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당국자, 무기사용 제한 완화에 "검토 중" 입장 국무장관 "필요 따라 적응·조정" 입장선회 신호 여전히 신중론도…"최종 결론 아직, 입장변화 불확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자국 무기를 이용한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본토 타격을 허용하는 방안을 놓고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와의 전쟁에서 우크라이나가 수세에 몰린 가운데 기존의 무기 사용 제한을 풀어야 한다는 주변 서방국의 목소리가 커지자 미국도 입장을 바꿀지를 놓고 고심하는 모양새다.
29일(현지시간) 미국 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이 사안에 정통한 미국 당국자를 인용해 미 행정부가 자국산 무기를 이용한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본토 공격을 용인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동안 미국을 비롯한 서방 동맹국들은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하되 러시아 영토 내의 목표물을 공격하는 데에 사용하지 말라는 조건을 내걸었다.
이는 서방 무기로 러시아 본토를 타격할 경우 전쟁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러시아의 대결로 확대될 가능성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이에 맞서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공격에 더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무기 사용을 허락해 달라고 요구해왔다.
미국은 아직 요구를 수용하지 않고 있지만, 입장 변화 가능성을 시사하는 공식 발언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이날 몰도바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개전 뒤 2년여 동안 미국의 우크라이나 지원의 특징은 "조건이 바뀌고, 전장이 변하고, 러시아가 침략과 확전을 추구하는 방식이 바뀜에 따라 적응해왔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변화를 지지하느냐는 질문에 "우리는 모든 단계에서 필요에 따라 적응하고 조정해왔다"며 "앞으로도 정확히 그렇게 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재차 말했다.
이어 "우리는 항상 경청하고 배우고 있으며 우크라이나가 효과적으로 방어하는 데 무엇이 필요한지 항상 결정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블링컨 장관이 우크라이나가 미국산 무기로 러시아 내부를 타격하는 것을 미국이 허용할 수도 있다는 신호를 보냈다"고 짚었다.
AFP도 미국이 제한 조건을 바꾼다고 발표한 것이지만 요구에 수용적이라는 입장을 드러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같은 날 "전장의 조건이 진화함에 따라 우크라이나에 대한 우리의 지원도 적절하게 진화해왔다"며 이런 기조는 "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같은 입장 선회 가능성 시사는 우크라이나에 러시아 본토 타격을 위한 무기 사용을 허용하라는 미 조야와 서방 동맹국들의 요구가 커지는 가운데 나왔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미국 전직 관료와 학자 60명은 이날 바이든 대통령에게 무기 사용 허용을 요구하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
서한에 서명한 사람 중에는 나토 사령관을 지낸 필립 브리드러브와 전직 우크라이나 주재 미국 대사들이 여럿 포함돼 있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또한 옌스 스톨렌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지난 24일 한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에 지원하는 무기 사용에 대한 일부 제한을 해제해야 할지 숙고할 때"라고 강조했고,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도 28일 서방 지원 무기를 활용한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본토 공격에 동의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우크라이나가 서방 무기로 러시아 영토를 공격하는 데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미 행정부 내에서는 여전히 신중을 기하려는 기류도 감지된다.
두 명의 미국 당국자들은 폴리티코에 무기 제한 완화와 관련한 최종 결론은 아직 내려지지 않았다며 반드시 입장 변화로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다고 강조했다.
커비 보좌관도 "우리는 미국 무기를 사용한 러시아 영토 공격을 장려하지도, 가능하게 하지도 않는다"며 "현재로선 우리 정책에 변화는 없다"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과 가까운 한 소식통은 이 사안에 관해 미 행정부의 구체적인 움직임은 보지 못했다고 설명했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8일 서방 무기를 이용한 러시아 본토 타격론에 후과가 클 것이라며 직접 경고 메시지를 발신했다.