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필, 김정은에 90도 인사 웬 말"…가왕들 줄줄이 '불똥'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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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묵은 이념 논쟁에 반쪽 난 광복절
정쟁에 가왕 나훈아·조용필 불똥 튀어
여야 정쟁 논리 편승한 네티즌들
가수들 행적 파헤치며 이념 논쟁 장외전
정쟁에 가왕 나훈아·조용필 불똥 튀어
여야 정쟁 논리 편승한 네티즌들
가수들 행적 파헤치며 이념 논쟁 장외전
제79주년 광복절을 둘러싼 정치권의 해묵은 이념 논쟁으로 '가왕' 나훈아와 조용필에게 불똥이 튀어 그 배경에 이목이 쏠린다. 이념과 정파 구분 없이 기념해 온 광복절이 해방 이후 처음 '두 동강' 난 상태로 개최된 데 이어, 여야의 정쟁 논리에 편승한 국민들이 나훈아와 조용필의 행적을 놓고 온라인상에서 이념 논쟁 '장외전'을 벌인 탓이다.
광복회 등 독립운동단체들은 광복절인 지난 15일 정부 주최 경축식에 참석하지 않고 별도 기념식을 개최했다. 광복절 행사가 정부 주최 경축식과 독립운동단체 주최 기념식으로 각각 개최된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었다. 독립운동단체들은 '친일 뉴라이트' 논란에 휩싸인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임명을 비판하고자 '반쪽 기념식'을 단행했다.
광복절 기간 여야의 언쟁은 쉴 틈 없이 이어졌다. 대통령실은 "모든 국민이 광복의 기쁨을 나눠야 할 광복절에 친일 프레임을 덧씌우고 이를 틈 타 국민 분열을 꾀하는 행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이견이 있으면 여기 와서 말할 수도 있는데 불참하면서 이렇게 나라가 갈라지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것은 너무 부적절하다"고 했다.
이에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대표 직무대행은 "윤석열 정권이 자행 중인 '역사 쿠데타'로 독립 투쟁의 역사가 부정되고 대한민국 정체성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고 했고,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친일파 조상이 물려준 재산으로 호의호식하던 자들이 고개를 빳빳이 들고 있다"면서 "야당, 시민사회와 함께 밀정들을 색출하겠다"고 했다. 이처럼 정치권의 거친 설전이 벌어지던 가운데, 몇몇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가수 나훈아의 2005년 콘서트 중 발언을 담은 게시물이 재조명되기 시작했다. 그가 19년 전 광복 60주년 기념 콘서트에서 광복절에 대해 "쓸데없는 기념일"이라고 한 대목을 캡처해 올린 것이다. 십수 년 전 나훈아의 발언에 대한 주목도를 높인 배경에는 여야의 유례 없는 정쟁이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나훈아는 당시 콘서트에서 "오늘 광복 60주년 기념이라 하지만은, 쓸데없는 기념일이다. 광복 같은 것은 없는 편이 좋았다"며 "다시 말씀드려서 광복하지도 않아도 되는, 다른 나라가 와서 우리나라를 지배하는 그런 일이 애당초 없었어야 된다는 이야기"라고 했다. 이는 타국의 침략이 원천 불가능하도록 나라를 부강하게 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다만 이같은 나훈아의 발언은 보수 정부의 안보관과 맞닿아 있다는 점에서 보수 지지층들의 관심도를 높였다. 윤석열 정부도 '힘에 의한 평화'를 기치로 내걸고 있다. 이에 친여(親與) 성향으로 추정되는 네티즌들은 나훈아를 "진정한 애국 가수", "호국 가수", "가황" 등 열렬히 치켜세웠다. 하지만 이들은 나훈아를 치켜세우면서도 동시대 최고의 가수로 꼽히는 조용필은 깎아내렸다. 공연 등 가수의 영역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이념 논쟁의 연장선상에서 조용필을 소환했다. 조용필이 노무현 정부 시절이던 2005년 평양에서 단독 콘서트를 열었던 것, 문재인 정부 시절이던 2018년 남북 정상회담 만찬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90도 인사'를 한 것 등을 문제 삼았다.
