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서 만나는 한재민-박재홍 "우린 말 대신 음악으로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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첼리스트 한재민, 피아니스트 박재홍
오는 30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서 3중주
바이올리니스트 크리스토프 바라티 참여
차이콥스키의 ‘어느 위대한 예술가의 추억’ 등 연주
오는 30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서 3중주
바이올리니스트 크리스토프 바라티 참여
차이콥스키의 ‘어느 위대한 예술가의 추억’ 등 연주
첼리스트 한재민(18)과 피아니스트 박재홍(25)은 2021년 탁월한 연주 실력으로 세계의 주목을 받은 한국의 젊은 연주자들이다. 그해 한재민은 루마니아 제오르제 에네스쿠 국제 콩쿠르에서 사상 최연소 우승 기록을 세웠고, 박재홍은 부조니 콩쿠르에서 우승과 함께 작곡가 부조니 작품 연주상, 실내악 연주상, 타타로니 재단상, 기량 발전상 등 4개 부문 특별상을 휩쓸며 대회 5관왕에 올랐다.
솔리스트로서의 역량을 이미 인정받은 두 연주자가 한 무대에서 만난다. 오는 30일 서울 잠실 롯데콘서트홀에서 3중주를 선보이기 위해서다. 바이올린 연주는 헝가리 출신의 연주자 크리스토프 바라티가 맡는다.
이번 무대는 올해 롯데콘서트홀의 ‘인 하우스 아티스트(상주 음악가)’로 선정된 한재민이 기획한 프로그램 중 하나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산하 예술영재교육원 동문인 한재민과 박재홍은 지난 15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어릴 적부터 서로의 음악에 관심이 많았다”고 입을 모았다.
박재홍은 “재민이가 초등학교 5학년이 되던 해부터 연주하는 걸 쭉 지켜봤다”며 “늘 음악으로 표현하고자 하는 바가 확실하고 무대에서 자신감이 넘쳐서 가끔은 ‘동생이지만 형 같다’는 생각이 들곤 하는 성숙한 연주자”라고 했다. 그러자 한재민은 “재홍이 형은 가지고 있는 색깔이 굉장히 다양한 피아니스트”라며 “가끔 첼리스트보다 첼로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있는 피아니스트란 생각이 들고, 형과 함께 연습할 때 음악적으로 많은 걸 배운다”고 화답했다. 이번 공연을 관통하는 주제는 ‘10월에 건네는 위로’다. 차이콥스키의 피아노 3중주 ‘어느 위대한 예술가의 추억’,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3중주 1번 ‘엘레지’, 드보르자크 피아노 3중주 4번 ‘둠키’ 등으로 레퍼토리가 구성됐다.
한재민은 “10월이라는 날짜와 계절을 고려했다”며 “누군가를 추모하는 마음이 담긴 작품들로 관객을 위로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고 싶었다”고 했다. “사실 곡을 선정하면서 ‘너무 슬픈 프로그램이 되면 어쩌나’하는 걱정이 있었는데, 대화를 나누면서 오히려 우리의 메시지를 더 명확하게 전할 수 있는 무대가 될 수 있단 생각을 하게 됐죠.”(박재홍)
이들은 자리에서 “말 대신 음악으로 대화할 수 있는 사이”라며 서로에 대한 강한 신뢰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한재민은 “즉흥 연주를 좋아하는 편이라 리허설 때나 무대 위에서 새로운 연주를 시도하기도 하는데, 재홍이 형은 이를 유연하게 받아줄 수 있는 피아니스트”라고 했다. 이어 그는 “사실 첼로 소리로는 피아노를 뚫고 나가기 어려운 면도 있어서 피아니스트에게 평소 가장 많이 하는 말이 ‘소리 좀 줄여달라’는 말인데, 이번엔 그러한 소리의 균형적인 부분도 따로 신경 쓰지 않아도 될 만큼 호흡이 좋았다”고 덧붙였다.
