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아프리즈 열풍 이어받는 ‘도쿄 겐다이’와 ‘아트021 홍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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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021 홍콩, 도쿄 겐다이 아트페어 9월 개최
아트페어 ‘집적효과’, KIAF-프리즈 반사이익 노려
아트페어 ‘집적효과’, KIAF-프리즈 반사이익 노려
미술시장 불황에 따른 우려 속에서 출발한 ‘한국국제아트페어(KIAF)-프리즈 서울(9월 4~8일)’이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내며 막을 내렸다. 특히 ‘세계 미술 수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아트페어 아모리 쇼와의 맞대결에서 출품작 수준과 판매 분위기 모두 판정승을 거두며, 미술계의 시선이 적어도 지금은 서울에 쏠려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앞으로 세계 미술시장에서 9월은 ‘아시아의 시간’이 될 가능성이 보인다. 한국과 일본, 중국 세 나라에서 굵직한 아트페어가 동시다발적으로 열리기 때문이다. ‘키아프리즈(키아프+프리즈)’가 건재한 가운데 일본의 국제 아트페어 ‘도쿄 겐다이’와 홍콩의 ‘아트(Art)021’이 9월에 열리며 컬렉터들이 늦여름 아시아행 비행기에 오를 전망이다.
홍콩 아트021 도쿄 겐다이도 내년부터 9월로
10일 미술계와 해외 미술전문매체들에 따르면 지난달 28일부터 지난 8일까지 원조 ‘아시아 미술 허브’ 홍콩에서 신생 아트페어 ‘아트021 홍콩’이 진행됐다. 약 2만 명의 VIP가 참가 의사를 밝혔고, 이 중 절반 이상이 페어를 찾았다. 8월 말~9월 초 홍콩의 무더위 속에서도 상당한 존재감을 보인 셈이다. 아트021은 중국 본토가 기반인 아트페어다. 2013년 카일리 잉 등 3명의 컬렉터가 설립해 상하이에서 첫 행사를 연 이후 금세 중국을 대표하는 아트페어로 컸다. 국가급 문화행사인 ‘중국 상하이 국제예술제’에 공식 포함된 아트페어로 정부 지원사격을 받은 영향이다. 2018년 베이징 ‘징아트(Jingart)’, 2021년 ‘DNA 선전’ 등 자매 페어도 선보였다.
아트021 홍콩은 당초 7월 홍콩컨벤션센터에서 열릴 예정이었지만, 9월로 시기가 미뤄졌다. 아트021 측은 앞으로도 페어를 9월 중에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상반기엔 미술시장 최대 행사인 ‘아트바젤 홍콩’에 이목이 쏠리는 데다, 습하고 숨 막히는 홍콩의 여름 날씨 등을 고려하면 시기적으로 9월이 알맞다는 점에서다.
지난해 처음 개막한 ‘도쿄 겐다이’도 개최 시기를 바꾼다. 내년에는 9월 11일부터 나흘간 퍼시피코 요코하마 컨벤션센터에서 열기로 했다. 1995년 요코하마에서 열린 일본 국제 현대아트페어(NICAF) 이후 30여년 만에 일본에서 처음 열린 대형 아트페어로 주목받은 겐다이의 개최 시기 조정 이유도 날씨다. 덥고 습한 도쿄의 혹서기를 피해 서늘한 9월로 옮긴다는 것이다.
반사이익 노리는 아트021·겐다이, ‘키아프리즈’ 영향은
컬렉터와 미술 애호가를 유치하는 데 걸림돌이 되는 더운 날씨를 피한다는 이유를 들지만, 속내는 다를 수 있다는 게 미술계의 시각이다. 9월 초 ‘키아프리즈’로 서울이 지핀 미술 열기를 고스란히 흡수해 반사이익을 누리겠다는 의도도 읽힌다는 것이다. 아트바젤 홍콩에 이어 아시아 지역에서 가장 성공적인 아트페어로 자리 잡은 KIAF-프리즈와 함께 아트페어 ‘집적효과’를 노릴 수 있기 때문이다. 유럽이나 북미 지역에서 프리즈 서울을 찾은 컬렉터들이 서울에 온 김에 2~3시간이면 닿을 수 있는 도쿄와 홍콩까지 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아트바젤 바젤이 열리면 도시 안팎으로 수십여 개의 위성 아트페어가 열리고, 프리즈와 아트바젤도 비슷한 시기에 이웃 나라엔 영국 런던와 프랑스 파리에서 페어를 열어 상부상조하고 있다. 패트릭 리 프리즈서울 디렉터도 “내년에는 프리즈 서울을 방문한 컬렉터들이 도쿄 겐다이를 보러 가기 위해 아시아 체류 기간이 길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참가 갤러리만 300개가 넘는 KIAF-프리즈와 비교해 70여개 갤러리로 페어를 꾸리는 아트021과 도쿄 겐다이는 규모나 성과 측면에서 키아프리즈에 밀리는 게 사실이다. 73개 갤러리가 참여한 올해 도쿄 겐다이는 첫해보단 높은 판매 실적을 거뒀지만, 이는 싼값에 미술품을 담을 수 있는 엔저(低) 흐름의 영향이 컸다. 실제로 수억 원 대의 고가 작품 판매는 저조한 편이었다. 국내 갤러리 중에는 도쿄 겐다이 대신 두 달 뒤 열리는 KIAF-프리즈로 가겠다는 컬렉터도 많아 올해 행사에 불참하는 경우도 있었다.
