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어제 도시계획위원회를 열어 강남구 대치·삼성·청담동과 송파구 잠실동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재지정했다. 그러면서 지가 안정 효과 등 면밀한 분석을 통한 제도의 종합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토지거래허가제란 주택, 상가, 토지 등을 매매할 때 기초자치단체장 허락을 받도록 한 제도다. 1970년대 토지공개념이 도입되면서 투기 방지를 위한 가장 강력한 규제로 1978년 12월 시행됐다. 그동안 자본주의의 근간인 사유재산제도와 헌법이 보장하는 계약 자유의 원칙을 침해한다는 지적이 많았지만, 투기적 거래 차단과 국민 주거 안정이라는 명분에 묻혔다. 이런 탓에 허가구역 안에 사는 주민들은 맘대로 집을 살 수도, 팔 수도 없는 황당한 일이 자유시장경제 한복판에서 벌어지고 있다.

허가구역으로 지정되면 갖가지 규제를 받는다. 거래 허가를 받으려면 땅을 살 돈을 어떻게 조달할지 지자체 등에 제출해야 한다. 자금조달 계획이 불분명하면 거래 허가가 나지 않고, 나더라도 이 자료들은 국세청에 전달돼 탈세 등의 조사에 활용된다. 게다가 주택 매수자는 2년 동안 실거주 의무도 진다. 실효성도 의문이다. 대표적 허가구역인 강남 압구정아파트는 부동산시장이 침체한 상황에서도 연일 신고가 행진이다. 이 제도가 해당 지역의 무분별한 투기 거래를 막는 데는 기여했을지 몰라도 투자 수요가 인근 지역으로 쏠리면서 집값이 튀어 오르는 ‘풍선 효과’로 이어졌다. ‘주택 공급’이라는 근본 처방 대신 시장에 직접 개입해 수급을 잡는 정책이 어떤 부작용을 부르는지는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정책 실패가 여실히 보여준다.

시장 원리가 아니라 이념적 잣대로 도입한 토지거래허가제는 폐지를 적극 고려할 때다. 국민의 기본권인 재산권 행사를 자유롭게 보장하며 투기 방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선 기존 조세 규제 등을 정교하게 적용하는 게 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