샹파뉴 로드트립-400년 지하 셀러가 느릿느릿 잉태한 순백의 거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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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e] 한국신사 유람일기
샹파뉴, 순백의 거품에 취하는 프랑스의 여름
샴페인의 발상지, 샹파뉴 메종을 가다 - 1부
'빌카르 살몽(Billecart Salmon)'
빛과 바람 차단된 서늘한 저장고
저온에서 오랜시간 공들여 발효
부드러운 질감··· 마실수록 반전
'살롱(Salon)'
최고급 샤르도네 단일 품종
장기간 숙성 극소량만 생산
우아한 기포·콤콤한 향 일품
샹파뉴, 순백의 거품에 취하는 프랑스의 여름
샴페인의 발상지, 샹파뉴 메종을 가다 - 1부
'빌카르 살몽(Billecart Salmon)'
빛과 바람 차단된 서늘한 저장고
저온에서 오랜시간 공들여 발효
부드러운 질감··· 마실수록 반전
'살롱(Salon)'
최고급 샤르도네 단일 품종
장기간 숙성 극소량만 생산
우아한 기포·콤콤한 향 일품
“내 삶의 유일한 후회는 샹파뉴를 더 마시지 못했다는 것이다.”
존 메이너드 케인스가 살아생전 입버릇처럼 했던 말이다. 맞다. 원활한 경제 성장을 위해 적극적인 정부의 개입이 필요하다는 것을 주장하고 입증한 거시 경제학의 창시자 케인스다. 위대한 경제학자는 무슨 이유로 이 가늘고 섬세한 기포를 내뿜는 ‘거품 술’ 샹파뉴에 열광했을까.
위스키와 백주는 물론 유명하다는 와인 산지까지 두루 다녀봤지만, 미지의 장소로 남아 있던 곳이 프랑스 샹파뉴다. 세상의 모든 발포성 포도주를 대표하는 이름, 오매불망 샹파뉴 여행을 꿈꾸다 드디어 올여름 로드 트립을 떠났다. 네 곳의 샹파뉴 메종(집이라는 뜻의 프랑스어)을 방문하고 생산 공정을 지켜볼 수 있었다. 감동적인 시음의 순간과 함께.


빌카르 살몽 Billecart Salmon
샹파뉴 여행에서 가장 먼저 찾은 곳은 ‘빌카르 살몽’이다.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샹파뉴 메종이다. 니콜라 프랑수아 빌카르와 엘리자베스 살몽 부부에 의해 1818년 설립돼 200년 넘게 7대에 걸쳐 가족 경영을 해오고 있다. 샹파뉴에는 2000여 개가 넘는 생산지가 있는데, 빌카르 살몽은 재배부터 생산과 마케팅까지 모두 직접 한다. 이들은 저온 안정화 양조기법을 처음 개발한 메종으로 잘 알려져 있다. 온도를 높이면 발효가 빠르게 진행돼 시간은 단축되지만 낮은 온도에서 아주 천천히 포도주를 발효하면 마치 얇은 레이어를 켜켜이 쌓은 듯한 섬세한 균형감과 우아함을 느낄 수 있다고.
메종 주변을 돌아다니면 포도밭마다 심심찮게 빌카르-살몽의 로고가 큼지막하게 박힌 지표석을 만날 수 있다. 그중에서도 단연 자랑스러운 최고의 포도밭은 본사 바로 뒤에 있는 피노누아 단일품종을 생산하는 약 1㏊의 밭. 여기서 생산되는 포도는 작황이 좋은 해에만 최상급 제품인 ‘빌카르-살몽 르 클로 생틸레르(Billecart-Salmon Le Clos Saint-Hilaire)’로 만들어진다. 빌카르-살몽이라는 브랜드 이름 뒤에 이어지는 ‘르 클로 생틸레르(Le Clos Saint-Hilaire)’는 생틸레르라는 포도밭 이름을 딴 특별한 샹파뉴다. 생틸레르는 이 밭이 자리한 마을의 수호성인의 이름, 클로(Clos)는 토지에 담장을 둘러쳐 특별하게 관리하는 최고의 포도밭을 말한다. 1964년 집 뒷마당 버려진 땅에 시험 삼아 재배한 피노누아 몇 그루가 확장돼 1995년 최고 품질의 포도를 생산하고 양조하게 된 르 클로 생틸레르는 그 자체로 이 메종의 명성에 가치를 더한다.

누구나 한두 번 들어봤을 전설적인 샹퍄뉴의 이름들, 이를 테면 수도사 페리뇽과 과부 클리코 여사도 저장과 숙성 과정에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더해 명성을 얻은 이들이다. 엄격한 생산 공정의 역사가 지하 터널과 같은 저장고에 숨어 있고, 균일한 2차 발효를 위해 모든 병은 매일 4분의 1바퀴씩 손으로 돌려준다.
살롱 Salon
‘빌카르-살몽’에 이은 다음 샹파뉴 메종은 ‘살롱’. 애니메이션 캐릭터 슈렉을 연상시키는 꼬불거리는 커다란 S로고로 유명한 살롱은 많은 와인 애호가들의 버킷리스트에 올라 있는 곳이다. 이곳을 찾은 건 단지 명성 때문이 아니다. 샹파뉴 안에서도 획기적인 발상의 전환을 이룬 곳이어서다. 애초에 샹파뉴는 프랑스의 다른 포도주 산지에 비해 열악한 환경을 갖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서로 다른 등급의 포도주와 여러 품종을 섞어 안정적인 맛과 향을 부여한 것. 그러니까 이곳은 혁신과 도전의 와인 산지이기도 한 셈이다.

살롱 샹파뉴는 패션 칼럼니스트인 필자에게 더욱 특별한 애정을 유발하는 곳이다. 창립자 외젠 에메 살롱은 원래 모피 사업을 하던 의류업자다. 파리에서 성공한 이후 고향인 샹파뉴로 눈을 돌려 또 다른 창작을 해냈고, 그의 샹파뉴는 당대 최고의 레스토랑 막심의 고정 메뉴가 되면서 더 유명해졌다. 살롱이 타계한 뒤 소유권은 몇 차례 바뀌었지만, 전통적인 방식은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고, 거대한 샹파뉴 메종 중 하나인 로랑 페리에에 소속돼 있다.

역사와 함께 고이 잠들어 있는 살롱 샹파뉴를 뒤로하고 시음실로 돌아와 2013년 빈티지를 열었다. 우아한 기포와 콤콤한 향기, 존재감 있는 캐릭터를 여유 있게 전하는 카리스마가 단연 돋보였다. 인생을 살며 열심히 일하고, 부지런히 샹파뉴에 다시 돌아와야 할 이유와 에너지가 바로 여기 있었다. (2부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