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가 수면마취 女환자 성폭행...'징역 17년'
수면마취 상태의 여성 환자들을 성폭행한 의사가 1심에서 중형을 선고받았다. 그는 압구정에서 롤스로이스를 운전하다 여성을 치여 죽게 만든 남성에게 마약류를 처방한 혐의도 받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강두례 부장판사)는 13일 의료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의사 염모씨에게 징역 17년과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또한 792만원 추징과 5년간 보호관찰도 명령했다.

염씨는 작년 8월 약물에 취한 상태로 운전하다 행인을 치어 숨지게 한 '롤스로이스 사건' 운전자 신모씨에게 프로포폴, 미다졸람, 디아제팜, 케타민 등을 섞어 투여하고 진료기록부를 허위로 기재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작년 10월 초부터 의사 면허가 정지된 상태로 환자에게 프로포폴 등을 투여하는 등 의료행위를 한 혐의도 있다. 수면마취 상태인 여성 10여명의 신체를 불법 촬영하고 일부 환자를 성폭행한 혐의도 받는다.

재판부는 염씨의 혐의 대부분을 유죄로 인정하며 "마약류 남용을 예방하고 중독자에 대한 치료보호와 사회 복지에 앞장서야 할 의사가 프로포폴 처방을 통한 돈벌이에만 급급했다"고 지적했다.



또 "이 외에도 개설 신고가 돼 있지 않은 장소에서 진료하고 의사 면허가 정지된 상태에서 의료행위를 했다"며 "고도의 도덕성을 요하는 의료인으로서 도덕적 해이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질타했다.

재판부는 "의사 지위를 이용해 수면마취 중인 피해자들을 성적 대상으로 삼은 범행 역시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며 "히포크라테스 선서 중 가장 중요한 내용인 '의사는 환자에게 해를 가하면 안 된다'는 점을 정면으로 어겼다"고 밝혔다.

피해자 대리인은 선고 후 취재진에게 "피고인이 선고 이틀 전 피해자 1명당 500만원씩 기습적으로 공탁했다"며 "양형에 참작받기 위한 보여주기식 공탁으로 보이는데, 피해자들은 전혀 수령하고 싶지 않다는 의사를 표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롤스로이스 운전자 신씨는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도주치사 등 혐의로 구속기소돼 지난 1월 1심에서 징역 20년을 선고받고 2심 재판 중이다.

(사진=연합뉴스)


박근아기자 twilight1093@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