특히 나훈아가 2018년 방북 공연에 북한의 김씨 일가 왕조를 향한 적개심으로 불참했었던 게 비교 대상이 됐다. 친여 네티즌들은 "김정은에게 폴더 인사한 조용필과 대비된다", "가왕과 가황의 차이"라는 댓글과 함께 원색적인 비난도 더러 보였다. 반면 친야(親野) 성향 네티즌들은 나훈아를 겨냥해 "요즘 들어 극우 성향을 드러낸다", "극우가 인정하는 연예인" 등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런 현상은 분열을 부추기는 정치권의 행태에 따른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여야 이념 논쟁이 빚은 국민 분열의 참상"이라고 했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잘못된 쏠림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문화가 국론 분열을 더 심화하는 현상이 가수 나훈아, 조용필에게 투영되고 있다"며 "올바른 언론 매체들이 이를 정화하고 바로잡는 큐레이션 필터링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때로 보인다"고 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광복절 기간 여야의 언쟁은 쉴 틈 없이 이어졌다. 대통령실은 "모든 국민이 광복의 기쁨을 나눠야 할 광복절에 친일 프레임을 덧씌우고 이를 틈 타 국민 분열을 꾀하는 행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이견이 있으면 여기 와서 말할 수도 있는데 불참하면서 이렇게 나라가 갈라지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것은 너무 부적절하다"고 했다.
이에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대표 직무대행은 "윤석열 정권이 자행 중인 '역사 쿠데타'로 독립 투쟁의 역사가 부정되고 대한민국 정체성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고 했고,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친일파 조상이 물려준 재산으로 호의호식하던 자들이 고개를 빳빳이 들고 있다"면서 "야당, 시민사회와 함께 밀정들을 색출하겠다"고 했다. 이처럼 정치권의 거친 설전이 벌어지던 가운데, 몇몇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가수 나훈아의 2005년 콘서트 중 발언을 담은 게시물이 재조명되기 시작했다. 그가 19년 전 광복 60주년 기념 콘서트에서 광복절에 대해 "쓸데없는 기념일"이라고 한 대목을 캡처해 올린 것이다. 십수 년 전 나훈아의 발언에 대한 주목도를 높인 배경에는 여야의 유례 없는 정쟁이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나훈아는 당시 콘서트에서 "오늘 광복 60주년 기념이라 하지만은, 쓸데없는 기념일이다. 광복 같은 것은 없는 편이 좋았다"며 "다시 말씀드려서 광복하지도 않아도 되는, 다른 나라가 와서 우리나라를 지배하는 그런 일이 애당초 없었어야 된다는 이야기"라고 했다. 이는 타국의 침략이 원천 불가능하도록 나라를 부강하게 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다만 이같은 나훈아의 발언은 보수 정부의 안보관과 맞닿아 있다는 점에서 보수 지지층들의 관심도를 높였다. 윤석열 정부도 '힘에 의한 평화'를 기치로 내걸고 있다. 이에 친여(親與) 성향으로 추정되는 네티즌들은 나훈아를 "진정한 애국 가수", "호국 가수", "가황" 등 열렬히 치켜세웠다. 하지만 이들은 나훈아를 치켜세우면서도 동시대 최고의 가수로 꼽히는 조용필은 깎아내렸다. 공연 등 가수의 영역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이념 논쟁의 연장선상에서 조용필을 소환했다. 조용필이 노무현 정부 시절이던 2005년 평양에서 단독 콘서트를 열었던 것, 문재인 정부 시절이던 2018년 남북 정상회담 만찬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90도 인사'를 한 것 등을 문제 삼았다.
특히 나훈아가 2018년 방북 공연에 북한의 김씨 일가 왕조를 향한 적개심으로 불참했었던 게 비교 대상이 됐다. 친여 네티즌들은 "김정은에게 폴더 인사한 조용필과 대비된다", "가왕과 가황의 차이"라는 댓글과 함께 원색적인 비난도 더러 보였다. 반면 친야(親野) 성향 네티즌들은 나훈아를 겨냥해 "요즘 들어 극우 성향을 드러낸다", "극우가 인정하는 연예인" 등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런 현상은 분열을 부추기는 정치권의 행태에 따른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여야 이념 논쟁이 빚은 국민 분열의 참상"이라고 했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잘못된 쏠림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문화가 국론 분열을 더 심화하는 현상이 가수 나훈아, 조용필에게 투영되고 있다"며 "올바른 언론 매체들이 이를 정화하고 바로잡는 큐레이션 필터링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때로 보인다"고 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