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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고] 부쩍 늘어난 '유령 범인'…사법방해죄 도입 고민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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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재빈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
    [기고] 부쩍 늘어난 '유령 범인'…사법방해죄 도입 고민해야
    최근 우리 사회에서 사법방해 행위가 도를 넘고 있다. 음주운전 혐의를 받는 유명 연예인의 운전자 바꿔치기 시도나 주가 조작 사건에서의 가공인물 주범 조작 등이 대표적 사례다. 이는 단순한 개인의 일탈을 넘어 우리 사회의 정의 실현 체계를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다.

    피의자와 참고인들이 공모해 거짓 진술을 하고 허위 자료를 제출하면 수사기관은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이는 형사사법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행위로, 국가의 정의 실현 기능을 마비시키고 결국 개인의 자력 구제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런 이유로 미국 프랑스 독일 등 선진국은 ‘사법방해죄’를 도입하고 있다.

    한국도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 증거인멸죄, 범인도피죄, 무고죄, 위증죄 등으로 일부 사법방해 행위를 처벌하고 있다. 그러나 현행법 체계로는 공범들의 조직적인 증거 인멸이나 조작에 대응하기 어렵다. 특히 현 제도하에선 피고인이 동의하지 않으면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 능력이 사라진다. 이런 제도는 공범들의 진술 번복을 조장할 수 있다.

    많은 국민은 피의자나 참고인들이 허위 진술을 하고 허위 증거를 제출하더라도 수사기관이 실체적 진실을 잘 규명하고 정의를 실현해줄 것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많은 거짓말 속에서 진실을 규명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힘 있고 돈 있는 사람들은 유능한 변호사를 선임해 수사기관이 미처 살피지 못하는 부분까지 검토해 자신들의 피해를 회복할 수 있지만, 돈 없고 힘 없는 서민은 상대방이 합심해 거짓 증거를 제출하면 속수무책으로 당하게 되는 구조다.

    미국에선 연방대법원이 1998년 ‘브로건 대 미 정부’ 판결을 통해 피의자의 단순 부인 진술도 허위진술죄로 처벌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이는 수사 과정에서의 고의적인 거짓말이 실체적 진실 규명을 저해한다는 역사적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다.

    한국도 이제 체계적인 사법방해죄 도입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최근 300억원을 챙긴 주가 조작 세력이 만들어낸 주범이 가공인물이라는 것을 밝혀내는 데 2년이나 소요된 사실은 현 제도의 한계를 보여준다. 이는 사법 시스템에 대한 신뢰를 훼손하고 다른 중요 사건의 수사를 지연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사법방해죄 도입은 단순히 처벌 강화가 아닌, 우리 사회의 정의 실현 능력을 제고하는 방안이다. 이는 곧 성숙한 민주주의로 나아가는 길이기도 하다. 수사기관과 법정에서 진실한 진술이 이뤄지고, 이를 바탕으로 공정한 판단이 내려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정부와 국회는 사법방해죄 도입을 위한 제도적 정비에 협력해야 한다. 이를 통해 건강한 사법 시스템이 구축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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