“재민이의 첼로 소리를 더 듣고 싶어 피아노 소리를 줄이는 경우도 많았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한 박재홍은 이내 진짜 이유를 털어놨다. “사실 피아니스트 언드라시 시프 선생님께서 ‘실내악에서 언어로 무언가를 약속하게 되면 결국 연주할 때 그 말만 떠올리게 되고, 그럼 음악의 흐름이 끊기게 된다’는 말씀을 해주셨어요. 그 때문에 연습할 때부터 최대한 말을 아끼면서 서로의 음악에만 온전히 집중하려 했죠. 앞으로도 음악밖에 존재하지 않는 가장 조용한 연습을 이어가지 않을까 싶어요.”(박재홍)
김수현 기자 ksoohyun@hankyung.com
솔리스트로서의 역량을 이미 인정받은 두 연주자가 한 무대에서 만난다. 오는 30일 서울 잠실 롯데콘서트홀에서 3중주를 선보이기 위해서다. 바이올린 연주는 헝가리 출신의 연주자 크리스토프 바라티가 맡는다.
이번 무대는 올해 롯데콘서트홀의 ‘인 하우스 아티스트(상주 음악가)’로 선정된 한재민이 기획한 프로그램 중 하나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산하 예술영재교육원 동문인 한재민과 박재홍은 지난 15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어릴 적부터 서로의 음악에 관심이 많았다”고 입을 모았다.
박재홍은 “재민이가 초등학교 5학년이 되던 해부터 연주하는 걸 쭉 지켜봤다”며 “늘 음악으로 표현하고자 하는 바가 확실하고 무대에서 자신감이 넘쳐서 가끔은 ‘동생이지만 형 같다’는 생각이 들곤 하는 성숙한 연주자”라고 했다. 그러자 한재민은 “재홍이 형은 가지고 있는 색깔이 굉장히 다양한 피아니스트”라며 “가끔 첼리스트보다 첼로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있는 피아니스트란 생각이 들고, 형과 함께 연습할 때 음악적으로 많은 걸 배운다”고 화답했다. 이번 공연을 관통하는 주제는 ‘10월에 건네는 위로’다. 차이콥스키의 피아노 3중주 ‘어느 위대한 예술가의 추억’,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3중주 1번 ‘엘레지’, 드보르자크 피아노 3중주 4번 ‘둠키’ 등으로 레퍼토리가 구성됐다.
한재민은 “10월이라는 날짜와 계절을 고려했다”며 “누군가를 추모하는 마음이 담긴 작품들로 관객을 위로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고 싶었다”고 했다. “사실 곡을 선정하면서 ‘너무 슬픈 프로그램이 되면 어쩌나’하는 걱정이 있었는데, 대화를 나누면서 오히려 우리의 메시지를 더 명확하게 전할 수 있는 무대가 될 수 있단 생각을 하게 됐죠.”(박재홍)
이들은 자리에서 “말 대신 음악으로 대화할 수 있는 사이”라며 서로에 대한 강한 신뢰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한재민은 “즉흥 연주를 좋아하는 편이라 리허설 때나 무대 위에서 새로운 연주를 시도하기도 하는데, 재홍이 형은 이를 유연하게 받아줄 수 있는 피아니스트”라고 했다. 이어 그는 “사실 첼로 소리로는 피아노를 뚫고 나가기 어려운 면도 있어서 피아니스트에게 평소 가장 많이 하는 말이 ‘소리 좀 줄여달라’는 말인데, 이번엔 그러한 소리의 균형적인 부분도 따로 신경 쓰지 않아도 될 만큼 호흡이 좋았다”고 덧붙였다.
“재민이의 첼로 소리를 더 듣고 싶어 피아노 소리를 줄이는 경우도 많았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한 박재홍은 이내 진짜 이유를 털어놨다. “사실 피아니스트 언드라시 시프 선생님께서 ‘실내악에서 언어로 무언가를 약속하게 되면 결국 연주할 때 그 말만 떠올리게 되고, 그럼 음악의 흐름이 끊기게 된다’는 말씀을 해주셨어요. 그 때문에 연습할 때부터 최대한 말을 아끼면서 서로의 음악에만 온전히 집중하려 했죠. 앞으로도 음악밖에 존재하지 않는 가장 조용한 연습을 이어가지 않을까 싶어요.”(박재홍)
김수현 기자 ksoo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