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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만년 전 인류는 농사를 짓기도 전부터 맥주를 마셔댔다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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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정뱅이 연대기
    마크 포사이드 지음
    임상훈 옮김
    비아북
    312쪽
    1만8500원
    ⓒgettyimagesbank
    ⓒgettyimagesbank
    인간이 세운 가장 오래된 건물은 튀르키예에 위치한 괴베클리 테베다. 기원전 1만 년 경에 지어졌는데 인간이 정착해 농사를 짓기도 전이다. 여기서 커다란 통이 발견됐다. 돌로 만든 통에는 보리와 물이 섞일 때 만들어지는 화학물질의 흔적이 남아 있다. 농경을 시작하기 전에 이미 맥주가 있었다. 인간은 어쩌면 맥주를 만들기 위해 농경을 시작했었을는지도 모른다.

    콜린스 영어사전의 편집자 출신인 영국의 저널리스트 마크 포사이드는 <주정뱅이 연대기>를 통해 인류의 술 역사를 탐구한다. 선사시대 인간부터 서부시대 카우보이까지 술에 대한 인류의 사랑을 재치있는 입담으로 풀어낸다. 인류 역사의 중요한 순간에는 항상 술이 있었으며, 문명의 발전에도 술이 큰 역할을 했다고 전한다.

    문자를 가졌던 문명은 맥주에 관해 참 많은 글을 써왔다. 지금의 이라크 지역인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유적에선 원뿔 모양 맥주잔 그림이 많이 발견됐다. 원시 문서의 상당수는 차용증서였는데, 기원전 3200년경 사람들은 보리, 금 또는 맥주로 빚을 갚았다. 도시에선 선술집이 성행했고 모든 술집은 수제 맥주를 제조하는 지금의 마이크로 브루어리와 같았다.

    고대 이집트인들과 그리스인, 로마인들도 모두 술을 사랑했다. 특히 고대 이집트에서는 종교적 만취 전통이 있었다. 해마다 모든 사람들이 신을 기리면서 맥주와 와인을 마시는 만취 축제가 열렸다. 만취한 상태에서 신을 영접하고 신비로운 깨우침을 얻었다.

    로마인들은 오로지 쾌락을 위해서 술을 마셨다. 권력자나 귀족들은 매일 밤 연회를 열어 배 터질 정도로 음식과 와인을 먹고 토해내기를 반복했다.

    초기 기독교도 술과 함께 시작했다. 술을 함께 마시는 성찬식은 기독교에서 중요한 의식이었다. 예수는 와인을 마시고, 제자들에게 마시라고 명했다. 깨끗한 물을 찾기 힘들었던 중세 암흑시대에는 술이 물의 대안이었다. 시내에서 길어온 물은 맑지 않았다. 기독교 수도원은 세심하게 포도밭을 경작하고 와인과 맥주를 제조해 갈증을 해결했다.

    중세 바이킹들은 술로 용기를 시험했다. 술과 만취는 그들의 사회 그 자체였다. 18세기 영국에서는 증류주인 진이 하층민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영국 정부는 만취한 빈민들이 런던 거리를 장악하자 이들을 처리하기 위해 다른 대륙으로 추방했다. 미국과 호주가 태어나는데 술이 일조했다는 것이다.

    권력자들은 통치 수단으로 술을 이용하기도 했다. 특히 러시아에서는 술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소련의 공포정치를 폈던 스탈린은 최상위층에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는 중앙 위원회 간부를 저녁에 자주 초대해서 술을 엄청나게 먹였다. 그들을 만취하게 만들어 의도적으로 수치심을 안기고, 서로 반목하게 만들고, 혀가 풀려 실수로 본심을 드러내게 했다는 것이다.

    최종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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