는 효과가 생긴다. 그러면 수출이 늘어나 무역적자가 줄어든다.

    하지만 미국은 다른 나라와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미국 통화인 달러가 기축통화라는 점이다. 이 세상 모든 나라가 국제 결제 통화인 달러를 갖고 싶어 한다. 그런 의미에서 미국의 최고 인기 수출 상품은 달러다. 그래서 미국의 무역적자가 커져도 달러 가치는 좀처럼 하락하지 않는다. 미국의 무역적자는 다른 나라들이 미국을 약탈한 결과라기보다 미국 경제에 대한 신뢰가 강해서 발생하는 현상이다.

    ◇ 무역적자가 미국에 주는 이득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과 달리 무역적자는 미국에 큰 이득이 된다. 미국이 대규모 무역적자를 낸다는 것은 그만큼 많은 돈이 미국에 유입되고 있다는 뜻이다.

    이 점을 이해하기 위해 예를 하나 들어보자. 한국 기업이 미국에 자동차를 수출하고 3만달러를 벌었다. 이 회사는 급여 지급과 회사 운영, 투자 등에 쓰기 위해 은행에 가서 3만달러를 원화로 환전할 것이다. 3만달러를 받아 든 은행은 이 돈으로 미국 국채나 주식을 산다.

    한국 입장에선 수출 금액만큼 미국으로 돈이 나가고, 미국 입장에선 수입 금액만큼 돈이 들어온다. 이를 순수출(NX)=순자본유출(NCO)이라는 공식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 공식을 뒤집어보면 무역적자를 내는 나라는 자본이 유입되는 나라라는 얘기가 된다. 미국은 대규모 무역적자국인 동시에 대규모 순자본 유입국이다.

    한국 같은 나라라면 대규모 무역적자가 외환위기로 이어질 수도 있다. 그러나 기축통화국인 미국은 돈이 모자라면 달러를 찍어서 외국 상품을 사 오면 된다. 그렇게 빠져나간 달러는 다시 미국 국채와 주식으로 돌아온다. 래리 해리스 서던캘리포니아대 교수는 지난달 월스트리트저널 칼럼에서 “많은 외국인은 그들이 보유한 달러로 미국 주식과 채권을 사고, 이는 미국 기업의 자본 조달 비용을 낮춰줘 미래를 위한 투자를 더 많이 할 수 있게 한다”고 설명했다.

    ◇ 미국은 허리띠를 졸라맬 수 있을까

    트럼프 대통령이 의도하는 바는 크게 세 가지다. 구조적 달러 강세를 해소해 무역적자를 줄이는 한편 기축통화로서 달러 지위도 유지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세 가지 목표는 상충한다. 달러 가치가 하락하면 무역적자는 줄어들지 몰라도 달러 위상은 약해진다. 기축통화 지위를 유지하려면 미국은 무역적자를 감수할 수밖에 없다. 벨기에 출신 경제학자 로버트 트리핀이 제기한 ‘트리핀 딜레마’다.

    무역적자가 약탈 탓?…美경제는 '플러스 효과' 누렸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전쟁은 또 다른 딜레마를 낳는다. 관세 인상으로 세계 무역이 위축되면 무역 의존도가 높은 신흥국 통화 가치가 하락해 미국의 의도와 반대로 달러가 강해질 수 있다. 달러가 약세로 가도 문제다. 미국 국채 가격이 하락(금리 상승)해 안 그래도 막대한 재정적자를 내는 미국의 재정 부담이 더 커진다.

    Y(국내총생산)=C(소비)+I(투자)+G(정부 지출)+NX(순수출)로 나타내는 GDP 항등식에 따르면 총저축(Y-C-G)에서 투자를 뺀 것이 순수출이다. 다시 말해 무역적자는 저축을 적게 하고 재정 지출을 많이 한 결과다. 무역적자를 줄이려면 미국인이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는 얘기다. 미국이 약탈당했다고 생각하는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인이 그런 해법을 받아들일 것 같지는 않다.

    유승호 경제교육연구소 기자 us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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