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가던 강남마저…"이렇게 될 줄이야" 눈물의 환골탈태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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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팅 필수코스였는데"
강남역 영화관 눈물의 환골탈태
영화관의 위기…강남역 영화관도 폐업
팬데믹·OTT에 지난해 영화관 개업 '0건
강남역 영화관 눈물의 환골탈태
영화관의 위기…강남역 영화관도 폐업
팬데믹·OTT에 지난해 영화관 개업 '0건
"와 이 건물 영화관 자주 왔었는데 없어졌구나."
9일 오후 8시께 강남역 11번 출구 인근의 한 빌딩. 건물 1층에 위치한 옷 가게로 들어서던 일행 4명이 이같이 말하며 매장 안으로 들어갔다. 이곳은 지난 4월까지 메가박스 강남대로점이 있던 건물이다.
메가박스는 강남역 일대에서 2곳의 영화관을 운영해왔으나 최근 한 곳을 폐업했다. 영화상영업의 침체가 불패 상권으로 불리는 강남역으로까지 번지면서, 영화 산업의 지각변동이 가시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영화관이 몰려있어 경쟁은 치열했지만, 워낙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이라 경쟁을 감당할 만큼 수요가 있었다. 10일 소상공인진흥재단의 상권분석서비스에 따르면 강남역 10, 11번 출구부터 신논현역 6, 7번까지 이르는 강남대로의 일평균 유동인구만 17만9329명에 이른다. 행정구역 단위로 분석해봐도 강남대로가 속해있는 역삼1동은 일평균 유동인구가 69만명에 달하는 전국 1위 지역이다.
특히 강남역 11번 출구에서 걸어 나오면 보이던 메가박스 강남대로점 건물은 옥외 광고판에 늘 영화 포스터가 걸려있어 눈에 띄었다. 과거 대학생들 사이에서 만남의 장소로 여겨지기도 했다. 역삼1동 안쪽 맛집 골목으로도 이어지는 위치라 지금도 늘 사람이 가득한 입지다. 영화업계에서도 해당 영화관은 유서 깊은 장소로 여긴다. 멀티플렉스 붐이 있기 전 2000년대 초반까지 '시티극장'이 있던 곳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이 건물은 옥외 영화 포스터 광고판만 붙어있을 뿐 한산했다. 건물 뒤편에 메가박스 전광판이 있는 등 영화관 흔적은 곳곳에 남아있는 모습이었다. 메가박스는 이 건물 지하 2층과 지상 3, 4층에서 영업을 이어왔는데, 현재 지하 2층의 2개 상영관은 시티극장의 명맥을 잇는 동명의 독립영화관으로 운영되고 있다. 주로 재개봉 영화를 다룬다고 한다.
해당 극장 관계자는 "메가박스가 폐점하면서 이 자리에 극장이 없어질 상황에 처하자 명맥을 잇기 위해 지하 상영관만 따로 분리시켜 지난해 9월 독립 영화관을 열었다"고 설명했다. 4층 상영관은 보드게임 카페로 리모델링된 상태다. 영화관의 구조와 인테리어를 그대로 살린 모습이었다. 3층 상영관은 비어있는 상황이다.
건물 주변에서 만난 인근 스타트업 직장인 30대 김모 씨는 "이곳 메가박스가 없어진 것을 최근에 알았다"면서 "대학생 때 소개팅, 데이트 코스로 늘 붐비던 장소였는데 문을 닫아 시대가 변한 것을 체감했다"고 설명했다.
