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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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서울대 등 주요 대학에 '지역별 비례 선발제'를 전면적으로 도입하자는 파격적인 제안을 한 배경에는 이와 유사한 취지로 선발하고 있는 서울대의 지역균형 선발과 기회균형 선발 전형 입학생들의 학업 성취도가 다른 전형에 비해 낮지 않다는 점이 근거가 됐다. 실력이 떨어지는 학생을 선의로 받아주자는 것이 아니라 지방의 우수한 인재를 좋은 대학에 입학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는 논리다.

27일 한은이 발표한 '입시경쟁 과열로 인한 사회문제와 대응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19학번으로 서울대에 입학한 학생 중 수시 지역균형 선발 전형으로 입학한 학생들의 학점이 정시 일반 전형으로 입학한 학생보다 높았다. 지역균형 입학생은 1학년 때인 2019년 3.4점(4.3점 만점)으로 출발해 작년까지 3.6~3.7점 안팎의 성적을 거뒀다. 반면 정시 입학생은 3.1점대에서 출발했고, 2020~2023년 기간 중 3.4점을 한번도 넘기지 못했다.

농어촌 학생 등을 정원 외로 선발하는 기회균등 전형 입학생의 성적은 지역균형 학생보다는 낮았지만 정시생과는 비슷하거나 높았다.

지역별로도 지방 학생들의 성적이 우수했다. 강남3구 출신 학생의 학점은 1학년 때 3.2점으로 출발해 2020~2022년 3.4점대에 머무르다가 2023년 3.5점으로 높아지는 데 그쳤다. 재수에 따른 번아웃, 낮은 전공만족도 등이 이들의 낮은 학점으로 이어진 것으로 한은은 보고 있다. 반면 지방광역시와 그외 수도권 출신 학생들은 3.4점에서 출발해 3.5~3.6점대를 오가는 성적을 기록했다.

정종우 한은 경제연구원 과장은 "이같은 대학 입학 후 성적 추이는 지역별 비례선발제로 신입생을 선발해도 이들이 대학교육을 잘 이수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는 근거"라며 "비례 선발제가 부모의 경제력이나 사교육 환경 등 사회경제적 배경이 입시에 미치는 영향을 완화해 혁신을 주도할 인재를 발굴하지 못하는 '잃어버린 아인슈타인' 현상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다니엘 엘런 미 하버드대 정치학과 교수를 인용해 “인재는 어디에나 있다”고 덧붙였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