아트넷에 따르면 아트021의 경우 13개국 73개 갤러리가 참여했지만, 이마저도 대다수가 중국 본토에서 온 갤러리였다. 페어 현장에서도 표준 중국어인 만다린어가 자주 들리는 등 관람객도 본토 출신이 많았다. 국제아트페어치고는 다양성과 확장성이 부족한 것이다. 앞서는 서울, 도쿄와 홍콩 배울 점도
홍콩과 도쿄에서 아트페어가 동시다발로 열리지만 서울의 표정은 여유롭다. 당초 5년 계약을 맺고 상륙한 프리즈가 앞으로도 서울에서 지속 페어를 열겠다는 뜻을 내비치면서다. 사이먼 폭스 프리즈 CEO는 “런던에서 20년째, 뉴욕에서 10년째 해오고 있는 것처럼 서울에서도 10년, 20년, 50년까지 지속되길 바라고 있다”며 “KIAF와 함께 ‘월드 클래스’ 아트페어로 성장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배울 점도 없지는 않다. 도쿄 겐다이가 일본 관세법에 따라 페어가 열리는 기간 동안 보세 구역에 되는 게 대표적이다. 이에 따라 해외 갤러리들은 일본에 작품을 들여올 때 반드시 내야 했던 세금 10%를 작품이 판매되는 시점에 낼 수 있다. 수십억~수백 억 원대의 작품을 보다 수월하게 들여올 수 있다는 뜻이다. 한 국내 미술계 관계자는 “값비싼 작품을 들여오는 해외 화랑 입장에선 판매될 때만 관세를 무는 정책이 매력적”이라며 “한국도 이런 정책이 있다면 값비싼 대작들도 더 많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승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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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세계 미술시장에서 9월은 ‘아시아의 시간’이 될 가능성이 보인다. 한국과 일본, 중국 세 나라에서 굵직한 아트페어가 동시다발적으로 열리기 때문이다. ‘키아프리즈(키아프+프리즈)’가 건재한 가운데 일본의 국제 아트페어 ‘도쿄 겐다이’와 홍콩의 ‘아트(Art)021’이 9월에 열리며 컬렉터들이 늦여름 아시아행 비행기에 오를 전망이다.
홍콩 아트021 도쿄 겐다이도 내년부터 9월로
10일 미술계와 해외 미술전문매체들에 따르면 지난달 28일부터 지난 8일까지 원조 ‘아시아 미술 허브’ 홍콩에서 신생 아트페어 ‘아트021 홍콩’이 진행됐다. 약 2만 명의 VIP가 참가 의사를 밝혔고, 이 중 절반 이상이 페어를 찾았다. 8월 말~9월 초 홍콩의 무더위 속에서도 상당한 존재감을 보인 셈이다. 아트021은 중국 본토가 기반인 아트페어다. 2013년 카일리 잉 등 3명의 컬렉터가 설립해 상하이에서 첫 행사를 연 이후 금세 중국을 대표하는 아트페어로 컸다. 국가급 문화행사인 ‘중국 상하이 국제예술제’에 공식 포함된 아트페어로 정부 지원사격을 받은 영향이다. 2018년 베이징 ‘징아트(Jingart)’, 2021년 ‘DNA 선전’ 등 자매 페어도 선보였다.
아트021 홍콩은 당초 7월 홍콩컨벤션센터에서 열릴 예정이었지만, 9월로 시기가 미뤄졌다. 아트021 측은 앞으로도 페어를 9월 중에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상반기엔 미술시장 최대 행사인 ‘아트바젤 홍콩’에 이목이 쏠리는 데다, 습하고 숨 막히는 홍콩의 여름 날씨 등을 고려하면 시기적으로 9월이 알맞다는 점에서다.
