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 보존측 시민단체 아친, 행정 소송서 확보한 문건으로 확인
작년 10월 철거 후에도 갈등 끊이지 않아…원주시장 등 9명 고발

강원 원주시가 아카데미극장 보존 예산으로 책정된 국비를 철거 예산으로 전용하려 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원주시가 아카데미극장 보전 예산을 철거 예산으로 전용 시도"
극장 보존을 주장해온 시민단체인 '아카데미의 친구들'(이하 아친)은 11일 시청 2층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문화체육관광부가 극장 보존에 쓰라고 지원한 예산 15억원을 원주시가 철거 예산으로 전용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이는 극장 철거 관련 문건을 무더기로 비공개 결정한 원주시를 상대로 '정보공개 거부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한 아친 측이 사실상 승소해 확보한 문건을 통해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 소송에서 법원은 아친이 공개 요청한 28개 문건 중 거의 대부분인 21건을 공개하라고 조정 권고했다.

이를 통해 아친은 지난해 3월 10일 보존 예산으로 책정된 국도비 39억원 중 당해 사업 예산인 15억원을 철거 예산으로 전용할 수 있냐는 내용의 공문인 '2023년 균형발전 특별회계 사업 변경 신청'을 강원도에 보낸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도는 '사업 내용과 부합하지 않아 변경할 수 없다'고 답변했다.

아친 측은 이 공문 발송 시점이 시 최고 정책심의기구인 시정조정위원회를 지난해 3월 9일 열어 극장 철거를 사실상 의결한 이튿날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시민 의견 수렴을 위한 간담회에 참석해 달라는 공문은 시정조정위 이후 엿새 뒤인 같은 해 3월 15일 아친 측에 발송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앞에서는 소통하는 척하면서 뒤에서는 철거를 위한 행정 절차를 착실히 밟아 나간 명백한 증거"라며 "'시가 이미 철거 결정을 내놓고 명분을 얻고자 보존 지지 시민들과 간담회를 진행했다'는 시청 공무원의 내부 고발과도 맞아떨어지는 대목"이라고 주장했다.

극장 철거에 결정적 역할을 한 시정조정위 역시 '전문기술이 풍부한 위촉위원 구성'이라는 조례의 입법 취지를 정면으로 위배한 채 모두 공무원으로만 구성, 사실상 답을 정해 놓고 철거를 결정했다고 지적했다.

아친 측은 "법원 결정으로 공개된 문건을 보면 원주시가 왜 그토록 정보를 꼭꼭 감추려고 했는지 알 수 있다"며 "시가 편향적 여론 수렴, 상식 밖 예산 전용 시도, 말뿐인 조례 개정으로 의회와 시민을 기만했다"고 주장했다.

"원주시가 아카데미극장 보전 예산을 철거 예산으로 전용 시도"
1963년 문을 연 이후 60년간 단관극장의 원형을 유지한 원주아카데미극장의 공식 철거 결정은 지난해 4월 11일 이뤄졌고, 극장 건물은 첨예한 갈등과 대립 속에 같은 해 10월 말 철거됐다.

앞서 아친 측은 극장 철거 과정에서 일어난 위법 행정에 책임을 묻고자 원강수 원주시장 등 관련자 9명을 국민고발단 475명과 함께 지난달 16일 고발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