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흰 보이는 것만 믿느냐"… 작가 13인의 '보이지 않는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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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미술관 '예술, 보이지 않는 것들의 관문'
이석주 권오상 김두진 등 13명 참여
이석주 권오상 김두진 등 13명 참여

부활한 예수가 열두제자 중 한 사람인 도마를 꾸짖으며 건넨 말이다. 도마가 그리스도의 부활을 믿지 않자, 보다 못한 예수는 제자의 검지 손가락을 자신의 상처 속으로 밀어 넣었다. 17세기 이탈리아 화가 카라바조(1571~1610)의 '의심하는 도마'(1602~1603)로 잘 알려진 장면이다.
합리적 이성으로 무장한 현대인이 도마한테 돌을 던질 수 있을까. 카라바조의 명화를 오마주한 극사실주의 화가 이석주의 '사유적 공간'(2017)에 답이 있다. 예수의 형상은 원작보다 흐릿하게 묘사됐고, 화면 하단엔 거대한 아날로그 시계가 배치됐다. 오늘날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의심이 2000년 전 도마의 상황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서구의 피에타부터 동양의 요괴까지
가장 많은 작가를 연결하는 공통분모는 종교적인 모티프다. 고전적인 화풍의 종교화를 연상케 하는 안재홍의 'The Giver'(2022~2023)로부터 전시는 시작한다. 관점에 따라 전혀 다른 해석이 가능한 작품이다. 구더기가 들끓는 동물의 사체와 광채를 발산하는 성인(聖人)의 모습이 겹쳐 보인다.




보는 것을 넘어 만지고 느낄 수 있는 조각이라도 예외는 아니다. 전시장 3층 중앙에 전시된 두 점의 조각 작업도 손에 잡히지 않는 주제를 다룬다. 제주도의 방파제 구조물을 전시한 김현준의 조각은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30명의 철제 인물이 벽을 등지고 선 배형경의 '월-휴먼'(2023)은 평등을 다룬다.



전시는 11월 24일까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