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비통 '최악의 상황'…中 보따리상에 싼값에 풀린다 [안혜원의 명품의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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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혜원의 명품의세계] 65회
LVMH 3분기 '어닝쇼크'
"팬데믹 후 최악 실적"
거세지는 비싼 가격 논란
LVMH의 향후 대책은
LVMH 3분기 '어닝쇼크'
"팬데믹 후 최악 실적"
거세지는 비싼 가격 논란
LVMH의 향후 대책은

"명품 침체, 아직 시작도 안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LVMH는 루이비통, 크리스찬 디올 등 핵심 브랜드가 포함된 패션·가죽 부문의 올해 3분기(7~9월) 매출(기업 인수, 매각, 환율 변동 등의 영향 제외)은 91억5100만유로(13조6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 하락했다고 발표했다. 전체 그룹 매출액은 3분기 기준 190억7600만유로(28조3000억원)로 1년 전보다 3% 감소했다. 증권업계는 분기 매출이 1% 증가할 것이라 예상했지만 오히려 줄어 시장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적을 냈다.중국 소비자가 지갑을 닫으면서 LVMH 매출도 직격탄을 맞았다. 3분기 LVMH의 아시아(일본 제외) 매출액은 지난해보다 16% 감소했다. 호조세를 보이던 일본에서의 매출 증가세도 줄었다. LVMH의 전년 동기 대비 3분기 일본 매출 상승률은 20%로 지난 2분기(57%) 대비 대폭 감소했다. 저렴한 엔화를 이용한 중국 관광객의 일본 원정 명품 구매 역시 최근 엔화 가치 상승으로 약해졌기 때문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명품 커피출레이션(capitulation·항복)은 아직 시작도 안됐다”며 LVMH를 포함한 명품 브랜드의 위상 추락이 앞으로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싼 가격" 비판에…LVMH 입장은

다만 LVMH 임원진들은 당분간은 가격 조정 문제에 대해서는 고려하지 않겠다는 입장으로 전해졌다. 이번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장 자크 귀오니 최고 재무책임자(CFO)는 “럭셔리 시장 침체가 최근 몇 년간 단행한 가격 인상과 관련이 있다는 점은 배제하고 있다”면서 “2024년에 판매하는 제품은 2019년 제품과 매우 다르다. 가격이 오른 것은 순수한 가격 인상 전략이 아닌 제품이 개선됐기 때문으로 봐야한다”고 강조했다.
당분간은 가격 인상 기조를 유지하면서 비용을 줄이는 방향으로 그룹 정책을 유지하겠다는 게 LVMH 경영진 입장이다. LVMH는 3년 전 인수한 오프화이트 지분 전량을 지난달 내다 팔았다. LVMH가 갖고 있는 스텔라 맥카트니 일부 지분도 매각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디올의 ‘원가 8만원 백’ 논란 등 노동 착취 논란이 이어지면서 장인 정신에 대한 강조 정책이 소비자들 사이에서 먹힐 지에 대해선 그룹 내에서도 회의적인 반응이다.
창고에 쌓인 재고만 4.8조원어치
LVMH 경영진 입장과는 반대로 시장에서는 명품산업 침체 추세가 계속되면 가격 인하에 대한 가능성이 높아질 수 밖에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전 세계 창고에 판매되지 않은 명품 재고들이 쌓이고 있기 때문이다. LVMH 창고에는 지난해 기준 각각 팔리지 않아 노후화되거나 앞으로 판매될 일이 거의 없는 악성 재고가 35억 달러(약 4조8200억원)어치 쌓여 있다. 이는 전년 대비 각각 9% 증가한 수준이다.
아직까지 LVMH에선 이같은 도매 판매에 소극적이지만 악성재고가 계속 쌓일 경우 여타 명품 브랜드들처럼 도매 창고를 완전히 열고 보따리상들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는 전망. 한 명품업계 관계자는 “LVMH에선 올 초까지도 초과 재고 대부분을 올해 소진할 수 있다고 자신했지만 상황은 점점 더 악화하는 분위기”라며 “대부분 명품 브랜드들이 도매 장사에 나서고 있고 병행수입 업체나 보따리상들이 푸는 물량이 정가 판매에 영향을 주는 수준으로 대거 풀리고 있다. 가격 인하 압박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