비단 메가박스만의 부진은 아니다. 행정안전부 지방행정인허가 데이터개방에 따르면 영화상영업(영화관)의 인허가(개업) 수는 지난해 0건, 올해 8월까지 1건에 그쳤다. 영화상영업 개업이 연간 0~1건을 기록한 것은 1998년 CGV가 강변점을 개관으로 복합상영관(멀티플렉스)이 등장한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이런 가운데 폐업 점포만 늘고 있다. 2010~2019년까지만 해도 영화관 폐업은 연간 20곳을 넘어선 적이 없었는데, 팬데믹 이후에는 30곳에 가까워지는 해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 2020년 27곳, 2021년 25곳에서 2022년 15곳으로 줄어드나 했더니, 2023년 27곳으로 다시 늘어났으며 올해 8월까지 18곳이 폐업했다. 아직 행안부에 신고가 안 된 곳도 상당수 있는 것으로 파악돼, 올해도 작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폐업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상영관 통계에서도 침체 분위기는 감지된다. 영화관은 관련 법률에 따라 상영관 등록제를 실시하고 있다. 영화관들은 각사의 판단에 따라 해마다 지점별 상영관의 수를 조절한다. 영화관 문을 완전히 닫지 않더라도 수익성이 떨어지면 상영관 일부는 정리할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상영관 폐업은 2008년 금융위기 사태(89건)와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때(90건)으로 가장 많아, 경기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올해 상영관 인허가는 지금까지 60건인데, 이 정도 수준이면 최근 10년 내 최저치를 기록할 것으로 점쳐진다.
전문가들은 OTT 산업의 성장을 영화상영업 침체의 원인으로 보고 있다. 고려대학교 산학협력단은 지난 6월 'OTT 산업 활성화가 영화산업에 미치는 영향과 정책적 함의'라는 제목의 영화진흥위원회 정책연구 보고서를 통해 "현재 OTT는 공급자 입장에서 '열등대체재' 상태라고 볼 수 있다"고 짚었다. OTT에서 나오는 투자금이 영화 제작 경상비(매년 사업을 영위하는데 반복적으로 쓰이는 경비)를 보존할 수준이 되지 못한다는 설명이다.
이어 "제작사들은 OTT를 투자사의 하나로 여기고 있지만 투자·배급사들은 OTT로 인해 출혈이 큰 상황"이라면서 영화 산업 전반의 규모 축소로 이어질 것을 우려했다. 그러면서 "영화관 측 투자 규모를 OTT가 채워주지 못하고 있어 기획 자체가 줄어드는 추세"라며 "영화관 투자시장의 자금 고갈상태가 지속된다면 제작사는 점점 OTT 투자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종국에는 OTT가 영화관의 대체재가 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김영리/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9일 오후 8시께 강남역 11번 출구 인근의 한 빌딩. 건물 1층에 위치한 옷 가게로 들어서던 일행 4명이 이같이 말하며 매장 안으로 들어갔다. 이곳은 지난 4월까지 메가박스 강남대로점이 있던 건물이다.
메가박스는 강남역 일대에서 2곳의 영화관을 운영해왔으나 최근 한 곳을 폐업했다. 영화상영업의 침체가 불패 상권으로 불리는 강남역으로까지 번지면서, 영화 산업의 지각변동이 가시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영화관 대신 보드게임 카페 생겼다
메가박스 강남대로점이 문을 닫기 전까지 강남역 일대에는 2007년에 개관한 CGV 강남점과 2011년에 개관한 메가박스 강남점, 2016년 개관한 메가박스 강남대로점으로 총 3곳의 영화관이 있었다.영화관이 몰려있어 경쟁은 치열했지만, 워낙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이라 경쟁을 감당할 만큼 수요가 있었다. 10일 소상공인진흥재단의 상권분석서비스에 따르면 강남역 10, 11번 출구부터 신논현역 6, 7번까지 이르는 강남대로의 일평균 유동인구만 17만9329명에 이른다. 행정구역 단위로 분석해봐도 강남대로가 속해있는 역삼1동은 일평균 유동인구가 69만명에 달하는 전국 1위 지역이다.
특히 강남역 11번 출구에서 걸어 나오면 보이던 메가박스 강남대로점 건물은 옥외 광고판에 늘 영화 포스터가 걸려있어 눈에 띄었다. 과거 대학생들 사이에서 만남의 장소로 여겨지기도 했다. 역삼1동 안쪽 맛집 골목으로도 이어지는 위치라 지금도 늘 사람이 가득한 입지다. 영화업계에서도 해당 영화관은 유서 깊은 장소로 여긴다. 멀티플렉스 붐이 있기 전 2000년대 초반까지 '시티극장'이 있던 곳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이 건물은 옥외 영화 포스터 광고판만 붙어있을 뿐 한산했다. 건물 뒤편에 메가박스 전광판이 있는 등 영화관 흔적은 곳곳에 남아있는 모습이었다. 메가박스는 이 건물 지하 2층과 지상 3, 4층에서 영업을 이어왔는데, 현재 지하 2층의 2개 상영관은 시티극장의 명맥을 잇는 동명의 독립영화관으로 운영되고 있다. 주로 재개봉 영화를 다룬다고 한다.
