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그림을 복원할 때는 특수한 기구를 사용하죠. 저희도 고전음악을 복원하기 위해 그에 맞는 악기를 사용하는 겁니다.
" 오는 14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8년 만에 내한 공연을 하는 마르크 민코프스키와 '루브르의 음악가들'은 고전음악 작품을 그 시대에 사용되던 고악기로 연주하는 '시대악기' 연주단체다.
거트현(양의 창자를 말려 꼬아 만든 현)을 낀 바이올린을 사용하고, 현대 금관 악기와는 확연히 다른 밸브 없는 트럼펫과 호른을 쓴다.
악기 연주법도 현대의 오케스트라와는 확연하게 차이가 난다.
음정이 맞지 않는 것처럼 들리다가 어느 순간 템포가 급격히 빨라져 앙상블이 흐트러지는 일이 다반사다.
그런데도 관객은 이들의 연주에 공감할 수밖에 없다.
바로크 시대의 음악을 고집스럽게 고증하려는 모습에서 여느 연주단체에선 느낄 수 없는 상상력의 즐거움을 발견하기 때문이다.
1982년 '루브르의 음악가들'을 창설해 40년 넘게 이끈 민코프스키는 이런 이유로 자신들의 음악을 '상상력'과 '고집'의 산물이라고 정의했다.
민코프스키는 지난 1일 기자단과의 화상 인터뷰에서 바로크 시대의 악기를 사용하는 이유에 대해 "루브르의 음악가들은 현대의 오케스트라와는 다르게 상상력이나 고집을 조금 더 잘 활용한다"며 "그렇기 때문에 어떤 악기를 사용하느냐는 사실 그렇게 중요한 문제는 아니다"고 답했다.
오래된 그림을 복원하기 위해 화가의 의도나 창의성을 상상하고 이를 원래의 모습으로 되돌리려는 고집이 필요하다.
민코프스키와 그의 연주자들에겐 고전음악 연주도 고화의 복원작업과 마찬가지다.
모든 상상력을 동원해 음악이 작곡돼 연주되던 당시 상황을 최대한 비슷하게 조성하고, 끈질기게 음악을 원래의 형태로 복원하려는 고집이 자신들의 정체성인 것이다.
민코프스키와 '루브르의 음악가들'은 이번 내한 공연에서도 모차르트 시대의 악기를 사용해 '모차르트 교향곡 41번'과 '모차르트 바이올린 협주곡 5번' 등 모차르트의 명곡들을 연주할 예정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이번 공연의 성패가 모차르트 시대의 특징인 비브라토(음을 떠는 기교)를 얼마나 잘 구현해내느냐에 달렸다고 예측한다.
하지만 민코프스키는 "최선을 다해서 모차르트를 연주하고 지휘할 뿐"이라며 형식적인 연주기법에 지나치게 집착하진 않겠다는 각오를 내비쳤다.
대신 공연을 학수고대 기다리는 한국 관객들에게 관람 팁을 하나 제시했다.
민코프스키는 "어떤 의도로 옛날 악기를 사용하느냐 이런 것보다는 옛날 악기를 이용해 모차르트의 고전음악을 어떻게 표현하는지에 집중해 관람해주기를 바란다"고 조언했다.
8년을 기다린 민코프스키와 '루브르의 음악가들'의 내한 공연은 서울과 인천을 오고 가면서 3차례 펼쳐진다.
14일 예술의전당에서 시작을 알리고, 15일에는 인천 연수구 아트센터인천에서 두 번째 무대를 선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