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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설] 회계기준원의 지속 불가능한 '지속 가능성 공시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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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회계기준원이 공표한 ‘지속 가능성 공시 기준’이 경제 현실에 맞지 않는다는 우려가 크다. 기준이 불명확하고 객관적 측정 방법을 제시하지 않은 데다 온실가스 배출이 많은 제조업 중심인 국내 산업에 대한 고려가 결여됐다는 지적이다. 초안대로라면 공시의 생명인 정확성·완전성·투명성·일관성·유용성 담보가 힘들다는 게 현장의 이구동성이다.

    지속 가능성 공시 기준은 지난해 국제회계기준(IFRS) 재단이 재무제표와 함께 지속 가능성 관련 정보를 투자자에게 제공하도록 권고했다. 각국은 이 기준을 참조해 자국 기준을 제정 중이며, 한국도 지난 4월 말 초안을 공개했다.

    5~8월 의견 수렴 기간에 기업들은 과도한 사회적 비용을 유발하는 등 공시 기준이 현실성이 떨어진다며 대폭 손질을 요청했다. 협력업체, 하청기관, 공급망 등 전 가치사슬에서 발생하는 모든 간접 탄소배출을 공시하는 ‘스코프 3’를 공시 대상에서 제외해 달라는 게 대표적이다. 산정 범위·방법에 따라 배출량 값이 크게 달라져 사실상 집계가 불가능하다는 게 기업들 설명이다. 중국이나 동남아시아 하청기업들에 관련 정보를 넘기라고 강제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일리가 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도 의무 공시에서 제외했다.

    기업들은 ‘2026년 이후’(자산 2조원 이상 유가증권시장 기업)로 잡힌 시행 시기를 ‘2029년 이후’로 연기해줄 것도 요청했다. 이와 관련해 문철우 성균관대 교수는 어제 한 세미나에서 ‘2034년쯤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공시 기준 제정에 적어도 3년이 소요되는 만큼 유럽연합(EU) 공시 시점인 2029년에서 3~4년 지난 시점이 적합하다는 주장이다.

    회계기준원이 공개한 초안은 역내 이익 관점으로 만든 EU 기준을 단순 번역한 수준이라는 불만도 제기된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반대 기류가 강해지는 상황에서 성급한 대응은 제발등 찍기가 될 수 있다. 기업·주정부 소송에 미국 SEC의 기후공시법안 폐기가 거론 중이고, EU 지속가능보고지침(CSRD)도 대폭 완화됐다. ‘글로벌 정합성’이라는 불분명한 이익을 내세운 과잉 규제는 자해가 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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