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WHO)가 세계 자궁경부암 퇴치를 선언하면서 노을 바이오다인 등 국내 진단기업들이 주목받고 있다. WHO 산하 기관의 보고서에 세계 진단 1위 기업 로슈와 나란히 이름을
올리면서다. WHO의 자궁경부암 공식 예방지침이 개정되면서 ‘수혜주’로 떠올랐다는 평가다.
자궁경부암 퇴치 나선 WHO…노을·바이오다인 날개 달았다

UNITAID “노을 기술 사용 권고”

진단기업 노을은 인공지능(AI) 기반 체외진단 플랫폼 ‘마이랩(miLab)’이 WHO 산하 국제의약품구매기구(UNITAID)의 기술 보고서에 이름을 올렸다고 7일 발표했다. 해당 보고서가 진단 기술 사용을 권고한 기업은 글로벌 진단업계 ‘전통의 강호’ 스위스 로슈와 미국 홀로직, 그리고 노을 세 곳이다.

WHO가 설립한 국제의약품구매기구는 최신 진단기술을 소개하는 보고서를 발간한다. 이 보고서는 각국 정부의 입찰을 포함해 글로벌 의료기기 구매 동향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자궁경부암 예방을 위한 선별 및 치료법’이란 제목으로 4년 만에 발간된 이번 보고서는 노을의 마이랩이 기존 인체유두종바이러스(HPV) 검사와 함께 사용할 수 있는 선별검사 기술이라고 권고했다. 국제기구가 자궁경부암을 진단할 때 AI 기술을 활용할 것을 권고한 첫 사례다.

노을 관계자는 “마이랩은 AI가 자궁경부 세포 이미지를 분석해 암 진행 단계별로 결과를 알려준다”며 “현재 유럽 체외진단기기 인증(CE-IVD)을 획득했고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 절차도 밟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자궁경부암 검진율이 낮은 개발도상국뿐 아니라 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서도 큰 기회 요인이 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자궁경부암 전면전 선포한 WHO

WHO는 2018년 5월 자궁경부암 퇴치행동 촉구문을 발표하고 자궁경부암 ‘박멸’에 앞장서왔다. 현재 30%대에 불과한 검진율을 2030년까지 70%로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다. 인도·태평양 지역 여성의 자궁경부암 검진율은 10%에 불과하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자궁경부암은 조기에 발견만 하면 상대적으로 치료가 가능한 암”이라며 “자궁경부암 진단 시장 성장세가 지속될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말했다.

시장조사기관 글로벌인포메이션에 따르면 세계 자궁경부암 진단 시장은 지난해 81억달러(약 10조9000억원)에서 2030년 130억달러(약 17조5000억원)로 커질 전망이다.

바이오다인도 WHO 수혜 기대

국제의약품구매기구 보고서가 주목받는 이유는 WHO 가이드라인 개정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통상 국제의약품구매기구 보고서에 소개된 최신 의료기술은 WHO 가이드라인 개정에 반영된다. WHO 가이드라인은 각국 산부인과협회 등에 공유돼 자궁경부암 진단 및 치료의 ‘교과서’로 사용된다.

WHO는 지난달 23일엔 로슈의 이중 염색 세포검사 제품 ‘신테크플러스(CINtec PLUS)’를 개정 가이드라인에 포함했다. 체외진단 기업 1위 로슈의 이중 염색 세포검사는 기존 세포검사의 단점을 보완해 검사 정확도가 90%에 가까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제품에는 국내 진단기업 바이오다인의 진단기술이 적용돼 있다. 업계 관계자는 “WHO 가이드라인에 바이오다인의 이름이 명시된 것은 아니지만, 로슈의 자궁경부암 진단시장 점유율 상승이 곧 바이오다인에 직접적인 수혜로 작용한다”며 “이번 가이드라인 개정이 로슈와 20년 장기계약을 맺은 바이오다인에도 중장기적으로 호재”라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바이오다인의 자궁경부암 진단키트 및 장비는 연말 늦어도 내년 초에는 세계 시장에 출시될 것으로 알려졌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