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광산업이 차량용 내장재와 단열재 등으로 쓰이는 저융점섬유(LMF) 생산을 접기로 했다. 중국 석유화학 업체들의 저가 공세로 적자가 누적된 탓이다.

태광산업 '3년 적자' 단열재용 섬유 사업 철수
태광산업은 11일 이사회를 열고 울산 LMF 공장 가동을 오는 30일부터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이날 공시했다. 태광산업은 10월 말까지 LMF 원료와 제품 재고 판매를 완료할 예정이다. 접착용 섬유로 활용되는 LMF는 △차량용 내장재 △방음재·단열재 △매트리스 △필터 등을 제조할 때 쓰이는 중간재다. 255도 이상에서 녹는 폴리에스테르 섬유와 달리 110도에서 녹는 소재다. 그만큼 생산 과정에서 에너지 소비량과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적은 게 강점이다.

태광산업은 2014년 300억원을 들여 LMF를 생산하는 울산공장(연 7만t)을 세웠다. 그때만 해도 LMF 시장은 매년 9%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 유망 시장이었다. 태광산업은 LMF 생산량을 두 배 이상 늘려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20%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도 세웠다.

그러나 2018년부터 중국 기업들이 LMF 설비를 급격히 늘리며 시장 상황이 바뀌었다. 중국이 자국에서 소비하지 못한 LMF를 해외에 내다팔면서 국내에서도 공급 과잉 상태가 지속됐다. 지난해 국내 LMF 수요는 107만t이었지만 공급량은 184만t이었다. 77만t이 초과 생산됐다. 공장을 돌릴수록 손실이 쌓여갔다. 태광산업은 LMF 생산에 들어간 2014년부터 올 10월까지 10년간 누적 매출 8667억원, 영업적자 537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3년간엔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2022년에는 1045억원, 작년에는 994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그런 만큼 생산을 지속하면 연 100억원가량의 적자가 쌓일 것으로 보고 철수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태광산업 관계자는 “향후 공장 설비 활용과 인력 재배치 등은 결정하지 않았다”며 “이번 결정으로 하반기엔 흑자로 전환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태광산업의 공장 평균 가동률은 2022년 87%에서 지난해 74%로 떨어졌다.

업계 관계자는 “LMF를 생산하는 휴비스 등 다른 기업들 상황도 비슷하다”며 “중국발(發) 석유화학 위기가 업계 전체로 번지고 있다”고 말했다.

오현우/김형규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