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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을 각오로 배 지켰는데"…마을로 돌아온 주민들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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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북 주택 3224채 전소…울진산불때는 200채 소실
    884㎞ 화선의 '괴물산불' 과수원 사과창고 축사 어선 민박집 삼켜
    경북 5개 시군 경제 초토화..재산피해 조단위 넘을듯
    "죽을 각오로 배 지켰는데"…마을로 돌아온 주민들 '눈물'
    30일 낮 12시 경북 영덕군 영덕읍 노물리 방파제에서 바라본 노물리 해안마을은 마치 전쟁에서 폭격을 맞은 듯한 모습이었다. 산에서 날아온 ‘괴물 산불’이 영덕의 어선 19척을 전소시킨 가운데 노물리는 마을뿐만 아니라 바다에 있던 12척의 애꿎은 배까지 화마의 희생양이 됐다.

    두 척의 배를 가진 이 마을의 고성창씨는 두 척 가운데 한 척은 다 타고 한 척은 필사의 사투 끝에 건졌다. 고 씨는 “경찰과 소방서에서 피신하라 했지만 죽을 각오로 바닷물을 뿌리며 새벽 3시까지 버티며 배를 지켰다”며 “어선이 전소된 12명의 어민은 집과 생업의 터전을 한꺼번에 잃어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노물리와 석리 경정리 등 여름철이면 피서객들이 찾던 횟집과 민박집은 물론 양식장이 불탔고 화마를 피한 수조도 전기가 끊겨 생선들이 모두 폐사했다.
    어선 12척과 횟집 민박집 등 마을 전체가 큰 피해를 입은 영덕군 노물리 해안마을에서 어선 두척 가운데 한 척을 목숨걸고 지킨 노성찬씨 가족들이 어렵게 생업 전선에 다시 나섰다.  오경묵 기자
    어선 12척과 횟집 민박집 등 마을 전체가 큰 피해를 입은 영덕군 노물리 해안마을에서 어선 두척 가운데 한 척을 목숨걸고 지킨 노성찬씨 가족들이 어렵게 생업 전선에 다시 나섰다. 오경묵 기자
    3.22 경북 의성 산불로 5개 시군의 농업 어업 축산업 등 경제 전반이 무너지면서 경상북도 사상 최대의 위기가 엄습하고 있다. 대피소에서 뜬 눈으로 밤을 세운 후 마을에 돌아온 주민들은 살아남아 있길 간절히 바랐던 집과 배가 모두 타버린 것을 확인하고는 그 자리에 주저앉아버렸다.
    경북도는 30일 오후 7시 현재 이번 산불로 주택 3617채(3556채 전소)가 피해를 보았고 과수 시설하우스 농산물 유통가공 등 농축산 558ha, 수산 분야 어선 19척 및 양식장 6개소 가공업체 등 산불이 산림만 아니라 마을, 농업 축산업 어업 등 경북 경제 전반을 타격했다고 30일 발표했다. 경북도는 9000억원대 피해를 낸 2020년 동해안 산불보다 피해 규모가 몇 배는 커 조단위 피해가 예상된다며 경북산불 피해 특위와 특별법을 만들어 대응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철우 경북지사는 “열흘간 산불이 이어진 울진 삼척 산불에서는 200채가 불탔지만, 이번에는 15배가 넘는 주택과 공장이 피해를 보았다”며 “산불의 규모와 위력이 어마어마했다”고 밝혔다.

    노물리에서 9㎞ 떨어진 축산면 사무소에 마련된 대피소에서 만난 대곡리 주민 오인호 씨(77)는 “1만 8000평의 송이산과 집이 모두 불타버렸다”며 “송이산을 살리려면 30년도 더 걸린다는 데 3대째 이어온 생업이 모두 날아갔다”고 흐느꼈다.

    안동시 남후면 농공단지는 40개 입주업체 가운데 22곳이 산불 피해를 입어 조업이 중단됐다. 근로자 100명이 하루아침에 생계터전을 잃었다.

    3500평 가운데 2000평의 사과밭이 전소되거나 열기를 입어 못쓰게 된 경북 청송군 진보면의 농민 황경식 씨 (50)는 “자재와 사과 등 15억원의 전 재산이 다 타버려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살면서 가장 잔인한 4월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영덕 청송=오경묵/안동=권용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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