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 오면 난리"…1100억 쏟아부은 세운상가 충격 근황 [혈세 누수 탐지기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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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km 길이 세운상가 공중보행로 논란
이용도 저조한데 누수 문제까지 발생
이용도 저조한데 누수 문제까지 발생
"비 오면 아주 난리가 나. 웅덩이까지 생긴다고."
최근 무더위에 비가 내린다는 소식을 많이 이들이 반겼지만, 세운상가 상인들은 아닙니다. 비가 안 내려도 누수가 있는데, 비가 오면 공중보행로 아래로 누수가 더 심해지기 때문입니다. 세운상가 공중보행로는 혈세 1109억원이 쓰였는데도 당초 예측 통행량의 10% 수준에 그쳐 '혈세 누수' 논란만 있는 줄 알았는데 그냥 누수도 만연했습니다.
최근에는 시가 2017년 준공 전 타당성 조사도, 사업 추진도 '졸속'으로 무리하게 밀어붙였다는 감사 결과까지 나와 온갖 문제가 드러났습니다. 한경 혈세 누수 탐지기(혈누탐)팀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면서 끝없이 논란을 만드는 '애물단지' 세운상가 공중보행로의 근황을 살펴봤습니다.
'냉무'
최근 감사원 자료에 따르면 이곳 공중보행로의 보행량은 당초 예측의 10분의 1 수준에 그쳤습니다. 동서를 합치면 하루 평균 10만명이 넘을 것으로 예측했으나, 실제로는 1만을 조금 웃도는 수준에 그친 것입니다. 같은 방법으로 측정한 결과는 아니기 때문에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서울 열린데이터광장 통계에서 비슷한 '시간대'에만 인근 명동 관광특구가 약 7만명, 종로·청계 관광특구가 3만명대, 동대문 관광특구가 2만명대로 나타나는 걸 감안하면 낮은 수준으로 보입니다.
첩첩산중
최근 감사원 보고서에서는 더 충격적인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사업을 추진하던 당시 서울시가 자체 투자심사 결과를 여러 차례 무시하며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하고, 사업비도 약 300억원을 더 늘렸다는 것입니다. 당시 투자심사위원회에는 사업성 부족, 콘텐츠 개발, 과도한 사업비 등을 지적했지만 서울시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감사원은 "보행 예측량의 11%에 불과한 등 공중보행로 조성사업에 총사업비 1109억원을 투입하고서도 당초 사업의 목적인 보행량 증대를 통한 세운상가 및 주변 지역 재생에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홍콩은커녕 '대못'으로 전락
서울시의회는 지난 4월 도시계획균형위원회에서 "세운상가 군을 단계적으로 공원화하여 서울을 대표하는 녹지 축을 조성하고 공원과 녹지를 중심으로 문화 및 상업, 업무 인프라를 확충하도록 하겠다"고 논의했습니다.
상인들은 먹고사는 일에 지장이 생기기 때문에 상가 철거는 물론 보행로 철거도 반대라는 입장입니다. 안석탑 세운상가협의회 회장은 "시에서 아직 어떤 말도 듣지 못했다"며 결사반대를 외쳤습니다. 기존 상가군 자체로도 재개발 추진이 쉽지 않은데, 공중보행로까지 생겨 철거비는 물론 상인들과의 협상이 이중삼중으로 어려움이 생긴 셈입니다.
오죽하면 오 시장이 이 공중보행로만 보면 "대못"이라고 표현했을까요. 혈누탐이 회차를 거듭할수록 우리는 체감하고 있습니다. 뿌리는 사람과 치우는 사람이 따로 있다는 것을요. 오 시장은 2022년 4월 기자 설명회에서 "솔직히 말해 철거돼야 할 운명"이라면서도 "적어도 허물려면 매입이 완료돼 영업하는 임차인이 퇴거해야 허물 게 아니냐. 그게 준비되려면 적어도 10년은 걸린다고 보고 10년 동안 충분히 활용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대못' 빼야 하나…어떻게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세운상가가 서울시 전체에서 주목하는 입지인 만큼 개발 밀도나 강도, 녹지 비율 등에 대해 다각도로 의견을 수렴하고 미래 수요 전망 등을 충분히 숙고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도대체 이곳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10년이 됐든 언제고 철거될 때까지 방치해야 할까요. 취재를 끝마치고 철수할 무렵, 공중보행로에 위치한 한 건축물에 이런 문구를 발견했습니다. "괜찮아. 지금처럼만 하면 돼". 혈누탐팀은 세운상가만큼은 어떤 방식이든 지금처럼만 아니면 될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신현보/김영리 한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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