지난해 처음 개막한 ‘도쿄 겐다이’도 개최 시기를 바꾼다. 내년에는 9월 11일부터 나흘간 퍼시피코 요코하마 컨벤션센터에서 열기로 했다. 1995년 요코하마에서 열린 일본 국제 현대아트페어(NICAF) 이후 30여년 만에 일본에서 처음 열린 대형 아트페어로 주목받은 겐다이의 개최 시기 조정 이유도 날씨다. 덥고 습한 도쿄의 혹서기를 피해 서늘한 9월로 옮긴다는 것이다.
반사이익 노리는 아트021·겐다이, ‘키아프리즈’ 영향은
컬렉터와 미술 애호가를 유치하는 데 걸림돌이 되는 더운 날씨를 피한다는 이유를 들지만, 속내는 다를 수 있다는 게 미술계의 시각이다. 9월 초 ‘키아프리즈’로 서울이 지핀 미술 열기를 고스란히 흡수해 반사이익을 누리겠다는 의도도 읽힌다는 것이다. 아트바젤 홍콩에 이어 아시아 지역에서 가장 성공적인 아트페어로 자리 잡은 KIAF-프리즈와 함께 아트페어 ‘집적효과’를 노릴 수 있기 때문이다. 유럽이나 북미 지역에서 프리즈 서울을 찾은 컬렉터들이 서울에 온 김에 2~3시간이면 닿을 수 있는 도쿄와 홍콩까지 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아트바젤 바젤이 열리면 도시 안팎으로 수십여 개의 위성 아트페어가 열리고, 프리즈와 아트바젤도 비슷한 시기에 이웃 나라엔 영국 런던와 프랑스 파리에서 페어를 열어 상부상조하고 있다. 패트릭 리 프리즈서울 디렉터도 “내년에는 프리즈 서울을 방문한 컬렉터들이 도쿄 겐다이를 보러 가기 위해 아시아 체류 기간이 길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참가 갤러리만 300개가 넘는 KIAF-프리즈와 비교해 70여개 갤러리로 페어를 꾸리는 아트021과 도쿄 겐다이는 규모나 성과 측면에서 키아프리즈에 밀리는 게 사실이다. 73개 갤러리가 참여한 올해 도쿄 겐다이는 첫해보단 높은 판매 실적을 거뒀지만, 이는 싼값에 미술품을 담을 수 있는 엔저(低) 흐름의 영향이 컸다. 실제로 수억 원 대의 고가 작품 판매는 저조한 편이었다. 국내 갤러리 중에는 도쿄 겐다이 대신 두 달 뒤 열리는 KIAF-프리즈로 가겠다는 컬렉터도 많아 올해 행사에 불참하는 경우도 있었다.
아트넷에 따르면 아트021의 경우 13개국 73개 갤러리가 참여했지만, 이마저도 대다수가 중국 본토에서 온 갤러리였다. 페어 현장에서도 표준 중국어인 만다린어가 자주 들리는 등 관람객도 본토 출신이 많았다. 국제아트페어치고는 다양성과 확장성이 부족한 것이다. 앞서는 서울, 도쿄와 홍콩 배울 점도
홍콩과 도쿄에서 아트페어가 동시다발로 열리지만 서울의 표정은 여유롭다. 당초 5년 계약을 맺고 상륙한 프리즈가 앞으로도 서울에서 지속 페어를 열겠다는 뜻을 내비치면서다. 사이먼 폭스 프리즈 CEO는 “런던에서 20년째, 뉴욕에서 10년째 해오고 있는 것처럼 서울에서도 10년, 20년, 50년까지 지속되길 바라고 있다”며 “KIAF와 함께 ‘월드 클래스’ 아트페어로 성장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배울 점도 없지는 않다. 도쿄 겐다이가 일본 관세법에 따라 페어가 열리는 기간 동안 보세 구역에 되는 게 대표적이다. 이에 따라 해외 갤러리들은 일본에 작품을 들여올 때 반드시 내야 했던 세금 10%를 작품이 판매되는 시점에 낼 수 있다. 수십억~수백 억 원대의 작품을 보다 수월하게 들여올 수 있다는 뜻이다. 한 국내 미술계 관계자는 “값비싼 작품을 들여오는 해외 화랑 입장에선 판매될 때만 관세를 무는 정책이 매력적”이라며 “한국도 이런 정책이 있다면 값비싼 대작들도 더 많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승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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