해당 극장 관계자는 "메가박스가 폐점하면서 이 자리에 극장이 없어질 상황에 처하자 명맥을 잇기 위해 지하 상영관만 따로 분리시켜 지난해 9월 독립 영화관을 열었다"고 설명했다. 4층 상영관은 보드게임 카페로 리모델링된 상태다. 영화관의 구조와 인테리어를 그대로 살린 모습이었다. 3층 상영관은 비어있는 상황이다.
건물 주변에서 만난 인근 스타트업 직장인 30대 김모 씨는 "이곳 메가박스가 없어진 것을 최근에 알았다"면서 "대학생 때 소개팅, 데이트 코스로 늘 붐비던 장소였는데 문을 닫아 시대가 변한 것을 체감했다"고 설명했다.
이대로 내리막길 걷나
메가박스는 올해 들어 6개 지점을 폐점했다. 올해 초 경기 수원영통점에 이어 3월 경주점과 전주송천점, 4월 강남대로(씨티)점, 7월 파주출판도시지점, 이달 일산점을 정리했다. 상반기 영업손실 13억원을 기록해 경영 효율화에 나선 것이다.비단 메가박스만의 부진은 아니다. 행정안전부 지방행정인허가 데이터개방에 따르면 영화상영업(영화관)의 인허가(개업) 수는 지난해 0건, 올해 8월까지 1건에 그쳤다. 영화상영업 개업이 연간 0~1건을 기록한 것은 1998년 CGV가 강변점을 개관으로 복합상영관(멀티플렉스)이 등장한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이런 가운데 폐업 점포만 늘고 있다. 2010~2019년까지만 해도 영화관 폐업은 연간 20곳을 넘어선 적이 없었는데, 팬데믹 이후에는 30곳에 가까워지는 해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 2020년 27곳, 2021년 25곳에서 2022년 15곳으로 줄어드나 했더니, 2023년 27곳으로 다시 늘어났으며 올해 8월까지 18곳이 폐업했다. 아직 행안부에 신고가 안 된 곳도 상당수 있는 것으로 파악돼, 올해도 작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폐업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상영관 통계에서도 침체 분위기는 감지된다. 영화관은 관련 법률에 따라 상영관 등록제를 실시하고 있다. 영화관들은 각사의 판단에 따라 해마다 지점별 상영관의 수를 조절한다. 영화관 문을 완전히 닫지 않더라도 수익성이 떨어지면 상영관 일부는 정리할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상영관 폐업은 2008년 금융위기 사태(89건)와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때(90건)으로 가장 많아, 경기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올해 상영관 인허가는 지금까지 60건인데, 이 정도 수준이면 최근 10년 내 최저치를 기록할 것으로 점쳐진다.
전문가들은 OTT 산업의 성장을 영화상영업 침체의 원인으로 보고 있다. 고려대학교 산학협력단은 지난 6월 'OTT 산업 활성화가 영화산업에 미치는 영향과 정책적 함의'라는 제목의 영화진흥위원회 정책연구 보고서를 통해 "현재 OTT는 공급자 입장에서 '열등대체재' 상태라고 볼 수 있다"고 짚었다. OTT에서 나오는 투자금이 영화 제작 경상비(매년 사업을 영위하는데 반복적으로 쓰이는 경비)를 보존할 수준이 되지 못한다는 설명이다.
이어 "제작사들은 OTT를 투자사의 하나로 여기고 있지만 투자·배급사들은 OTT로 인해 출혈이 큰 상황"이라면서 영화 산업 전반의 규모 축소로 이어질 것을 우려했다. 그러면서 "영화관 측 투자 규모를 OTT가 채워주지 못하고 있어 기획 자체가 줄어드는 추세"라며 "영화관 투자시장의 자금 고갈상태가 지속된다면 제작사는 점점 OTT 투자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종국에는 OTT가 영화관의 대체재가 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김영리/신현보 한경닷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