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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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걱거리는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의 관계가 또다시 정치권 화제의 중심이 됐습니다. 윤 대통령이 추석 명절을 앞두고 한동훈 지도부와의 만찬을 미루면서, 일부 최고위원들을 대통령 관저로 초대해 만찬을 가졌기 때문입니다.

정치권 내부에서는 '윤 대통령이 한 대표를 제외한 일부 지도부와 식사했다'는 사실 그 자체보다도 '어떻게 그 사실이 하루 만에 알려졌나'에 집중하는 분위기입니다.

특히 친한계 의원들은 마치 여당 대표를 '패싱'하는 듯한 이번 만찬이 만 하루도 지나지 않아 보도된 것에 대해 매우 불쾌해하고 있습니다.

장동혁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10일 CBS 라디오에 출연해 "비공개로 만난 그 모임이 다음 날 언론에 보도된 것, 과연 이것을 누가 언론에 알려줬는가. 만약에 참석한 분이 알려줬다면 그렇게 정무적인 감각이 없나"라며 "'내가 어제 관저에 가서 만찬을 하고 왔다'고 가볍게 이야기하면 어떤 파장을 가져올지, 그분은 너무 정무적 감각이 없고, 또 그게 아니라 다른 의도로 이야기했다면 굳이 어떤 의도로 언론에 알렸을까 의문이 남게 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어떤 식으로든 대통령실에서 흘러나온 것이라면 그것이 공식적인 입장이 나온 게 아닐 텐데, 대통령실에서 그런 참모들이 대통령을 보좌하면서 정무적 판단하고 있다고 하는 것에 대해 조금 아쉬움이 남는다"고 지적했습니다.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고 듣는다'고 하지요. 정치권에서, 특히 여의도에서는 '비밀이 없다'고들 합니다. 실제로 어떤 정치인이 여의도 어딘가에서 오·만찬을 비밀리에 하더라도, 반나절 정도만 지나면 소문이 쫙 퍼지곤 합니다. 지켜보는 눈이 그만큼 많다는 뜻입니다. 그러니 윤 대통령이 여러 사람을 관저로 모은 이상, 그 사실은 언젠가 알려지게 될 일이었을지 모릅니다.

그런데도 대통령이 연 비공개 만찬이 바로 다음 날, 언론을 통해 대대적으로 보도된 상황은 조금 이례적입니다. 그러니 의원들은 '누가 흘렸나'를 지금까지 수색하는 데 집중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 사실이 누구를 통해, 어떻게 새어 나왔는지를 알아야 대응 수위를 조절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친한계 의원들은 특히 지난 며칠이 한 대표가 '여야의정 협의체' 제안으로 정치권의 찐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시점이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한 친한계 A 의원의 말대로 "한 대표가 여야의정 협의체로 이슈를 선도하는 모습을 보이니까, 그게 꼴 보기 싫어서 이런 것 아니겠느냐"는 것이죠.

이 때문에 '비공개 만찬' 보도 이후 친한계 의원들이 기자들보다 더 열심히 취재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A 의원 역시 "누가 흘렸는지 정말 모르느냐"면서 "윤 대통령이 정말 아무도 모르게 식사할 수 있었을 거라고 생각했다면 정치력에 엄청난 문제가 있는 것이고, 알고도 그랬다면 한 대표 망신 주기용 아니냐"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친한계 B 의원도 "꼭 이래야 하는지 정말 모르겠다"면서 "한 대표가 잘 돼야 당도 잘 되는 것이고, 당이 잘 돼야 든든하게 국정을 뒷받침하는 것인데, 왜 여당 대표를 흔드는 듯한 이런 일이 벌어지나"라고 개탄했습니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