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아침에 신용불량자 될 판"…홈플러스 입점 사장들 '패닉'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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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정산 ‘가물’
영세 매장들 피해 커
“하루아침에 생계 위기”
영세 매장들 피해 커
“하루아침에 생계 위기”
홈플러스 경기지역 지점에서 안경점을 운영하는 한 사장은 지난 4일 홈플러스로부터 입금받을 예정이었던 1월분 판매 대금을 받지 못했다면서 이 같이 반문했다. 그는 급한 대로 카드 대출을 받아 상품 매입 대금을 치렀지만, 2월 말에서 3월로 한 차례 미뤄진 정산은 아직까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는 “1월 매출분을 2월 말에 받아야 하는데 연휴가 끼어 있어 3월 초에 정산 받기로 했다. 결과적으로 아직 돈을 받지 못했다”며 “마트 부지점장이 연락 와서 자신도 지급 불가능하다는 통보를 받았다는 소식을 접한 게 전부”라고 말했다. 이어 “요즘 같은 불경기에 현금 쌓아두고 장사를 하는 것도 아닌데 카드 돌려막기도 한계가 있다”고 토로했다.
홈플러스 입점사 일부 “1월 정산금 못 받았다”
6일 전국 홈플러스 마트 곳곳에선 일부 입점 업체들이 1월분 대금을 아직 정산받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홈플러스는 매장을 빌려 영업하는 일부 업체들에 ‘법원 허가를 받고 지급하겠다’는 이유로 정산금을 주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이들은 매출의 일정 비율을 임대료로 내는 ‘임대을 방식’ 또는 ‘특약’ 계약 업체들이다. 안경, 약국, 의류매장 등은 대형마트에 매장을 빌리면서 ‘임대갑 방식’ 혹은 ‘임대을 방식’으로 계약한다. 전자의 경우 매출과 무관하게 일정 금액을 임차료로 지급하고, 후자일 경우엔 매출액의 일정 비율을 임차료로 지급한다. 한 달 뒤 임차료와 관리비를 제외한 매출을 지급받는 방식이다.
일부 매장들은 아예 카드단말기를 교체하는 중이다. 홈플러스 창원지점의 커피 매장 점주들은 홈플러스 전용 카드단말기를 치우고 외부업체 단말기를 따로 설치해 사용하거나 현금을 받아 거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홈플러스 단말기로 결제를 받으면 상당 기간 정산을 못 받을 수도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7년째 홈플러스 푸드코트에서 떡볶이 장사를 하고 있다는 한 점주는 이날 하루종일 카드사로부터 연락 받았다고 했다. 앞선 달 매출을 정산받지 못해 카드 돌려막기를 했는데 그 돈을 아직 마련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는 “어제(5일) 홈플러스 측에서 1~2월분 매출에 대해서는 아직 법원에서 승인이 나지 않았기 때문에 언제 지급할지 알 수 없는 상황으로 (3월) 4일 이전 매출에 대해서는 법원 허락 없이 내 줄 수 없다는 얘기를 해 왔다. 3월5일분부터는 주겠다는데 이게 무슨 얘기냐”면서 “우리는 소상공인이라 매출 정산을 받아 인건비, 물품비, 재료비, 기타 제반 경비를 지출해야 가게 운영이 가능하다. 당장 카드가 막혀 신용불량자 신세가 될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홈플러스 "순차적으로 변제"
일부 대기업 납품사들은 홈플러스와의 거래를 중단하는 사례도 확인됐다. 업계에 따르면 LG전자와 삼양식품, 동서식품, 오뚜기 등 주요 가전·식품업체 10곳 이상이 홈플러스에 대한 납품을 일시 중단했거나 중단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대형마트의 주된 거래처인 식품회사들 중심으로 대금 지급 지연에 대한 우려가 번지면서 납품 일시 중단 예정을 밝히는 회사들이 나타나고 있다. 롯데칠성음료는 “홈플러스에 대한 납품을 한시적으로 중단한 상태다. 향후 납품 재개 여부는 홈플러스 측과 협의해 나갈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오뚜기도 “홈플러스로부터 협력업체 대금 지급 관련 공문이 지연되고 있어 주말 이후 협상 상황에 따라 공급 중단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팔도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다만 업계는 홈플러스의 기업회생 신청이 지난해 티몬·위메프 사태와 같은 대형 유통업체 부실 사태로 이어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이에 따라 홈플러스의 향후 행보에 따라 협력업체들 거래 지속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한 식품업체 관계자는 “홈플러스 납품사들끼리 '눈치 게임‘ 중인 상황”이라며 "홈플러스 판매 상품이 줄어 고객 발길이 뜸해지면 현금 창출이 감소하고, 정산이 지연되면서 상황이 급격히 악화할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순 없다. 실제 현장에선 매출이 줄고 있다는 얘기가 들려오는 중"이라고 전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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